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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리산

지리산을 품다. 중산리에서 천왕봉, 장터목에서 중산리

by 솔이끼 2015. 7. 29.

 

 

 

2015.7.26.

 

지리산

 

 

'어리석은 사람(愚者)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智者)으로 달라진다 해서 지리산(智異山)'이라 불렀단다. 백두산의 맥이 반도를 타고 내려와 이곳까지 이어졌다는 뜻에서 두류산(頭流山)이라고 부르고, 불가(佛家)에서 깨달음을 얻은 높은 스님의 처소를 가리키는 '방장'의 그 깊은 의미를 빌어 방장산(方丈山)이라고도 하였단다.

 

나는 두류산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다.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 여전히 흐르는 산. 그 산을 물 흐르듯 오르고 싶다. 오늘 산행코스는 중산리에서 천왕봉으로 바로 올랐다가, 장터목대피소에서 중산리로 내려오는 13km 정도 길이다. 예상시간은 7시간 정도 잡았다.

 

 

 

 

 

 

 

 

09:35 천왕봉을 향하여

 

중산리에서 천왕봉까지 5.4.km. 중산리 야영장(637m)을 지나 산길로 들어선다. 통천길이라는 문을 지난다. 계곡 물소리가 우렁차다. 숲을 가르며 흐르는 계곡은 큰 바위들이 물길을 막아서고, 이리저리 바위를 피한 물줄기는 작은 폭포들을 만들며 요란스럽다. 귀도 시원하고 몸도 서늘하다. 여름이라는 날씨가 무색하다. 숲이 주는 마술이다.

 

산길은 돌로 다듬어 놓은 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을 길을 걸어간다. 칼처럼 생긴 바위를 지난다. 칼바위를 지나고 가파르게 올라간다. 계속된 돌계단길. 거친 숨을 들이키게 한다. 천왕봉으로 오르는 가장 짧은 길인만큼 경사가 심하다. 망바위을 지나고 숨을 돌린다.

 

계곡 물소리는 멀어지고 숲이 점점 밝아진다. 완만한 흙길을 걷기도 한다. 길 오른편으로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1m 정도 높이에서 물이 흘러나온다. 석간수다. 나오는 물 양도 상당하다. 한 모금 마시니 엄청 시원하다.

 

 

 

 

칼바위

 

 

 

 

 

 

 

 

 

 

 

 

 

 

12:00 대피소와 절이 함께 있는 곳

 

로타리대피소(1,335m)가 보인다. 대피소에는 산행객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라면을 끓이는 산행객들도 보인다. 3.3km 정도 오르는데 2시간 20분이 걸렸다. 계획했던 시간보다 많이 지체됐다. 출발할 때는 1시 정도에 천왕봉에 올라서려고 했는데.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대피소 바로 위에는 법계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절이라고도 한다. 지금까지 천왕봉을 수 없이 오르면서 그냥 지나치기만 했었다. 오늘은 법계사 삼층석탑을 보고 가야겠다. 일주문은 새로 만들었는지 현판도 달지 않았다.

 

법계사는 가파른 경사지에 대웅전, 산신각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자연 암반 위에 작은 삼층석탑이 서 있다. 기단석을 커다란 바위로 만들어서 웅장하게 보인다. 파란 하늘과 어울려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12:50 하늘로 오르는 길

 

법계사에서 천왕봉까지 2km. 산길은 다시 가파르게 올라간다. 여름 꽃들이 여기저기 피었다. 동자꽃, 하늘말나리, 긴산꼬리풀, 범꼬리 등등. 가을에 피는 꽃들도 보인다. 물봉선과 구절초도 피었다. 고산지대는 여름꽃과 가을꽃이 한꺼번에 핀다.

 

고사목도 보인다. 죽어서도 쉬지 못하는 나무. 안개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산길은 큰 나무들이 점차 사라지고 키 작은 나무들이 숲을 이룬다. 바위 사이로 길이 있는 개선문을 지난다. 천왕봉이 가까워졌다.

 

남강발원지인 천왕샘.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석간수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물 한 모금 마신다. 시원하다. 천왕샘을 지나면 이제 마지막 오르막만 남겨둔다. 하늘이 열린 길이다. 지리산 정상이 울퉁불퉁 하늘을 가르고 있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선다.

 

 

 

 

 

 

 

 

 

 

 

 

 

 

 

 

천왕샘

 

 

 

 

 

 

 

 

 

 

 

 

 

 

14:30 지리산을 품다.

 

천왕봉 정상(1,915m). 태풍의 영향인지 등산객들이 붐비지 않는다.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는다. 한산하고 여유가 있다 보니 다른 분들의 사진도 찍어준다. 나도 한장 부탁한다. 정상 하늘은 잠자리 천국이다. 엄청나게 많은 잠자리들이 하늘을 점거하고 있다.

 

정산은 흐렸다 맑았다 한다. 시원한 산너울을 보려고 기다리는데 좀처럼 구름이 걷히지 않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제석봉으로 향한다.

 

천황봉과 장터목대피소 사이(1.7km)는 정말 멋진 길이다. 바위 암릉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바른생활 나무 같은 구상나무들도 보인다. 가끔 밀려오는 구름과 어울려 한 폭의 동양화를 만들어 준다. 통천문을 지난다.

 

 

 

 

 

 

 

 

 

 

 

 

 

 

 

 

 

 

 

 

 

 

 

 

 

 

 

 

 

 

 

 

 

 

통천문에서 바라본 풍경

 

 

 

 

 

 

 

 

 

 

 

 

 

 

15:30 인간의 욕심, 삶과 죽음을 보다.

 

제석봉(1,808m) 고사목들은 많이 없어졌다. 옛날 을씨년스런 풍경은 초원으로만 보인다. 군데군데 키가 작아진 고사목들이 애처롭게 서있다.

 

옛날에는 제석봉 일대에 큰 숲이 있었다. 이곳에서 몰래 벌목을 하던 업자가 도벌(盜伐) 흔적을 감추려고 일부러 불을 질렀단다. 범죄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흔적을 지우려고 했던 노력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고산지대에서는 한번 숲이 망가지면 회복이 되기 힘들다. 숲을 살리려고 심어 놓은 구상나무 묘목들이 말라 죽어 있다. 안타깝다.

 

 

 

 

 

 

 

 

15:50 폭포가 어우러진 법천계곡을 따라

 

장터목대피소다. 해발 1,653m. 옛날 이 높은 산에 장이 섰다는데. 어찌 짐을 지고 왔을까? 지금은 지리종주를 하는 사람들과 백무동과 중산리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지나가는 길목이 되었다.

 

중산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5.3km. 올라왔던 거리만큼 다시 내려간다. 조금 내려서니 바로 계곡이다. 시원한 물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칼바위까지 이어지는 법천계곡은 폭포 천국이다. 여러 단으로 떨어지는 무명폭포들이 이어진다.

 

커다란 직벽으로 바로 떨어지는 유암폭포(1,210m)는 장관이다. 산길도 완만하고 부드럽다. 쉬엄쉬엄 내려간다. 소를 이루는 물빛이 옥색이다. 마음이 빨려 들어갈 것 같다. 계곡에 잠시 쉬었다 간다.

 

 

 

 

 

 

 

유암폭포

 

 

 

 

 

 

 

 

 

 

 

18:30 산행을 마치다.

 

다시 칼바위를 만나고 중산리로 내려선다. 총 13km 정도를 걸었다. 쉬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9시간 정도. 계획은 7시간 정도 예상했는데 많이 지체됐다. 나름 여유를 가져 지리산 아름다운 풍광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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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26. 지리산 천왕봉 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