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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리산

여원재에서 육모정까지. 구룡계곡 계곡산행

by 솔이끼 2015. 7. 23.

 

 

 

2015.7.19. 남원

 

남원에는 운봉고원이 있다. 운봉고원으로 가는 길 중에는 여원재를 넘어가기도 한다. 오늘 산행은 백두대간이 지리산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여원재에서 시작한다. 백두대간 중에서 고도가 낮은 지역이다. 해발고도 470m. 주지봉을 지나고 수정봉을 올랐다가 덕운봉, 구룡봉을 지나 육모정까지 걸어가는 13km 정도의 길이다.

 

 

 

 

 

09:50 여인의 한이 서린 여원재

 

여원재는 커다란 휴게소가 자리를 잡았다. 옛날 여원재에는 여인이 주막을 하고 있었다. 고려 말 왜구가 운봉까지 들어와 노략질을 하다가, 주막의 여인을 손찌검하고 희롱하였다. 여인은 너무나 치욕스러워 칼로 가슴을 도려내고 자결을 하였다. 나라가 지켜주지 못 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왜구의 침략을 물리치려 운봉에 도착한 이성계는 꿈에서 노파로부터 싸움을 이길 수 있는 날짜와 장소를 계시 받았다. 노파을 말을 듣고 싸워서 대승을 거뒀다. 이성계는 꿈에 나타난 노파가 왜구의 손찌검으로부터 자결한 주모의 원신이라고 믿었다. 고개에 사당을 지어 여원(女院)이라고 불렀다. 여인의 원한이 있는 곳이라고 여원치(女寃峙)라고도 한다.

 

산길 입구에는 운성대장군이라고 쓴 돌장승이 서있다. 여원재에서 오르는 산길은 완만하다. 소나무 숲길을 걸어간다. 야트막한 산에서 만나는 소나무 숲은 솔향이 가득하다. 산 능선으로 하얀 바위가 우뚝 서있다. 주지암이다. 주지암은 산길에서 돌출되어 있다. 빽빽한 소나무 숲을 지나 하얀 바위가 높이 섰다. 바위를 이리저리 돌면서 올라간다.

 

 

 

 

가운데 바위 봉우리가 주지암

 

 

 

 

 

 

 

 

10:20 주지암 작은 돌부처

 

주지암은 특이한 모양이다. 정상에 커다란 판석이 덮어져 있다. 판석 아래는 두세 사람 앉아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다. 그 위에 작은 부처가 서 있다. 돌부처를 세운 스님이 재치가 돋보인다. 만약 커다란 부처를 모셨다면 부자연스러웠을 텐데. 조화를 잘 이룬 것 같다.

 

주지봉(住智峰, 630m)을 지나고 완만한 산길을 걸어간다. 700고지에 올라서서 무심결에 직진을 했는데 길이 이상하다. 산길이 좁아지고 마을로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길을 잘 못 들었다. 다시 올라오니 700고지는 삼거리였다. 90도로 꺾인 길이 있었는데 보지 못하고 직진을 하였다. 이정표가 없어 아쉽다.

 

쉬엄쉬엄 내려서니 입망치(485m)다. 다시 산길은 가파르게 올라간다. 산길 군데군데 머루와 다래가 열매를 맺었다. 덜 익었지만 따서 먹어본다. 시큼하다. 숲은 바람이 불지 않는다. 덥다. 땀이 온 몸을 적신다. 여름 산행으로는 권장할 만한 곳은 아니다. 봄날 진달래 필 때 산행하면 딱 좋겠다.

 

 

 

 

 

 

 

주지암에서 바라본 풍경

 

 

 

 

 

 

 

 

 

 

 

11:45 수정 같은 땀방울만 뚝뚝

 

수정봉(水晶峰) 정상(804.7m)은 이름만큼 멋지지 않다. 전망 좋은 바위 하나 정도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백두대간임을 알리는 정상표지석만 크게 섰다. 수정은 없고 수정 같은 땀방울만 가득하다. 오늘 산길 중 가장 높은 곳에 올라왔다. 점심을 먹으면서 쉰다.

 

이정표에는 수정봉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고리봉까지 7km라고 알려준다. 고리봉까지 가지는 않는다. 소나무 숲길을 걸어 내려갔다 올라가기를 반복한다. 덕운봉(745m)에 올라선다. 정상 표지는 없고 이정표만 있다. 직진하면 노치마을로 내려가고 지리산 고리봉으로 이어진다. 목적지인 구룡폭포와 육모정을 가려면 90도로 꺾어 내려가야 한다.

 

길은 여전히 소나무 숲길이다. 소나무 숲길은 어수선한 것 같아도 편안함을 준다. 소나무는 하늘을 가려 햇볕은 차단하고, 잔가지 없어 시원한 맛을 준다. 돌을 잘 다듬어 쌓은 노치산성도 지난다. 오르락내리락 완만한 산길을 걸어서 구룡봉(728.2m)을 지난다.

 

산길은 지리산 둘레길과 만난다. 주천에서 올라온 지리산둘레길 1코스다. 솔숲 사이로 난 평평한 길은 산속에 있는 길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좋다. 옛날에는 마차도 다녔겠다. 소나무 연리목 바로 앞에서 구룡폭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이정표는 없다.

 

 

 

 

 

 

 

 

 

 

표지석이 없는 구룡봉

 

 

 

 

 

 

 

 

 

 

지리산 둘레길과 만난다.

 

 

 

 

이정표가 없지만 구룡폭포로

 

 

 

 

 

 

 

 

14:15 아홉 마리 용이 놀았다는 구룡계곡

 

물소리가 들린다. 계곡으로 가까이 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구룡폭포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다. 암반을 타고 흐르는 거친 물줄기를 만난다. 장관이다. 철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방장제일동천(方丈第一洞天)"라는 글이 쓰여 있다. 작은 연못을 이루면 떨어지는 폭포를 마주한다.

 

구룡폭포(九龍瀑布)는 구룡계곡 최상류에 있는 폭포로 지리산 만복대에서 흘러내려온 물줄기다. 음력 4월 초파일이면 아홉 마리의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아홉 군데 폭포에서 한 마리씩 자리를 잡아 노닐다가 다시 승천하였다고 한다.

 

구룡폭포는 화강암의 기반 위에 구혈(甌穴)과 폭포가 발달하였는데, 이 구혈이 용 두 마리가 춤을 추듯 하늘로 오르는 것 같다고 해서 교룡담(蛟龍潭 )이라는 이름도 붙었다. 구혈을 거쳐 흘러내리는 폭포를 보고 있으니 물속으로 빠져들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힌다.

 

구룡계곡을 따라 내려온다. 계곡은 폭이 넓다. 비폭동, 유선대, 챙이소 등 구룡9곡 명소들을 지나온다. 이름난 명소들에는 큰 바위가 있다. 계곡 바위에 앉아 쉴 수 있는 곳이다. 다리를 몇 개 건너서 내려오면 정령치로 올라가는 도로와 만난다.

 

 

 

 

 

 

 

 

 

 

방장제일동천 구룡폭포

 

 

 

 

교룡담

 

 

 

 

구룡폭포 동영상

 

 

 

 

 

 

 

챙이(키)처럼 생겼다고 챙이소

 

 

 

 

 

 

 

 

15:50 구룡계곡 입구 육모정

 

오른쪽으로 용호서원이 있고 계곡 쪽으로 육모정이 자리 잡았다. 보통 팔각정인데, 육각형으로 만든 정자라고 육모정(六茅亭)이라고 불렀다. 육모정은 1572년 지역 선비들이 결성한 향약인 원동계(源洞契)의 모임장소다. 1961년 수해로 유실되었다가 1997년 남원시의 지원으로 현재의 위치에 복원되었다.

 

육모정에는 더위를 식히려고 쉬고 있는 사람들이 여럿 앉아 있다. 육모정 아래 계곡에는 물놀이가 한창이다. 여름이다.

 

 

 

 

 

 

산행은 13km, 6시간 정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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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19. 백두대간 수정봉과 지리산 구룡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