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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따라서

무등산은 수정병풍을 두른 산

by 솔이끼 2011. 3. 21.





무등산 옛길 2구간, 원효사에서 서석대까지


무등산을 찾아간다. 구불구불 산으로 낸 도로. 산수동에서 원효사까지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간다. 원효사 입구는 무등산 옛길 1구간이 끝나고 2구간이 시작되는 곳이다. 무등산 옛길 1구간으로 산수동-충장사-원효사 7.75km다. 산책로 같은 숲길을 쉬엄쉬엄 걸어가기에 좋다.


무등산 옛길 2구간은 원효사-제철유적지-서석대까지 4.12km다. 짧다고 생각하면 오산. 여기에는 내려오는 길은 포함되지 않았다. 무등산 옛길 2구간은 올라가는 길만 있다. 내려오는 길은 장불재거쳐 비포장도로와 산길을 7.1㎞ 돌아와야 한다. 결국 무등산 옛길 2구간은 11.22㎞다. 여유있게 걸으면 대충 5시간 정도.


원효사 입구 주차장에서 산길로 들어선다. 산길은 봄기운이 물씬 배어난다. 길은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 말랑말랑한 느낌이다. 기분이 좋다. 산길은 일방통행이다. 무등산 옛길 2구간은 오르기만 할 수 있다. 마주 오는 사람이 없어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무아지경의 길’이라는 표지판을 만난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를 오감으로 느끼면서 마음으로 걸어보라고 한다. 마음을 열고 쉬엄쉬엄 걸어간다. 계곡물이 졸졸 흐른다. 잠시 쉬었다 간다. 계곡 주변으로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이 수정처럼 반짝인다. 물에 손을 담근다. 시리도록 차다. 그래도 기분이 좋다. 차가운 상쾌함.


산길에는 제철유적(製鐵遺蹟)도 있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김덕령 장군이 무기를 만들었던 장소로 주검동(鑄劍洞)이라고도 부른다. 제철유적이라고 해야 거창할 것 없이 단순한 터만 남았다. 이 깊은 산속에서 철을 만들어 냈다는 게 신기하다. 요즘은 철광석을 수입하던데 옛날에는 계곡에서 사철(砂鐵)을 채취해서 철을 만들었단다. 쇳물을 녹이고 남은 찌꺼기인 쇠똥을 군데군데 모아 놓았다.


산길은 가파르게 오르더니 ‘하늘이 열리는 곳’을 만난다. 그동안 원시림 같은 숲길을 무아지경으로 걸어왔다. 하늘이 터지더니 나무들은 키가 작아졌다. 시야가 터진 곳으로 중봉이 갈색 옷을 입고 있다. 구불구불한 중봉으로 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이어간다.














무등산 옛길 종점은 서석대


군부대로 향하는 도로를 건너 서석대로 오른다. 산길은 계단 길로 바뀐다. 돌계단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오른다. 길은 기암괴석과 만나더니 전망대들이 군데군데 있다. 그러다 서석대를 마주한다. 수정병풍이라고 했던가? 수직으로 쭉쭉 뻗은 기둥은 와르르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게 서있다. 장관이다.


서석대 장관에 한동안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전망대에서 조금만 오르니 ‘무등산 옛길 종점’이라는 표지판을 만난다. 서석대 위로 올라선다. 우리가 갈수 있는 무등산 정상이다. 무등산 정상은 천왕봉(1187m)인데 군사시설이 있어 더 이상 갈 수 없다.


서석대(1100m)에 서면 광주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서석대 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햇살을 받고서 쉬고 있다. 기분이 좋다. 한참을 앉아 있어도 일어서기가 싫다. 너무나 편안한 산이다. 내려오는 길에 입석대(1017m)도 들른다. 커다란 돌기둥들이 하늘로 섰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서석대와 입석대


무등산의 서석대(瑞石臺)와 입석대(立石臺)일원(107,800㎡)은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하여 보호 관리하고 있다. 서석대와 입석대 처럼 기둥모양으로 생긴 바위를 주상절리(柱狀節理)라고 한다.


무등산 주상절리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약 1억만년~6천만년 전)에 화산이 폭발하여 용암이 식으면서 수축현상에 의해 냉각 면이 수직방향으로 갈라진 것이 빙하기를 겪으면서 침식작용으로 돋아난 것이다. 바다에서는 이런 지형을 볼 수 있는데, 산 정상에 오각 또는 육각형의 깎아지른 돌기둥이 서있는 신비로운 절경은 이곳 무등산에서만 볼 수 있다.


서석대도 그렇지만 입석대 전망대도 너무 가까이 있다. 웅장한 맛을 즐길 수 있어 좋지만 장관을 한눈에 담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서석대와 입석대의 장관을 다양한 모습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지금 전망대 뒤쪽으로 하나씩 더 만들어 주면 좋겠다.












 

중봉으로 이어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