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5.
여객선터미널
크리스마스라는 12월 25일
집에서 금오도 들어간다니 말린다.
하루 쯤 집에서 쉬라고 한다.
쉬는 기준이 무엇일까?
여수여객선터미널로 간다.
14:20분 금오도 함구미행 한려페리호 매표를 한다.
"창구 직원은 마지막 밴데, 자고 오실 건가요?"
"예"
여객선 객실 바닥이 따뜻하다.
누웠는데 설핏 잠이 들었다.
부산한 소리에 깬다.
여객선은 개도를 지난다.
16:00 함구미에 도착
16:07 비렁길 입구
함구미 선착장에서 비렁길로 들어선다.
아니 이 늦은 시간에 웬 비렁길?
사실 밤새 금오도를 걸어보고 싶어서 집을 나왔다.
잘 곳도 정하지 않았고,
저녁과 간식으로 김밥 2줄과 귤, 과자 2봉을 준비했다.
헤드렌턴과 손전등을 준비했고 건전지도 예비로
얼마나 걸을 수 있을까?
해가 넘어간 마을은 스산하다.
나를 내려준 여객선은 포구를 크게 선회하여 되돌아 나간가.
그르릉 소리를 내면서
이제는 하루를 버티지 않으면 나갈 수가 없다.
용두마을을 지난다.
사람들이 떠난 집에 들렀다 온다.
수도꼭지를 돌리니 아직도 물이 나온다.
콩짜개덩굴이 싱싱하다.
16:37 미역널방에 선다.
깎아지른 절벽이 여전히 멋지다.
수달피비렁 나무는 여전히 잘 있다.
17:00 함구미 마을 위를 지난다.
초록빛이 바랜 풀밭이 아름답게 보인다.
17:30 신선대
해가 넘어간다.
보들바다 건너 나로도 너머로 해가 떨어진다.
하늘만 붉게 물들이는 해넘이는 또 다른 풍경이다.
장관이다.
바다가 운다.
바람이 우는 지도 모르겠다.
바다 위 하늘은 붉은 빛으로 여운을 남긴다.
어둠이 밀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섬에 인가가 있는 곳에는 불이 켜진다.
섬도 잠이 든다.
배도 끊겨 섬을 나갈 수 없다.
걷는다.
고독이 밀려온다.
아무도 없다.
밤길
18:00 두포(초포) 마을
어둠이 짙게 깔렸다.
랜턴 없이 더듬더듬 초포마을까니 내려왔다.
마을은 가로등불이 따뜻하게 켜져 있다.
조용한 마을
바다만 울고 있다.
고양이가 쳐다본다.
"왜 방황하세요?" 하고 물어보는 듯 하다.
시멘트도로를 따라간다.
시멘트길은 귤등마을까지 이어진다.
겨울바람이 목덜미를 스친다.
시원하다.
바다에 고깃배들이 불을 켜고 있다.
어둠에 홀로 걷는 것
외롭다.
외로음을 느껴보고 싶어했는데
기분이 좋다.
18:47 귤등
귤등전망대에는 가로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비렁길이 인기가 있다 보니
귤등에는 펜션도 있고 슈퍼도 있다.
잎 떨어진 나무들이 어둠에 흔들린다.
별이 반짝인다.
직포마을 불빛이 보인다.
촛대바위 너머로 둥근달이 떴다.
19:28 직포마을
포구 불빛을 따라 내려온다.
바다가 심하게 운다.
쏴쏴쏴...
마을은 숨을 죽이고
둥근달이 마을 나무사이로 비춘다.
비렁길 2코스에서 3코스로 넘어간다.
사위는 어둠으로 가득 찼다.
바다는 여전히 울고 있다.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동백숲이 캄캄하다.
갈바람통전망대를 지나면서 노래를 흥얼거린다.
아아~~ 그대는 갈바람~~
사랑을 부르는 갈바람~~
매봉을 가파르게 올라간다.
비렁길 중 제일 가파른 길이다.
20:20 매봉전망대에 선다.
달빛 부서지는 바다가 숨을 멎게 한다.
고요
바다 울음소리가 가물거린다.
한 두개씩 보이는 불빛만이 적막을 깨고 있다.
20:52 학동마을
가게 문이 닫힌 쉼터에는 가로등 불빛이 차갑게 비추고 있다.
벤취가 있다.
자리를 잡고 쉰다.
차가운 바람이 시원하다.
밤바다가 좋다.
파도가 소리치는 밤바다가 좋다.
다시 걷는다.
21:20 사다리통전망대
바다는 어둡다.
어둠 속에서 파도가 하얗게 혼자 발광한다.
섬 끝자락 등대 불빛이 깜박거린다.
파도소리가 다양하다.
바로 아래는 쏴아아~~
옆에서는 쏴쏴쏴
파도도 급한 놈이 있다 보다.
고깃배는 돌아가고
검은 바다와 조금 덜 검은 하늘이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
22:10 심포마을로 들어선다.
포구는 조용하다.
바다는 적막에 쌓이고 나는 흥얼거리며 걷는다.
멀리 마을 불빛들이 화려하다.
지금까지 지나온 포구들에 비하면
심포마을은 여유롭다.
꼬마들이 밤바다에 나와 낚시를 하고 있다.
교회 불빛도 두개나 보인다.
23:25 막포전망대
비렁길 5코스는 좀 거칠다.
입구에서부터 짐승 소리를 들었다.
길은 너널길이 많다.
숲길은 어둡다.
바다와는 멀어졌다 가까왔다 한다.
그래도 바다가 마음에 안정을 주는 가 보다.
바다가 보이지 않으면 답답하다.
막포전망대에서 쉬었다 간다.
검은 겨울 밤바다
건너편 안도항에 불빛이 화려하게 보인다.
비렁길 끝이다.
마을까지는 좀 더 걸어야 한다.
23:43 금오도 끝 마을 장지마을이다.
안도로 넘어가는 다리에 불빛이 켜졌다.
밤이 깊다.
비렁길은 끝이 났는데......
잘 곳을 정하지 않았다.
마을은 인적이 끊겼다.
문을 두두릴 수도 없다.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더니
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간다.
하루가 바뀐다.
밤은 그대로인데
하루라는 규칙이 넘어간다.
00:14 우두실마을을 지난다.
노란 가로등 불빛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따뜻한 방에 눕고 싶다.
2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다.
잘 곳도 없고
그렇다고 추운 겨울에 아무데서나 누울 수도 없다.
졸음이 설핏
가끔 차가 한 대씩 지나간다.
금오도 가장 큰 마을인 우학마을을 지난다.
파출소도 있는데
불이 켜져 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따뜻한 커피가 너무너무 그립다.
마을 벤치에 않아 쉰다.
과자 한봉 터서 먹는다.
처량한 느낌.
혹시나 하고 마을을 둘러본다.
모텔 발견
윽 카운터에 불이 꺼져 있다.
그냥 걷자.
02:04 옥녀봉 입구
여기서부터 금오도 매봉산(대부산) 산길이 시작된다.
옥녀봉 입구를 찾기는 쉽지 않다.
밤에는 더욱 찾기 힘들다.
지도를 보고 대충 여기쯤 하고 짐작하고 찾아갔다.
숲으로 들어선다.
비렁길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사방이 캄캄하다.
랜턴이 없으면 조금도 갈 수 없겠다.
등산로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감으로 더듬어 올라간다.
랜턴을 두개 가져간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수가...
해드렌턴은 발밑을
손전등은 조금 먼 곳을 비추면서 등산로를 찾아서 올라간다.
옆에서 동물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면
깜짝깜짝 놀란다.
02:50 옥녀봉
옥녀봉에는 넓은 바위가 있다.
바위에 서니
바다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간온다.
금오도 서쪽 바다는 허전한 바다였다면
동쪽 바다는 살가운 바다다.
육지가 바라다 보이니 마음이 놓이다고 하는 게 맞을게다.
대유마을은 가로등이 많다.
옥녀봉 바위에 앉는다.
마음이 편안하다.
숲을 벗어나서 그럴거다.
숲
낮에는 편하지만
밤에는 무서울 수도 있다.
04:45 문바위
숲길을 더듬더듬 찾아서 왔다.
어둠 속
숲을 걷는 다는 것은 큰 마음 먹어야 한다.
특히 유명한 등산로가 아니면.
문바위에 올라서니
돌산 군내항 불빛이 많아지고
멀리 여수쪽 불빛들도 보인다.
05:17 매봉산(382m) 정상에 선다.
정상이래야 인상적인 게 없다.
지나왔던 옥녀봉이나 문바위 처럼
너럭바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정상을 알리는 이정표 정도
매봉산이라고 써 있지만 대부산이라고도 부른다.
춥다.
06:30 함구미마을
돌담만 남아 폐허처럼 된 마을
좁은 길을 따라 내려오면 함구미 마을이 보인다.
반갑다.
금오도를 한 바퀴 돌았다.
땀이 나기도 해서 몸이 춥다.
포구 벤취에 앉아 옷을 갈아 입는다.
피곤이 몰려온다.
깜박 졸았다.
배가 오려면 아직 멀었다.
첫배는 07:45 이다.
여수로 나들이 가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배가 들어온다.
배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떠드는 소리에 깨니 또 개도를 지난다.
개도에서 탄 섬사람들은
멧돼지 이야기를 한다.
섬에 멧돼지 들이 많아졌다고...
나는 어제 밤새 섬을 돌아다녔다.
멧돼지 코터는 소리도 들었다.
그 소리는 머리털을 세우게 한다.
사실 밤에 야간산행을 하면 안된다.
특히 홀로 하는 건 더욱 위험하다.
금오도 한바퀴 돌아오는 데
38.25km, 14시간 25분 걸렸다.
여수 출발 함구미행 14:20 배로 들어가서
16:00 함구미 도착
비렁길로 들어서서 함구미에서 장지마을까지 5코스 완주(7:40 정도)
장지마을에서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옥녀봉 입구까지 걸어감(2:20 정도)
옥녀봉 입구에서 매봉산 올라 함구미까지 산길을 걷음(4:30 정도)
다음날 06:30 함구미
함구미 출발 여수행 07:45 배로 나옴
한 번쯤 해볼만한 섬 일주다.
특히 겨울 밤바다가 그리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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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5~26. 여수 금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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