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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정하지 않고 떠난 여행, 7번 국도 따라 가다 안동까지

by 솔이끼 2017. 8. 16.

 

 어디로 떠날까?

 

8월 첫 주

여름 가장 무더운 시기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인지 휴가를 떠난다.

그리고

나도 휴가를 떠난다.

(2017.8.3.~8.5.)

 

휴가는 즐겁지만 준비는 힘들다.

어떻게 보낼 것인지? 먹을 것은? 잘 곳은? 볼거리는?

즐거운 휴가의 속살은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하는 갈등의 연속이다.

누군가 멋진 프로그램을 구성해서 패키지로 돌려주면 좋겠지만

개인휴가를?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과 변화를 위한 휴가를 패키지로?

그건 아니다.

 

 

 

 

그래

생각 없이 떠나자

잘 곳을 정하지 않고 떠나기

잘 곳이 정해지지 않는 여행은 목적지가 없다는 것이다.

목적지 없는 여행

멋지지 않는가?

 

목적지가 없더라도 가고 싶은 곳은 정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제주돈데

미리 준비가 되지 않으면 가기에 부담되는 곳이다.

다음은

동해바다

그래 동해로 떠나자

거친 파도와 하늘과 맞닿아 있는 수평선이 펼쳐진 곳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곳

! 떠나자! 동해바다로!

 

 

 

 

동해로 가는 길

 

남쪽바다 중간쯤에 있는 도시 여수

바다를 보면서 살고 있지만 동해바다는 또 다른 유혹이다.

올망졸망한 바다가 아닌 광활한 바다

동해바다로 가려면 남해고속도로를 타야 한다.

남해고속도로가 연결된 곳은 부산

부산은 패스

부산 들어가는 순간 일상으로 들어가 버릴 것 같은 답답함

부산을 우회해서 경부고속도로로 들어서니 통도사 이정표가 보인다.

들렀다 가자.

 

처음으로 먹을 것을 걱정한다.

무작정 떠나도 여행이었어.

여행은 먹을 것을 고민하게 한다.

?

여행할 곳의 독특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의무감을 가지기 때문

인터넷 검색으로 주변 맛집을 찾는다.

홍합밥 하는 곳이 있다.

먹고 싶다.

 

 

 

 

홍합이 밥과 어울릴까?

비릴텐데.

식당이 카페 같아 마음에 든다.

고전음악이 부드럽게 흘러나온다.

정갈한 밑반찬이 나오고, 홍합밥이 나온다.

밥에 홍합이 들어있다.

홍합밥은 바다의 비린 맛을 밥에 넣어 놓은 것이었다.

톳을 넣은 누룽지도 독특하다.

 

 

 

 

우리나라 3대 사찰이라는 양산 통도사

왜 아직까지 와보지 못했을까?

우리나라 땅이 너무 넓어서?

커다란 일주문을 지나니 소나무가 뒤엉켜 있는 멋진 숲을 만난다.

기우뚱한 소나무가 반기는 숲길로 들어선다.

솔숲

아름답다.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은 많지만 이렇게 멋진 길은 드물다.

그것도 몇 백 년 된 소나무들이 길옆으로 도열하고 있다면

솔바람 맞으며 걷는다.

 

 

 

 

숲이 끝나는 곳에 절집이 나타난다.

절집은 영역이다.

절의 영역으로 들어가려면 문으로 들어서야 한다.

산문

문을 들어서면 또 문이 나온다.

그 문을 지나면 또 문이 나온다.

절 마당을 지나고 여러 건물들을 지나친다.

웅장한 대웅전과 금강계단

대웅전 안에는 부처가 없다.

금강계단은 들어갈 수가 없다.

연못가 붉은 배롱나무 꽃이 여름을 즐긴다.

 

 

 

 

첫 번째 만날 동해를 어디로 정할까?

감동이 있어야겠지?

경주 감은사지로 향한다.

몇 년 전 와보고 감동 먹었던 곳

다시 가보고 싶은 곳

커다란 삼층석탑을 올려다봤던 곳

 

멀리 감은사삼층석탑이 보인다.

감은사지는 논을 사이에 두고 언덕에 탑이 두개 서있다.

점점 다가갈수록 커져만 가는 탑

탑 아래 선다.

모서리가 부서지고 비틀어져도 탑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천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탑만 남았다.

금당 터는 흔적만 남아있다.

감은사도 화려한 시절이 있었다.

화려한 시절은 가도 삼층석탑은 남았다.

그렇기에 더 멋진 탑이다.

 

 

 

 

동해바다를 만지다.

 

우리나라 역대 왕 중 유일한 수중릉이 있는 곳

동해바다

그 바다를 만난다.

바닷가에 선다.

수중릉은 물위에 고개만 내밀고 있다.

그 주인은 문무대왕이다.

죽어 동해의 용이 되겠다고 했다는 왕

바다의 용이 파도를 일으킨다.

파도는 하얀 포말로 부서진다.

거친 듯 부드러운 바다

한 때 한 나라의 왕이었던 용은 여전히 동해에 살아있다.

 

 

 

 

31번 국도를 타고 북으로 오른다.

한쪽은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가 육지로 밀고 들어온 곳은 마을이 자리를 잡았다.

항구들을 징검다리처럼 지난다.

포항 땅으로 들어선다.

구룡포

용이 아홉 마리나?

구룡포에는 일본인이 많이 살았나보다.

일본인 가옥거리가 있다.

옛 가옥 몇 채 복원되어 있다.

씁쓸한 풍경

잊혀 져서는 안 될 역사와 복원해서는 안 될 역사를 구분 못하는 것 같다.

신사가 있던 터에서 구룡포를 내려다본다.

 

 

 

 

호미곶으로 향한다.

우리나라를 호랑이로 모양으로 재구성 했을 때 꼬리에 해당되는 곳

어렸을 때 학교에서 토끼꼬리라고 배웠다.

옛 이름이 호랑이꼬리인데 굳이 토끼꼬리로 바꿔야 했던 사람들

왜 그랬을까?

그곳에 새천년을 맞아 커다란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커다란 손

육지에 손이 하나 더 있어 상생의 손이라고 하는데

이름에서 느껴지는 감동은 없다.

그냥 커다란 손이 만지고 싶을 뿐이다.

살아가면서 항상 감추고 있는 아픈 마음을 치유해 줄 것 같은 커다란 손이다.

손을 잡지 못해 나의 아픈 마음은 치유가 되지 않는다.

 

 

 

 

동해에서 일몰을 보다.

 

해안을 따라 나온다.

바다는 색을 잃어간다.

해가 내린다.

구름사이로 빛이 내린다.

하늘이 붉어진다.

동해바다에서 석양을 볼 수 있다니.

멋진 풍경이다.

동해바다의 일몰은 웅장한 울림을 준다.

우리나라의 땅 넓이만큼의 큰 일몰이다.

교향악처럼 내리는 일몰을 보면서 달려간다.

 

 

 

 

도로는 7번 국도로 바뀐다.

바다는 어둠에 묻혔다.

동해를 따라 계속 북상 중

바다가 흐르고 시간이 흐른다.

영덕 땅으로 들어선다.

잘 곳을 찾아야 한다.

강구항은 불빛이 밝다.

강구라는 이름이 멋지다.

여관을 찾는다.

 

 

 

 

늦은 저녁

강구는 대게가 유명하다.

지금은 대게 철이 아니란다.

아쉬운 대로 러시아 대게를 한 마리 잡는다.

아직까지 대게 맛을 보지 못했다.

니들이 게 맛을 알아?”

커서 대게가 아니라 다리가 대나무처럼 생겨서 대게란다.

첫맛은 게살 향에 반한다.

부위마다 조금씩 다른 맛이 특이하다.

그러나

많이 먹을 음식은 아니다.

대게만 먹어야 하는 음식은 매력적이지 않다.

 

 

 

 

생각지 않았던 풍경에 반하다.

 

아침

일출이 530분경이란다.

너무 빠르지 않을까?

서둘러 준비하고 어둠이 가지지 않은 항구로 나간다.

항구는 새벽인데 분주하다.

배들이 불을 켜고 들어온다.

들어온 배에서는 어획물들이 내려진다.

팔딱거리는 광어도 있고, 국민생선 고등어도 있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바로 경매가 이루어진다.

배가 들어올 때마다 옮겨 다니며 경매를 한다.

활기차다.

 

 

 

 

 

방파제로 걸어간다.

바다와 맞닿은 하늘은 금빛이다.

해가 구름 위로 고개를 내민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해

오늘

강구항에서 본 해는 나에게 특별한 해가 된다.

201784일 아침이 열린다.

 

여행을 가면 아침 먹기가 쉽지 않다.

아침 하는 식당이 드물고 단순한 음식만 한다.

패스

대신 커피를 마신다.

울진은 복숭아가 유명하다.

커피에 복숭아라니…….

색다른 아침이다.

 

 

 

 

쉬엄쉬엄 가는 여행이 좋다.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다

울진으로 넘어간다.

옛날에는 공비가 나타난다는 아주 깊은 곳

지금은 동해바다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곳

바다는 오른편에서 같이 따라간다.

성류굴 이정표를 만난다.

추억의 동굴?

수학여행 기억 저편

 

 

 

 

여름은 동굴이 좋다.

성류굴로 들어가는 천변이 멋진 풍경이다.

성류굴 좁은 입구로 들어가면 멋진 종유석들이 동굴을 장식하고 있다.

시원하다.

냉장고에 들어와 있는 기분?

 

 

 

 

상가에서 은어튀김 먹는다.

민물고기의 비린 맛?

씹으면 구수한 맛으로 변하는 마법

천변 평상에 앉아 여유를 즐긴다.

왕버드나무 그늘이 좋다.

 

 

 

 

다시 동해로 나왔다.

해변이 쨍하다.

망양정 오른다.

바다를 보기 위해 높은 곳으로 오른다.

망양정에 선다.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해변은 쨍, 바다는 짱, 머리는 횡

파란바다가 넓다.

머리는 그만큼 비워진다.

시원하고 허전하다.

바람

어디서부터 불어왔는지 모를 바람

나를 감싸고 지나간다.
또 다른 바람이 지나간다.

망양정 난간에 앉아 넓은 바다를 바라본다.

 

 

여행은 욕심이다.

 

동해를 따라 올라간다.

도로가 4차선으로 넓어진다.

빠르고 편리함이 아름다움을 가져가 버렸다.

길은 매력이 없다.

 

 

 

 

삼척

강원도 땅이다.

멀게만 느껴지는 땅

죽서루를 찾아간다.

대나무 서쪽에 있는 누각?

죽서루는 삼척읍성의 일부다.

강변을 따라 만든 읍성에 누각을 세웠다.

여행객을 위한 정자가 아니라 관료들이 즐기기 위해 만든 멋진 누각이다.

2층 큰 누각은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난간에 앉아 있으니 풍악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옛 관료들의 유흥 문화가 겹쳐진다.

 

더 올라가면 동해와 강릉

길을 틀어 서쪽으로 향한다.

바다와 이별하고 내륙으로 들어간다.

길은 구불구불 산을 헤집고 이어진다.

옛날 분주했을 것 같은 작은 도시들을 지난다.

 

 

 

 

구문소

물이 바위를 뚫고 흐르는 곳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고 했는데

흐름의 법칙이 어긋나는 곳

산을 넘지 못한다고 했지 뚫지 못한다고는 안 했다.

세월이 흐르면 산을 뚫을 수도 있다.

물길 옆으로 도로도 흐른다.

차는 산을 넘을 수 있는데

물이 뚫고 지난다고 차도 산을 뚫고 지나간다.

조금 덜 돌아가려는 인간의 욕심

뻥 뚫려버린 산이여.

마음이 아프냐?

 

 

 

 

서쪽하늘로 해가 흐를 때

봉화를 지난다.

그냥

영주 땅으로 얼른 들어가야 하는 욕심 때문에

부석사 안양루 옆에 서고 싶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라는 말이 있다.

무량수전 기둥은 너무 장엄하다.

기대어 서기가 조심스럽다.

허공에 떠있는 안양루

그 옆에 조심히 서서 먼 산을 바라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욕심인 것을…….

여행은 욕심이다.

 

 

 

 

여행자는 사소한 친절에도 감동한다.

 

해는 넘어가고 숙식을 해결해야 한다.

부석사 근처에 잘만한 곳이 없다.

저녁도 해결해야 한다.

영주 시내로 나온다.

시청 옆에 가면 식당이 많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찾아갔다.

그러나 주위는 썰렁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낮선 곳에서는 서툴러진다.

작은 돼지고기집을 찾았다.

식당 아저씨가 친절하다.

여행자는 사소한 친절에도 감동한다.

 

85

도시에서 맞는 아침

도시는 여행을 게으르게 만든다.

일찍 산책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비슷한 풍경을 먼 곳까지 와서 볼 부지런함이 생기지 않는다.

 

 

 

 

안동으로 내려간다.

왜 남쪽으로 내려간다고 할까?

하여튼 내려가니 기분이 좋다.

가는 길 가까운 곳에 봉정사가 있다.

무량수전보다 더 오래 됐다는 극락전이 있는 곳

이정표를 보도 꺾어 들어간 길은 구불구불

길가 봉정사 가는 길이라는 분홍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멋진 정원이 있는 가든 카페.

커피를 부탁한다.

아침을 안 먹었다고 하니 땅콩잼 바른 모닝빵을 준다.

감사^^

 

 

 

 

편안함과 불편함 사이

 

봉정사

우리나라 최고 오래된 목조건물이 있다고?

그럼 엄청 큰 절?

오래된 것과 큰 것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절로 들어가는 길도 소박하다.

단출한 절집.

절을 마주한 느낌은 너무 편하다.

입구를 겸한 누각이 있고 마당 건너 대웅전

양 옆에 건물이 있다.

만세루 마루에 앉아 대웅전을 바라보니 하늘과 산과 대웅전 용마루가 겹쳐진다.

산사의 염불소리가 허공을 흐른다.

극락전

오래된 건물에서 절제된 아름다움을 본다.

 

 

 

 

편안한 들길이다.

안동은 산과 천과 들이 부드럽게 어우러진 곳

오래된 집들이 여럿 보인다.

고택

지나가는 길에 학봉고택을 본다.

조선 중기 유명한 분

사랑방에는 바둑돌 소리가 들린다.

조심스럽다.

개인 생활공간에 허락 없이 들어온 것이 민망하다.

그렇다고 입구에 사람이 없으니 물어보고 들어올 수도 없다.

근데 나만의 생각이었나 보다.

바둑을 두는 분들도, 부엌에서 일하시는 분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배가 고프다.

안동찜닭이 생각난다.

시장을 찾아간다.

찜닭집이 엄청 많다.

찜닭은 주문하고 30분 걸린단다.

정보가 없었다.

다른 분들은 미리 예약을 하고 와서 바로바로 먹는데.

배가 더 고프다.

기다린 만큼 맛있게 먹는다.

기름지고 달달한 맛에 반한다.

 

 

 

 

여행은 도시와 도시 사이를 여행하는 것

 

안동지역에 있다는 전탑을 찾아간다.

그중 제일 크다는 신세동 7층전탑을 보러간다.

최고 덥다는 시기에 안동여행이라니

게다가 더 덥게 느껴지는 철길 옆

기온은 36도가 넘어간다는데

임청각 고택은 수리중이다.

우리나라 초대 국무령이 살았던 곳

독립운동의 현실을 느끼게 하는 곳

마루에 앉아 지붕사이로 하늘을 본다.

맑은 하늘은 기분을 맑게 한다.

7층 전탑은 웅장하다.

작은 벽돌들을 치밀하게 쌓은 정성이 대단하다.

 

 

 

 

 

 도시를 지난다.

커피생각

더위를 식힌다.

여행은 다양한 것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도시, 커피, 찾아가는 곳

그리고

다시 도시로 돌아온다.

 

 

 

 

 병산서원 찾아가는 길

비포장도로?

아직도 이런 길이 있어?

천변을 따라 이어진 길은 흙먼지 날린다.

여름 땡볕에 흙먼지 풀풀 날리는 길이라니…….

서원으로 들어서니 배롱나무 붉은 꽃이 반긴다.

만대루

이름이 특이하다.

석양을 기다린다?

만대루는 올라갈 수 없다.

서원 본건물 마루에 올라선다.

반듯한 만대루 너머로 삐뚤빼뚤한 산등성이가 오르내린다.

하늘은 여전히 맑다.

그만 여행을 끝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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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 있을 때

 

2017.8.3.~8.5. 여름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