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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따라서

설악산 공룡능선을 넘다.

by 솔이끼 2015. 10. 15.

 

 

2015.10.11. 설악산 공룡능선을 넘다.

 

설악산 공룡능선을 가고 싶었다. 설악산은 멀다. 내가 사는 남쪽 끝에서 강원도 끝까지 가기에는 너무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산악회를 두리번거렸다. 매번 일정이 맞지 않았다. 이번에는 꼭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산악회 일정에 맞췄다.

 

산행을 신청하고 나니 걱정이 되었다. 공룡능선이 거칠다는데. 그리고 산악회를 따라가면 하산시간을 맞춰야 하는데. 이리저리 불안하기만 하였다. 그래서 일주일간 매일 아침 동네 뒷산을 올랐다.

 

그리고 전날(11.10) 밤 버스에 올랐다. 설악산까지는 멀었다. 저녁 9시에 출발한 버스는 등산객들을 싣고 7시간 30분 정도 걸려 양양군 오색에 도착했다.

 

 

 

 

04:15. 오색에서 대청봉으로 오른다.

 

랜턴을 켜고 캄캄한 산길로 들어선다. 등산객들이 엄청 많이 모였다. 산길은 등산객들로 가득 찼다. 대청봉까지 3시간 안에 올라야 하는데 속도가 나지 않는다. 어떤 곳은 멈춰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마음이 조금하다.

 

그래도 무리하지 말자며 등산객들을 따라간다. 산 너머로 해가 얼굴을 내민다. 대청봉에서 일출을 보기를 바랐는데. 아쉽다. 주변은 점점 밝아지고 날은 춥다. 준비해간 장갑을 더 낀다. 목도리도 두른다.

 

대청봉이 점점 가까워진다. 산은 얼었다. 눈도 보인다. 10월 초에 눈을 보다니. 남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춥지만 기분이 좋다. 나무들이 키가 작아지더니 주변이 거칠게 없어졌다. 하늘을 보고 대청봉으로 오른다.

 

 

 

 

 

 

 

 

 

 

 

 

 

 

 

 

 

 

 

 

 

 

 

 

 

08:00 대청봉에 서다. 바람이 거세다.

 

대청봉(1708m)에 섰다. 바람이 엄청나다. 서 있지 못할 정도다. 대청봉 표지석에는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자리쟁탈전이 심하다. 바람이 내 모자를 멀리 날려버린다. 어! 내가 가장 아끼는 모잔데. 하늘을 보니 구름이 쏜살 같이 달려간다.

 

중청대피소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은 바람과 다투면서 걷는다. 휘청거린다. 주변 나무들은 땅바닥에 붙었다. 잣나무는 크게 자라는 나문데, 대청봉 주변으로는 땅바닥에 누워있다. 자연의 힘이 무섭다.

 

중청대피소에 도착하니 08:20. 1시간 정도 지체되고 있다. 마음이 조급하다. 쉬지 않고 희운각대피소로 향한다. 산길은 내리막이다. 내려가는 길은 경치가 좋다. 설악산 암릉들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화채능선, 공룡능선, 용아장성능. 웅장하면서 멋지다.

 

회운각대피소에 도착하니 09:30. 배가 고프다. 식사를 한다. 간단한 식사로 주먹밥을 준비했다. 주변으로 단풍이 예쁘게 들었다.

 

 

 

 

 

 

 

 

 

 

 

 

 

 

 

 

 

 

 

 

 

 

 

 

 

09:50 공룡능선으로 들어서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같이 간 일행들을 만난다. 일행들은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간단다. 그러면서 같이 내려가자고 한다. 공룡능선을 타면 정해진 시간 내에 내려올 수 없다고 한다.

 

공룡능선을 타려고 이곳까지 왔는데. 산을 못 타서 늦은 게 아니라 등산객이 많아서 늦은 건데. 어떻게든 시간 안에 내려오겠다고 약속하고 공룡능선으로 들어선다. 걱정이 앞선다. 남은 시간은 6시간 정도. 도착점은 소공원. 도상거리로는 8시간. 단단히 마음을 먹고 속도를 낸다. 신선대로 오르는 가파른 산길을 바삐 오른다.

 

신선봉(1218m)에 오르니 엄청난 풍경이 펼쳐진다. 와! 이곳을 오르지 않았으면 후회를 많이 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빙 둘러보며 감상을 한다. 웅장한 설악의 파노라마에 감동을 한다. 그대로 자연 속에 하나가 된 기분이다.

 

다시 가파르게 내려섰다 다시 오른다. 산길은 바위투성이다. 말 그대로 공룡의 등뼈 같다. 공룡도 등뼈가 튀어나온 스테고사우르스. 거친 바위 사이를 이리저리 오르고 내린다. 맞은 편 봉우리 높은 곳에 사람들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저 곳을 올라가야 한다니 기가 질린다.

 

바윗길을 올라간다. 줄을 잡고 오르기도 하고, 바위를 타기도 한다. 조심히 오른다. 날씨가 추워선지 그리 힘들지는 않다. 가파르게 올라선 곳은 1275봉이다. 봉우리 이름이 없어 높이를 붙였다. 이렇게 웅장한 봉우리가 이름이 없을 정도니.

 

바위봉우리를 넘으면 바위봉우리가 또 나온다. 정말 공룡능선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그렇게 넘어가다보니 나한봉(1276m)을 넘는다. 산길을 재촉한다. 마등령 삼거리가 어서 나오기를 기대한다.

 

 

 

 

 

 

 

신선봉에서 본 풍경

 

 

 

 

 

 

 

 

 

 

 

 

 

 

 

 

 

 

 

 

 

 

 

 

 

 

 

 

 

 

 

 

 

 

 

 

 

올라야 할 1275봉

 

 

 

 

 

 

 

 

 

 

 

 

 

 

 

 

 

 

 

 

 

 

 

 

 

 

 

 

 

 

 

13:10 마등령 삼거리를 지난다.

 

오세암 가는 길과 비선대 가는 길로 나뉜다. 마등령 삼거리다. 반갑다. 공룡능선을 지나온 것을 확인한다. 마음이 편해진다. 서둘렀더니 시간여유도 있다. 내려가는 길은 의외로 완만하다. 쉬엄쉬엄 내려온다. 소나무 아래 쉬었다 간다.

 

비선대가는 길은 거리가 줄지 않는다. 3km 정도라고 하는데. 완만한 길은 급경사 돌계단길로 바뀐다. 내려가는 길이라고 쉽지만은 않다. 끊임없이 내려간다. 저 멀리 아래로 계곡이 보인다. 언제 내려가나. 경사가 심해서 속도도 나지 않는다.

 

 

 

 

 

 

 

 

 

 

 

 

 

 

 

 

 

 

 

 

 

 

 

 

 

15:20 비선대에 도착. 끝이 아니다.

 

계곡을 만나고 다리를 건넌다. 비선대라는 안내판도 보인다. 계곡 건너편 커다란 바위를 바라보며 감탄을 한다. 이제 다 왔구나. 상가에 들러 손도 씻고 여유를 부린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탐방관리소까지 걸어가야 한단다. 그것도 3km나 된다. 정말 시간에 쫓기게 되었다. 아주 바쁜 걸음을 걷는다. 다리를 건너고 나서도 한참을 걷는다.

 

 

 

 

16:00 산행 끝. 힘들다.

 

버스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산악회 버스는 한참을 내려가야 한단다.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 한단다. 어쨌든 산행은 끝났고 약속을 지켰다. 산악회 버스는 하산주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 산행코스는 오색-설악폭포-대청봉-중청대피소-희운각대피소-공룡능선-나한봉-마등령-비선대-신흥사-소공원으로 약 19Km, 12시간 걸렸다. 날씨는 추웠고, 대청봉 올라가는 길은 등산객들이 밀렸지만, 공룡능선은 막히지 않았다. 공룡능선은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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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1. 설악산 공룡능선을 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