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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따라서

[해남] 달마산 미황사에서 도솔암 거쳐 땅끝까지

by 솔이끼 2015. 11. 26.

 

 

2015.11.15.

해남 달마산에서 땅끝까지

 

미황사 - 달마봉 - 떡봉 - 도솔암 - 도솔봉 - 갈두산 - 땅끝

(약 18km/8시간 소요)

 

 

 

 

09:10 땅끝에서 올라온 절

 

산줄기를 따라 땅끝까지 가고 싶었다. 달마산 능선을 따라 땅끝까지 가보기로 하고, 해남 미황사로 향한다. 미황사는 템플스테이로 하루를 묵었던 적이 있었다. 하얀 대웅전이 보고도 싶었다. 미황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미황사로 들어선다. 미황사라는 절 이름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미황사는 신라 경덕왕 8년(749)에 의조(義照)가 창건하였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사자포 앞바다에 한 척의 석선(石船)이 나타났는데, 의조가 제자 100여 명과 함께 목욕재계하고 해변으로 나갔더니 배가 육지에 닿았다.

 

배에 오르니 금인(金人)이 노를 잡고 있고, 놓여 있는 금함(金函) 속에는 『화엄경』·『법화경』·비로자나불·문수보살·보현보살·40성중(聖衆)·53선지식(善知識)·16나한의 탱화 등이 있었다. 의조는 배에서 내려 임시로 봉안하였다.

 

그날 밤 꿈에 금인이 나타나 "경전과 불상을 소에 싣고 가다가 소가 멈추는 곳에 절을 짓고 모시면 국운과 불교가 함께 흥왕하리라." 하고는 사라졌다. 다음날 소에 경전과 불상을 싣고 가다가 소가 크게 울고 누웠다 일어난 곳에 통교사(通敎寺)를 창건하고, 마지막 멈춘 곳에 미황사를 지었다.

 

미황사라 한 것은 소의 울음소리가 지극히 아름다웠다 하여 '美'자를 취하고, 금인의 빛깔을 상징한 ‘黃’자를 택한 것이라 한다. 산 이름도 경전(dhama, 達摩)을 봉안한 산이라는 뜻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09:20 아름답고 편안한 미황사

 

미황사는 많이 변했다고들 하지만, 다시 찾아도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난다. 자하루 아래로 들어서면 대웅전이 조금씩 보이고, 그 뒤로 천불이 섰다는 달마산 능선이 펼쳐진다. 계단을 다 올라 마당에 서면 마음이 뻥 뚤린다. 마음이 편하다.

 

마당에는 탑이 없다. 스님의 욕심으로 탑 하나쯤 세웠을 법한데. 마당을 가로질러 대웅전으로 올라간다. 대웅전 기둥이 늙었다. 아니 대웅전 전체가 늙었다. 오랜 세월 단청이 벗겨지고, 문화재로 지정되어 더 이상 단청을 칠할 수 없다.

 

대웅전 주초는 다른 주춧돌과 차이가 있다. 그냥 주초일 뿐인데, 문양을 새겼다. 연꽃문양을 새겨 건물을 꽃 위에 올려놓았다. 꽃 위에 올린 절이다. 주춧돌마다 게와 거북이도 새겨서 함께 어울리게 하였다. 보는 사람이 기분이 좋아진다.

 

달마전으로 오른다. 뒤를 돌아보니 자하루 지붕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와! 그냥 좋다.

 

 

 

 

 

 

 

 

 

 

 

 

 

 

 

 

 

 

 

10:08 달마산 정상에 서다.

 

동백나무들이 싱싱한 숲길을 따라 올라간다. 편안한 산길이다. 이정표를 만난다. 달마산 정상까지 1.1km를 알려준다. 낙엽이 쌓인 숲길을 걸어 올라간다. 가파른 산길로 변하고 전망이 터진다. 뒤를 돌아보니 바다가 펼쳐진다. 해남 땅 울퉁불퉁한 언덕들과 어울린 풍경이 멋지다.

 

거친 산길을 오르면 달마산 정상이다. 표지석에는 달마봉(489m)이라고 써 놓았다. 예전에는 불썬봉이라고 했는데. 정상에는 봉화대도 있다. 봉화대에 서니 북쪽에 두륜산이 하얀 봉우리를 자랑하고 서 있다. 그 아래로 완도대교가 하얗게 보이고, 수로가 바다로 흘러간다. 남쪽으로 이어진 산길은 바다로 변한다. 바다와 만나는 곳이 땅끝이다.

 

도솔암 주차장까지 5.9km를 알려준다. 산길은 아주 거칠어진다. 온통 바위투성이다. 커다란 바위들 사이로 등산로는 이어진다. 산길은 힘들지만 웅장한 바위들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하얀 바위들이 커다란 기둥처럼 서있다. 군데군데 바위로 오르는 길들이 있다. 올라갔다 내려오는 기분이 좋다.

 

 

 

 

<홍콩팬더 달마산 오르다>

 

 

 

 

 

 

 

 

 

 

 

 

 

 

 

 

 

 

 

 

 

 

 

 

 

 

 

 

 

 

 

 

 

 

 

 

 

 

 

 

 

 

 

 

 

 

11:12 미황사 부도전으로 내려가는 대밭삼거리 지나다.

 

문바위에 선다. 웅장한 바위를 문바위라고 했을까? 아니면 석문이 있어서 문바위라고 했을까? 석문을 지나고 산길을 계속 간다. 미황사로 내려갈 수 있는 대밭삼거리도 지난다. 산길은 조금 편안해진다. 바위 능선지대를 벗어난 것 같다. 나무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여유있게 먹고 산길을 재촉한다. 산 능선이 부드럽게 오르내리더니 떡봉(422m)에 선다. 작은 나무들이 자라는 산길은 아주 편안하다. 바다를 보면서 산길을 가는 기분이 좋다. 뒤를 돌아보면 바위능선이 하얗게 솟았다.

 

 

 

 

 

 

 

 

 

 

 

 

 

 

 

 

13:20 바위벼랑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도솔암

 

산길을 쉬엄쉬엄 걷다보니 도솔암삼거리에 도착한다. 도솔암 방향으로 조금 가니 갑자기 풍경이 바뀐다. 커다란 바위들이 나타나고, 하늘이 열리는 것 같은 능선으로 올라선다. 능선 너머 벼랑위에 위태로운 한 칸 절집이 보인다.

 

외로운 암자다. 빙 둘러 바위에 싸이고, 터진 곳이라고는 바다가 보이는 곳이다. 도솔암으로 올라간다. 정말 작은 암자다. 바위와 절벽을 이용해서 잔돌들로 울타리를 치고 작은 마당을 만들었다. 마당에는 나무가 한그루 지키고 있고, 그 사이로 바다가 숨어있다. 암자는 바다를 바라보지 않는다.

 

도솔암은 신라 말 화엄조사인 의상대사가 창건한 기도 도량으로 알려져 왔다. 정유재란당시 불에 타 흔적만 남았던 것을 2002년 오대산 월정사에 계셨던 현 주지 법조스님이 연속3일간 선 몽의 꿈을 꾸고 찾아와 도솔암 터를 보시고 해몽한 후 32일 만에 단청까지 복원 중창했다고 전해온다.

 

도솔암 주차장까지 800m 길은 정말 편안한 길이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아도 한번쯤 걸어볼 만한 길이다.

 

 

 

 

 

 

 

 

 

 

 

 

 

 

 

 

 

 

 

 

 

 

 

 

 

13:37 도솔암주차장에서 땅끝으로 이어지는 길

 

도솔암 주차장에서 도솔봉으로 오른다. 도솔봉(416.8m)에 오르면 바다가 아주 가까워진다. 땅끝으로 가는 숲은 길이 묵었다. 나뭇가지 사이를 헤치고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에서는 땅끝까지 가는 산길이 있다. 이정표에는 ‘땅끝 천년숲 옛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땅끝까지 9.8km다. 멀다.

 

임도를 내려선다. 산길은 아주 완만하다.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기껏해야 200m급 산봉우리들이다. 조금 바쁘게 걷는다. 산길은 의외로 힘들다. 거친 길은 서서히가지만 편안한 길은 빠르게 간다. 금방 갈 것 같은 산길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잠시 쉬었다 간다.

 

이름이 없는 봉우리들을 몇 개 넘으니 땅끝전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몸도 서서히 지쳐간다. 달마산 능선에는 바위들을 오르내리느라 힘들었는데, 땅끝가는 길은 너무 편해서 바삐 가다보니 힘들다.

 

 

 

 

 

 

 

 

 

 

 

 

 

 

 

 

 

 

 

 

 

 

 

 

 

 

 

 

16:58 땅끝에 서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땅끝마을이 발 아래로 보이니 그냥 아래로 내려가고 싶다. 하지만 땅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름없는 정자가 있어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서니 땅끝전망대 주차장이 나온다. 드디어 땅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

 

관광객들과 함께 전망대 오르는 길을 오른다. 전망대가 있는 곳은 갈두산이다. 육지로는 최남단에 있는 산으로 사자봉이라고도 불린다. 예부터 산자락에 칡이 많았다고 해서 갈두산이란다.

 

땅끝전망대에 서니 땅끝으로 내려서고 싶다. 계단을 텅텅거리며 내려간다. 땅끝탑까지 500m라는 데. 내려가기만 한다. 계단이 완만해지고 모퉁이를 돌아서니 좁은 터에 뾰족한 탑이 섰다. 땅끝탑이다. 북위34도 17분 21초. 한반도 최남단. 땅끝이 뭐라고. 해가 떨어진다. 바다가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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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5.

땅끝에 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