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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따라서

함양 명산 황석산과 거망산, 그리고 웅장한 용추폭포

by 솔이끼 2015. 9. 8.

 

 

2015.8.29.

함양 황석산(1,192m), 거망산(1,184m)

 

우전마을-사방댐-피바위-황석산-거북바위-북봉-거망산-태장골-용추사-장수사일주문

(약13km/6시간)

 

 

 

 

09:40 우전마을에서 황석산으로

 

황석산 산행 들머리인 우전마을에 내린다. 마을은 조용하다. 산골마을. 논에도 벼들이 열매를 맺고 있다. 가을이 온 것을 느낀다. 날이 덥다고 계절이 여름인 것은 아니다. 곡식이 익어가고, 가을을 대표하는 꽃들이 풀 섶에서 고개를 내밀면 가을이 온 것이다.

 

우전마을에서 황석산으로 향한다. 황석산 정상까지 4.5km를 가라고 한다. 시멘트포장길을 걷는다. 길가로 가로수들이 몸매 자랑을 한다. 걷기에 좋은 길이다. 도란도란 걸어가는 시멘트포장길에서 벗어나 산길로 들어선다.

 

 

 

 

 

 

 

 

 

 

10:30 전쟁의 아픈 흔적을 간직한 피바위

 

숲으로 들어서니 시원하다. 키큰나무들이 하늘을 가렸다.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얼마 오르지 않아 비스듬히 기운 커다란 바위벼랑을 만난다. 벼랑을 미끄러지듯 물이 흘러

내린다. 안내판에는 피바위라고 소개한다. 이름이 섬뜩하다.

 

 

설명에 의하면 정유재란 때 황석산성에서 왜군과 싸우다 성이 함락되자 붙잡혀 죽느니 차라리 자결하자며 바위에서 뛰어내렸단다. 마음이 아픈 이야기다. 전쟁은 이겨도 이긴 게 아니고, 지면 말할 수 없는 수많은 고통이 따른다. 그런데도 전쟁을 하자는 위정자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 백성을 생각한 게 아니라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불안을 조장하고 긴장상태를 이용하고 있다.

 

숲은 아직 푸른빛이다. 습기가 많아 촉촉하다. 큰 나무 아래 작은 꽃들이 피었다. 물봉선, 가는장구채, 어수리, 꿩의다리 등등. 비록 작지만 숲을 환하게 밝혀주는 멋진 꽃들이다. 꽃들과 눈맞춤하며 걷다보니 산길이 즐겁다.

 

 

 

 

 

 

 

10:58  허전함이 묻어나는 황석산성

 

성벽을 만난다. 황성산성 남문이다. 문루는 없고 성벽만 남아있다. 이런 성을 볼 때마다 허전함을 느낀다. 문루라도 하나 복원해 놓으면 좋을 텐데.

 

황석산성은 해발 1,190m의 황석산 정상에서 좌우로 뻗는 능선을 따라 하나의 계곡을 감싸면서 형성된 포곡식 산성이다. 신라시대에 축조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며, 추측되는 성으로 성곽의 총 연장은 2.75km다. 정유재란 때인 선조 30년(1597) 前 함양군수 조종도와 안의현감 곽준 등이 왜적과 격전을 벌였고, 그 해 8월에 함락되어 500여명이 순국한 곳이다.

 

성안에는 계곡이 흐른다. 포곡식 산성의 특성이다. 물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물이 더이항 흐르지 않는 너덜길을 가파르게 오른다. 하늘이 열리고 다시 성벽과 만난다. 북문이다. 역시 문루는 없다.

 

 

 

 

 

 

 

 

 

 

 

 

 

 

 

 

 

 

 

11:50 산성과 어우러진 바위 봉우리, 황석산 정상

 

북문 양쪽으로 봉우리가 우뚝 섰다. 맞은편 봉우리를 오르다 다시 내려온다. 황석산 정상으로 오른다. 정상 오르는 길은 커다란 바위벽을 오른다. 바위벽에 설치한 계단이 있어 그나마 안전하게 오른다.

 

황석산(1,192m) 정상은 뽀족한 바위라 불안정하다. 평평한 곳이 없어 쉬기가 적당하지 않다. 표지석도 특이하게 바위에 붙여 놓았다. 정상에 서면 멀리 지리산 능선이 보인다. 천왕봉과 반야봉이 보이고 백두대간이 북으로 흘러간다.

 

황석산 정상에서 거망산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은 아주 위험하다. 조심스럽게 줄을 잡고 내려오기를 몇 번 한다. 다시 봉우리를 오르면 거북이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를 만난다. 정말 하늘로 오를 듯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위에 등산객들이 거북머리에 올라서서 즐거워한다.

 

황석산에서 거망산까지는 4.2km 거리다. 두 산 사이를 연결하는 길은 편안한 숲길이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다. 그러다 거망산 능선으로 오르는 길로 오르면 봉우리 끝에 선다. 경치가 좋다. 그러다 산길은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13:57 정상에서 내려서 있는 표지석, 거망산

 

부드럽게 이어지는 재와 만나고 큰 나무가 없는 산길을 조금 오르니 거망산(1,184m) 표지석이 커다랗게 서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산 정상은 아닌 것 같다. 거망산은 이미 지나왔고, 정상이 좁아 이곳에 표지석을 세워 놓았단다.

 

이제 내려간다. 태장골 입구까지 3.4km다. 삼거리를 만난다. 태장골로 내려선다. 길은 너덜길로 변한다. 징검다리 건너듯 바위 위를 톡톡 튀면서 걷는다. 이런 길은 올라갈 때는 괜찮지만 내려올 때는 정말 힘들다. 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면 미끄러지고 다친다.

 

태장골은 큰 계곡이 아니다. 작은 물줄기가 폭포를 만들고 떨어지기를 몇 번 한다. 여러 단을 이루고 떨어지는 폭포가 눈길을 끈다. 태장폭포다. 웅장한 맛은 없다. 음습한 기운이 가득하다.

 

 

 

 

 

 

 

 

 

 

 

 

 

 

 

 

 

 

 

 

 

 

15:35 커다란 이무기가 살았음직한 용추폭포

 

마을로 나오고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계곡은 점점 넓어진다.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계곡에 걸린 철다리를 건너면 용추사가 있다. 절집이 참 여유가 있다. 계곡을 바라본 건물들이 일렬로 서 있다.

 

용추사는 신라 소지왕 9년(487)에 각연대사(覺然大師)가 창건한 옛 장수사와 4대 부속 암자 중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사찰로서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인 해인사(海印寺)의 말사(末寺)이다. 6.25동란 때 소실되어 1953년 안의면 당본리에 있는 봉황대에 별원을 차려 놓았다가 옛터의 복원을 추진하여 1959년 재건하였다.

 

용추사 바로 아래 용추폭포가 있다. 웅장한 물소리가 주변을 제압하고 있다. 용추폭포의 또 다른 멋은 폭포 아래 커다란 소다. 커다란 계곡을 가득차지하고 있는 폭포 아래 소는 폭포를 경외감을 들게 한다. 가까이 갈 수 없고 바라만 봐야하는 폭포. 하얗게 떨어지는 폭포는 검은 물빛과 대조를 이룬다.

 

용추폭포에는 전설이 내려온다. 폭포에는 물레방아 굵기의 이무기가 살고 있었다. 이무기는 용이 되기 위해 108일 금식기도를 하고, 승천을 하려고 하늘로 치솟았는데, 동시에 천둥이 치며 벼락이 때렸다. 벼락을 맞은 이무기가 공중에서 요동을 치다가 인근 들판에 있는 서대기 못에 떨어졌고, 이무기 썩은 물로 3년이나 풍년 농사를 지었다는 전설이 있다.

 

 

 

 

 

 

 

 

 

 

 

 

 

 

 

 

 

 

 

 

 

 

 

 

 

15:55 산도 다르고, 절도 다른 일주문

 

폭포를 뒤로하고 계곡을 걸어나오면 일주문을 만난다. 절은 용추사인데 일주문은 장수사라고 달았다. 덕유산 장수사 조계문(德裕山長水寺 曹溪門). 장수사는 한국전쟁 때 불타버렸단다. 일주문이라도 남아서 절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덕유산 산줄기에서 흘러내려온 황석산과 거망산을 연계해서 산행을 했다. 천미터가 넘는 산이지만 그리 힘들지 않는 산이다. 쉬엄쉬엄 걸어서 6시간 정도. 산행을 마치고 계곡에 발을 담그면 산행의 피로가 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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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29. 황석산과 거망산 연계 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