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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과 여자만

여자만 걷는 길 3.- 벌교 갯벌에서 순천만 생태공원까지 밤길 걸어간 길

by 솔이끼 2022. 3. 14.


2022. 3. 4.
여자만 걷는 길 세번째 이야기

벌교터미널 다시 왔다.
버스에서 내리니 20:30
밤길 걸을 준비를 한다.


 

 

 

 

20:45

터미널을 빠져 나온다.


읍내 밤거리는 한산하다.
부용교로 내려선다.

소설 '태백산맥' 무대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부용교 아래 철교에서 담력대결을 그려냈던 곳
벌교는 들어가지 않고 둑길을 따라 내려간다.
벌교천은 갈대로 가득차 있다.


 

 

 


궁금증이 인다.
바다와 하천의 구분은 어떻게 할까?
지형은 하천인데, 바닷물이 들어오면 하천일까 바다일까?
벌교천은 하천형태인데 어선도 들어오고, 갈대가 자란다.

하천은 하천법에 의해 하천구역으로 지정한 곳을 말한다.
그 바깥은 바다가 된다.
내 눈으로는 구분할 수가 없다.
바다인지 하천인지.
그냥 바다냄새나면 바다겠지.


 

 

 

 

21:00
'천상의 갯벌이 숨쉬는 중도방죽'
안내 조형물이 예쁘다.
'소설 태백산맥문학기행길' 이라는 이름도 붙었다.

중도방죽은 일제 강점기 때 논을 만들기 위해 쌓았다는 방죽이다.
방죽길을 따라 걸어간다.
가로등이 군데군데 있어 어둠 속에서도 걷기에 좋다.
가끔 산책나오신 분들도 마주친다.
방죽이 없었으면 넓은 바다로 남았을까?

 

 

 

 


바다쪽으로는 갈대가 갯벌을 가리고 있다.
갯벌이 잘 발달되어 '보성 벌교갯벌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방죽길 주변에는 길고양이들이 가끔 쉬고 있다.
날이 쌀쌀한데도 야생에서 살아가는 게 더 좋은가 보다.


 

 

 

 

21:52
방죽길이 끝나는 곳에 진석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불빛을 따라가니 다리 밑에 장양항이 있다.
밤이라 인적은 없다.
포구 불빛만 밝게 빛나고 있다.

항을 지나면 바다가 넓게 펼쳐진다.
갯벌도 함께
바다가 바라보이는 곳에 벤취가 있다.
이런 곳은 앉았다 가야한다.

해변을 따라 걷는다.
모퉁이 돌아서니 넓은 들이 펼쳐진다.
간척지의 반듯하고 평평한 풍경이 밋밋하다.
그냥 걷는다.


 

 

 


간척지 끝에서 다시 수로를 따라 올라간다.
밤 수로 풍경이 멋지다.
달이 없는 밤바다에 산그림자가 옅게 깔렸다.
건너편으로 한 두개 보이는 불빛이 사람사는 세상임을 알려준다.

수로 둑길을 따라 올라간다.
남파랑길 리본이 살랑거리며 나타나면 반갑다.
가끔가다 이정표라도 만나면 더 반갑다.
걸어왔던 거리며, 앞으로 걸어갈 거리를 생각해 본다.


 

 

 

 

10:50
호동마을 지난다.
보성 끝자락이다.
도로를 건너니 순천땅이다.
올라왔던 수로를 마주보고 다시 바다쪽으로 내려간다.

간척지 둑길을 따라간다.
방조제를 경계로 바다쪽으로는 축제식 양식장이 있다.
새우양식장인데 수차가 돌지 않고 조용하다.
둑길은 계속 이어가고 간간히 언덕 모퉁이 돌아나간다.

용두라는 툭 튀어나온 지형을 만난다.
멋진 해송숲이 있다.
잠시 쉬어간다.
가로등 불빛이 따뜻하게 비춰준다.


 


바다 수로를 따라 걸어 올라간다.
둑길은 엄청 길다.
가도가도 건너가는 다리가 나오지 않는다.
맞은편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드디어 수문이 나오고 수문 위로 넘어갈 수 있는 길이 있다.
밤이라 별다른 풍경을 볼 수가 없다.
어둠 속에서 랜턴 빛에 비치는 길과 주변 논들이다.

논들 사이로 걸어간다.
양식장을 만들려고 파 놓은 곳 옆을 지나고
산모퉁이 돌아나가니
멀리 방파제 가로등이 줄지어 불을 밝히고 있다.


 

 

 

 

 

 

다음날

00:50


점점 가까워지는 방파제
바다쪽으로 구조물들이 있다.
뻘배체험장 안내판이 커다랗게 서 있다.
순천만 거차마을

드디어 순천만으로 들어섰다.
순천만 경계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벌교 호동마을 지나 순천쪽에서 처음 만나는 마을이니
순천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둑길을 오래 걸엇더니 힘들다.
둑길과 방조제는 다를까?
특별한 구별이 없다.
내 개인적인 구분은 방죽이나 둑길은 반듯하지 않고 흙길이다.
반면 방조제는 직선으로 반듯하고 규모도 크고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다.


 

<벌교터미널에서 거차마을까지 걸어온 길>


 

 

 

 

 

 

쉴 곳을 찾으니 보이지 않는다.
마을을 벗어나려는 데 버스정류장이 눈에 들어온다.
버스정류장이 이렇게 반갑게 다가올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버스정류장이 너무 좋다.
겨울에 바람을 막을 수 있게 칸막이 쳐져 있다.
버스정류장 의자에 비스듬히 누웠다.
라면 끓여 먹고, 커피도 한 잔 한다.
밤이 늦어 마을 사람도 보이지 않아 좋다.
편안하게 쉬었다 간다.


 

 

 

 

 


거차마을에서 부터는 해안도로를 따라간다.
다시 방조제를 따라가다 도로와 만나고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가기를 반복한다.


 

 

 


방조제를 따라 걸어가다 해안도로 만나 이어간다.
뻘배가 매어 있다.

.

뻘배

배가 사람을 태울 크기는 아니다.
무릎하나 얻을 정도 크기다.
다른 복잡한 부속물도 없다.
판대기 하나가 전부
그래도 배라는 이름을 가졌다.

작은 몸뚱이로 사람을 싣고 다닌다.
하루종일 뻘 위로 미끄러지며 다닌다.
뻘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그 뻘 위에서 멈춰선다.

작은 기둥에 매어진다.
그래도 배라고
떠내려가지 마라고
내일 다시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라고

.

창산마을 지난다.
마을이 조용하다.
가로등 불빛만 지키는 마을을 돌아나온다.
다시 방조제 따라 걷는다.

도로로 나왔다.
자전거도로가 있어 걷기에 편하다.
밤이라 차가 다니지 않지만 차도와 분리되어 있는 것 만으로도 좋다.


 

 

 

 

2:35
한참 걸어가니 화포마을 나온다.
해안으로 내려선다.
꽃포구?
이름이 예쁘다.

해변도로를 따라 걷는다.
바닷바람 살랑거리며 다가온다.
해변도로는 우명마을까지 이어진다.
도로 따라 나온다. 무릎에 무리가 간다.

어디 좀 쉬고 싶다.
장산마을 지나고 방조제 둑길을 따라 간다.
둑길 위에 정자 있다.


 


인적이 없어 눈치볼 것 없으니 편하게 쉴 수 있겠다.
비닐을 치고 돗자리 깔고 누웠다.
잠깐 잠깐 졸았다.
푹 잘 수는 없다.
한기가 느껴질 때마다 깬다.
그것만으로도 잠을 보내고 피로를 풀었다.

 

2시간 정도 쉬었다.

05:30 출발

 

 

 

 

둑길을 따라 걷는다.
갈대 숲 속에서 새들의 울음소리도 들린다.
방조제는 엄청 길다.

방조제 위로는 둑길
아래는 비포장 도로다.
환경을 보호한대서 비포장도로일까?
넓은 비포장 도로를 걷는 맛도 좋다.


 

 

06:23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니 포구를 만난다.
따뜻한 불빛을 받고 있는 수로에 배 몇척 묶여 있다.
순천만생태공원에 있는 대대포구다.

여기까지 걸어온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밤이라 마땅히 쉴 만한 곳은 없다.
순천만 쉼터에서 칠게 빵 먹고 싶었는 데....
여행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거차마을에서 와온마을까지 걷는 길>


 

 

무진교 건넌다.
길을 계속 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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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 있을 때

2022. 3. 4. - 3. 5. 여자만을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