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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리산

지리산 남부능선. 거림에서 세석으로 올랐다가 청학동으로

by 솔이끼 2015. 7. 11.

 

 

 

2015.7.5. 지리산으로

 

아침부터 덥다. 장마라는데 비는 안 오고 습도만 높아간다. 지리산을 찾아간다. 이원규 시인은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고 노래를 했다. 나는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그냥 간다. 때가 되면 들러야하는 이웃집 정도?

 

 

 

 

 

 

 

09:58 거림에서 세석 오르는 길

 

지리산에 오르는 길은 여러 곳이 있다. 그 중에서 거림에서 세석 가는 길이 지리산을 오르는 가장 편안한 길이라는 말이 있다. 거림에서 세석까지는 5.5km다. 거림(巨林)이라는 지명은 큰 숲이라고 해석이 되는데, 지리산 전체가 큰 숲인데 굳이 이름을 붙인 이유가 궁금하다. 이리저리 찾아봐도 정확한 유래는 없다.

 

오른편으로 큰 절이 있다. 길상암이다. 등산로에서 벗어나 있어서 갔다 오기는 힘들겠다. 탐방지원센타를 지나고 바로 산길로 들어선다. 세석대피소까지 4.7km를 가라고 알려준다. 산길은 완만하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올라간다. 큰 바위들 사이로 하얀 물줄기를 떨어뜨리는 작은 폭포들이 쉬었다 가라고 유혹을 한다.

 

키 큰 나무들이 햇살을 가린 아늑한 숲길을 1시간 정도 걸으니 계곡을 건넌다. 다리가 또 나오더니 북해도교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본의 북해도가 떠오른다. 산속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이름이다. 북해도교에서는 세석대피소까지 2.8km 남았다. 절반 정도 올라왔다.

 

쉬지 않고 오른다. 여름이지만 그리 덮지 않다. 숲이 주는 마술이다. 커다란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가는 기분이 좋다. 등산객들과 섞여 같이 어울려 올라간다. 김해서 오신 분들, 대구에서 오신 분들. 다양한 곳에서 모여들었다. 산은 모든 지역 사람들을 모이게 한다. 지역은 달라도 산을 오르는 마음은 같다.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한다는 진리.

 

 

 

 

탐방지원센타를 지나면

 

 

 

 

 

 

 

북해도교

세석가는 길 중간 정도에 있다.

 

 

 

 

 

 

 

 

 

 

 

 

 

세석교

 

 

 

 

 

 

 

세석교를 건너며

 

 

 

 

 

 

 

 

12:00 세석대피소 500m 앞

 

세석교를 지난다. 1,400m가 넘는 높은 곳에 계곡이 흐른다. 그것도 아주 넓다. 지대는 완만해진다. 예전에 화전민이나 도피하는 사람들이 숨어살기에 딱 좋았겠다. 숲과 계곡이 아울린 길이 좋다. 등산객들이 계곡으로 들어가 물에 발을 담그며 쉬는 풍경도 보여준다. 갈 길이 바쁘다.

 

세석갈림길에 도착한다. 해발고도가 1,518m다. 세석대피소까지 500m를 남겨놓고 의신마을과 청학동으로 내려가는 길로 나뉜다. 의신까지는 8.6km, 청학동까지는 9.5km다. 세석대피소를 갔다 올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내려가기로 한다. 청학동까지 가려면 한참을 가야 한다.

 

세석평원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넓은 숲을 걷는 기분이 든다. 군데군데 물길이 흐르고 풀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노루오줌, 참조팝나무, 꿩의다리, 물레나물 등 작은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촉촉한 숲길을 걸어 내려가니 커다란 바위 등을 만난다. 무속인들이 쌓았을 것 같은 제단도 있다. 바로 아래가 음양수란다.

 

음양수(1,450m)는 신기한 샘이다. 커다란 바위 밑에 샘이 흐른다. 물줄기는 양쪽에서 흘러들어온다. 샘 양쪽 바위틈에서 흘러나온 물줄기는 하나로 만난다. 그래서 음양수라는 이름이 붙었나 보다. 애를 못 가진 사람들이 마시면 애가 생긴단다. 이름도 멋지고 전설도 멋지다. 음양수에서 점심을 먹는다.

 

 

 

씀바귀 꽃이 두가지 색으로 피었다.

 

 

 

청학동으로 내려가는 길

 

 

 

 

노루오줌풀

 

 

 

 

 

 

 

음양수 바위에서 바라본 삼신봉 방향

 

 

 

 

 

 

세석평전 음양수 전설

 

전설에 의하면 지리산에 제일 먼저 들어온 사람은 한 쌍의 남녀로서 남자의 이름은 호야(乎也)요, 여자의 이름은 연진(蓮眞)이라고 한다. 둘은 대성동 계곡에 자리를 잡고, 지리산 풍부한 산채와 과일을 따 먹으며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자식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인 호야가 과일을 따기 위하여 산골 깊이 들어가고 없는 사이에 근처에 살고 있던 곰이 찾아와서 연진에게 세석평원에 음양수가 있으며, 이 물을 마시면 아들, 딸을 낳을 수 있는 신비의 샘이라고 알려 주었다. 이 말을 들은 연진은 혼자서 단숨에 음양수 샘터로 달려가서 기적의 샘물을 실컷 마셨다.

 

그런데 평소에 곰과 사이가 좋지 못한 호랑이가 곰과 연진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엿듣고는 지리산 산신령에게 일러바쳤다. 산신령이 대노하여 음양수의 신비를 인간에게 발설한 곰을 토굴 속에 잡아 가두었다. 또 음양수의 샘물을 훔쳐 먹은 연진에게는 잔돌평전(세석평전)의 돌밭에서 평생토록 혼자서 외로이 철쭉꽃을 가꾸게 하는 무거운 벌을 주었다.

 

그날부터 연진은 세석평원에서 날마다 손발이 닳도록 철쭉꽃밭을 가꾸었고, 철쭉나무는 무럭무럭 자라서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그래서 세석의 철쭉꽃은 연진 여인의 슬픈 넋이 꽃잎마다 서려있어 그처럼 애련하게 해마다 피고 진다는 것이다.

 

그 후 연진 여인은 촛대봉 정상에 촛불을 켜놓고 산신령에게 속죄를 빌다가 그대로 망부석이 되었다. 촛대봉의 앉은 바위는 가련한 연진 여인의 모습이란다. 산신령도 연진의 가련한 희생을 보고서는 인간에 대한 노여움을 풀고 기적의 샘인 음양수를 인간에게 개방하였다.

 

호야도 연진의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보다가 망부석이 되었다. 호야봉은 촛대봉 건너편에 서 있다.

 

 

 

 

 

 

 

 

돌양지꽃

 

 

 

 

참조팝나무

 

 

 

 

 

13:00 세석에서 청학동 가는 길

 

고도차가 100m 이내인 산길을 걷는다. 평균 고도 1,300m 정도. 의신갈림길도 지나고 커다란 석문을 지난다. 지리산에 대표적인 석문이 통천문이다. 청학동 내려가는 길에 만난 석문도 멋지다. 길가로 조릿대가 누렇게 보인다. 조릿대는 한겨울에도 파랗게 싱싱함을 자랑하는데. 자세히 보니 열매를 맺었다.

 

높은 곳에 오르지 않으니 쉬어지지도 않는다. 그냥 걷는다. 숲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기분으로 무작정 앞만 보고 걷는다. 고도차가 거의 없는 지루한 산길. 이런 길이 7km 정도 이어진다. 계속 걷는다.

 

 

 

 

석문

 

 

 

 

 

 

 

삼신봉 방향

 

 

 

 

조릿대가 열매를 맺었다.

 

 

 

 

갑자기 나타난 삼신봉

 

 

 

 

 

15:20 지루한 길 끝에 만난 삼신봉

 

갑자기 산길은 숲을 벗어난다. 바로 앞에 작은 봉우리가 보인다. 그 위에 등산객들이 서 있다. 올라선다. 삼신봉이다. 조금 황당하다. 거창한 봉우리를 기대했는데, 너무 갑자기 나타난 봉우리가 삼신봉이라니.

 

삼신봉(1,284m)에 서면 지리산 주능선이 펼쳐진다. 삼신봉(三神峰)으로 이어지는 남부능선의 시작점인 영신봉이 보인다. 두 봉우리 이름에는 신(神)자가 들었다. 천왕봉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앉아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청학동으로 내려선다. 청학동까지 2.4km.

 

내려가는 길이 생각보다 완만하다. 힘들이지 않고 내려선다. 계곡을 옆에 끼고 걷는다. 슬슬 유혹을 한다. 이제 다 내려온 것 같은 기분이다. 잠시 쉬었다 간다. 계곡에 발을 담근다. 시원하다. 아니 얼얼하다.

 

 

 

 

 

 

 

청학동으로 내려가는 길

 

 

 

 

까치수영

 

 

 

 

 

16:40 청학동 도착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내려선 곳이 청학동. 청학동은 요란하다. 무슨 행사를 하는 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름만 요란한 마을. 청학은 없다. 거림에서 출발하여 청학동까지 걸은 시간은 6시간 40분 정도다. 전체 산행거리 15km 정도. 지루한 산행을 마무리한다.

 

 

◈ 산행 기록

거림 출발 09:58 - 북해도교 11:00 - 세석교 11:44 - 세석갈림길 11:58(1,518m) - 음양수 12:16 - 점심 먹고 출발 12:50 - 의신갈림길 13:14(1,377m) - 삼신봉 15:20(1,284m) - 청학동 도착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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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5. 지리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