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길 따라서

아름다운 만물상과 단풍으로 물든 가야산

by 솔이끼 2015. 10. 23.

 

 

2015. 10. 18.

가야산(1,430m)

백운동- 만물상능선- 서성재- 칠불봉- 상왕봉- 토신골- 해인사- 주차장

(12㎞ / 7시간 정도-휴식시간 포함)

 

가야산으로 향한다. 가야산은 처음이다. 예전 성철스님이 돌아가셨을 때 해인사를 들렀던 때가 있었다. 이후 인연이 없었다. 맞은편 남산제일봉은 올랐는데…….

 

가야산은 경상남도 합천군과 경상북도 성주군을 가르는 산이다. 산 이름은 옛날 가야국이 있던 이 지역에서 가장 높고 훌륭한 산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야의 산`이라는 뜻으로 부른 것이라고도 하고, 인도의 불교 성지인 부다가야 부근 부처님의 주요 설법처로 신성시되는 가야산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등산로는 대표적인 곳이 두 곳이다. 해인사에서 오르거나 백운동에서 오른다. 보통 들어가는 쪽에 있는 백운동에서 해인사로 넘어가는 길을 택한다. 오늘 오르는 길도 백운동에서 만물상 지나고, 정상인 상왕봉으로 올랐다가 해인사로 내려간다.

 

 

 

10:25 백운동에서 오른 가야산

 

가을 단풍철. 산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백운동에는 등산객들로 북적거린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이 입구에서 서서히 오르라고 안내한다. 등산객들이 많이 몰려 위험하단다. 만물상탐방로로 들어선다.

 

들어서자마자 바로 가파른 산길이다. 보통 계곡을 통해 오르는데, 만물상 코스는 산 능선을 타는 산길이다. 등산객들이 많아 지체된다. 능선으로 나오니 가야산 경치가 펼쳐진다. 산은 단풍으로 붉은 갈색으로 물들었다. 사이사이로 바위들이 솟았다.

 

 

 

 

 

 

 

 

 

 

 

 

 

11:30 만물상 능선을 오르내리다.

 

하늘과 땅이 바짝 마른 산길을 따라 오르니 만물상이 펼쳐진다. 만 가지 형상을 하여 만물상이란다. 만물상 능선은 1972년 국립공원 지정 이후 38년 만인 201년에 등산로를 개방하였다.

 

만물상 능선은 수많은 바위들이 울퉁불퉁 이어간다. 멋진 바위들이 너무 많다. 아쉬운 것은 바위 이름을 모르겠다. 이름이라도 붙여 놓았으면 좋겠다. 바위를 넘어가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한다. 가파른 바윗길을 오르고 내리기를 몇 번 하면 서장대에 오른다.

 

 

 

 

 

 

 

 

 

 

 

 

 

 

 

 

 

 

 

 

 

 

 

 

 

 

 

 

 

 

 

 

 

 

 

 

 

 

 

 

12:20 가야산 전설이 있는 상아덤

 

서장대는 옛 가야산성의 군사를 통솔하는 장대가 있던 곳이다. 지금은 장대는 없고, 만물상 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서장대는 상아덤이라고도 부른다.

 

상아덤은 달에 사는 미인의 이름인 ‘상아’와 바위를 지칭하는 ‘덤’이 합쳐진 단어로 가야산 여신인 정견모주(正見母主)와 하늘신 이비하(夷叱河)의 전설이 전해온다.

 

아득한 옛날, 가야산에는 ‘정견모주’란 여신이 상아덤에 살고 있었다. 여신은 백성들에게 살기 좋은 터전을 만들어 주려고 밤낮으로 하늘에 소원을 빌었다. 그 정성을 가상히 여긴 하늘신 ‘이비하’는 `여신의 바위`란 뜻의 상아덤으로 내려왔다.

 

천신과 산신은 성스러운 땅 가야산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옥동자 둘을 낳았다. 형은 대가야의 첫 임금 `이진아시왕`이 됐고, 동생은 금관가야국의 `수로왕`이 됐다고 한다.

 

 

 

 

 

 

 

 

 

 

 

 

 

 

 

 

 

 

 

 

 

 

 

 

 

13:40 가야산 칠불봉에 서다.

 

점심을 먹고 다시 오른다. 산길 주변으로 옛 성터의 흔적이 보인다. 산길은 여전히 거칠다. 바위에 붙어 자라는 소나무들이 힘들게 보인다. 잎이 아주 작다. 바람을 막아주지 못한 바위 위에서도 악착같이 버티고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바위봉우리를 만난다. 칠불봉(1,433m) 표지석이 섰다. 하늘아래 뾰족한 표지석이 잘 어울린다. 가야산 정상인 우두봉보다 높다. 정상이 일곱 봉우리가 있어서 칠불봉이라고 했을까?

 

칠불봉에도 가야와 관련된 전설이 내려온다. 정견모주의 둘째 아들인 금관가야 시조 김수로왕이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과 결혼하여 왕자 10명을 두었다. 큰아들은 왕위를 계승하고 둘째와 셋째는 어머니 성을 따라 허씨의 시조가 됐다.

 

나머지 일곱왕자는 외삼촌 자유화상을 따라 칠불봉에서 도를 닦기 시작했다. 일곱왕자를 그리워하던 허 황후는 가야산을 찾았으나, 칠불봉까지 올라갈 수 없어 아들들의 그림자라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처님에게 기도했다. 그 정성이 부처님의 마음을 움직여 해인사 일주문 옆 연못에 정진 중인 왕자들의 모습이 비춰졌다고 한다.

 

칠불봉에서 보는 경치는 천하일품이다. 맑은 하늘과 온산을 물들인 단풍이 조화를 이룬다. 가야산 만물상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14:03 가야산 주봉인 우두봉

 

칠불봉을 내려오면 종 같은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그 위로 등산객들이 올라가 있다. 멋진 풍경이다. 바위를 옆으로 돌아가면 아주 웅장한 바위로 변한다. 그 사이로 철 계단이 있고 정상으로 오른다.

 

정상에는 우두봉(1,430m) 표지석이 섰다. 정상이 상왕봉이라고 하던데, 다른 이름이 붙었다. 상왕봉의 `상왕`은 모든 부처를 말하는 뜻이다. 옛날부터 산정에서 산신제에 공물로 소를 바치고 신성시하여 왔단다.

정상에서 칠불봉 방향으로 가니 바위 위에 동그란 웅덩이가 있다. 물이 차 있다. 우비정(牛鼻井)이다. 상왕봉은 소머리를 닮아 다른 말로 우두봉이라 불리는데, 우비정의 우비라 함은 소의 코란 뜻으로 우비정에는 항상 물이 고여 있다.

 

소는 코에서 항상 땀을 흘려야 건강하다는 풍수지리의 이야기처럼 우비정은 언제나 마르지 않는단다. 정말 가뭄이 한창이라는데 우비정에는 물이 가득 차 있다. 하늘 아래 서 있으니 가을 마른 날씨가 좋다.

 

 

 

 

 

 

 

 

 

 

 

 

 

 

 

 

 

 

 

 

 

 

 

 

 

 

 

 

 

 

 

 

 

 

 

 

 

15:36 법보사찰 해인사 구경

 

맑은 가을 하늘을 뒤로하고 산을 내려선다. 내려가는 길은 완만하고 편하다. 내려가다 돌아보면 가야산 정상이 커다란 바위로 서 있다. 웅장하다. 계곡으로 들어서니 아직 푸른빛이 많다. 쉬엄쉬엄 내려온다.

 

숲이 좋다. 계곡 물이 졸졸 흐른다. 계곡에서 손을 담근다. 낙엽이 가득한 계곡은 적막하다. 그 속을 등산객들이 하나둘 내려간다.

 

해인사는 정말 큰 절이다. 대웅전도 웅장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도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절을 구경한다. 마당에 미로 같은 해인도도 걸어본다.

 

깊어가는 가을. 멋진 바위산과 편안한 절집을 가진 가야산을 뒤로 한다. 해인사를 나와 도로를 걸어간다. 버스정류장이 있는 주차장까지 걸어가서야 산행을 마친다.

 

 

 

 

 

 

 

 

 

 

 

 

 

.

 

.

 

.

 

2015.10.18. 합천과 성주에 있는 가야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