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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따라서

강진 덕룡산. 붉은 진달래와 하얀 바위가 어울린 멋진 산. 거친 바위 산행

by 솔이끼 2021. 3. 23.

 

2021. 3. 21.
강진 덕룡산

 


바람이 차다.
아니 강풍이 분다.
일기예보는 강풍주의보
그래도
꽃들이 피고 있다.
남녘 바닷가
벚꽃이 꽃망울을 부풀리고
진달래는 만개했다.

 

강진으로 향한다.

 

 

 

 

3월 중순 무렵.
진달래가 예쁜 산이 있다.
온 산을 덮는 진달래 꽃도 좋지만
바위 틈에서 피는 진달래는 더 좋다.
내 기준으로는 가장 예쁜 꽃이다.

 

오랜 세월 바람과 싸우면서 피고 졌을 꽃
바위 틈에 뿌리 내리고 위태위태하게 세월을 보냈을 나무
기껏해야 손가락 정도 굵기의 나무
살아 있는 지 만져봐야 알 수 있을 정도 앙상한 나무
그 꽃이 봄이 되면 붉은 꽃을 피운다,
겨울을 버티고 살아있다는 희열의 꽃

 

 

 

 

 

 

 

 

 

 

덕룡산
400m급 낮은 산
바다를 향하던 흰 바위들이 바다를 만나
줄지어 서 있는 산
산줄기는 땅끝까지 이어진다는 데
거칠다고 소문난 산
3월이 되면 진달래 꽃밭이 되는 산

 

산행은 소석문에서 시작
소석문은 석문산과 덕룡산 사이로 흐르는 길
길이 흐르면 물도 흐른다.
다리를 건너 산행을 시작한다.
물가 버드나무가 순을 밀어내고 있다.

 

 

 

 

 

 

 

 

 

 

 

 

 

큰 나무가 없는 숲으로 들어선 산길
이 길을 오래 전에도 왔다.
그 때도 바람이 많이 불었다.
잔설이 쌓인 겨울
정비되지 않은 산길은 힘들었던 기억을 남겼다.
그리고 17년이 흘렀다.
산길은 더듬더듬 기억을 파고든다.

 

가파르게 오르는 산길은 반듯한 바위를 만난다.
밟고 올라갈 보조시설이 설치되었다.
덕룡산 바위는 규사 성분이 많아 미끄럽다.
규사는 유리를 만드는 원료로 쓰인다.

 

 

 

 

 

 

 

 

 

 

 

 

 

능선으로 올라선다.
진달래 꽃밭
뒤로 보이는 석문산 큰 바위가 금강산처럼 보인다.
산길은 완만한 길과 바위 길을 반복한다.
하얀 바위와 붉은 진달래
잘 어울린다.

 

 

 

 

 

 

 

 

 

 

 

 

 

 

 

 

 

 

 

 

 

 

 

 

 

동봉 오른다.
줄을 잡고 위태롭게 올라야 하는 곳도 있다.
동봉에 선다.
와!
앞으로 펼쳐진 하얀 바위 산들이 한폭의 산수화를 그려 놓았다.
거친 바위산들이 겹쳐지면서
커다란 그림을 그렸다.

 

 

 

 

 

 

 

산을 이어간다.
내려가는 길은 두 손을 써야 한다.
점점 더 거칠어진다.
요즘 거친 산들은 대부분 정비되어 줄을 잡고 오르는 곳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덕룡산은 아직 거친 모습이 그대로다.
손과 발을 다 써서 오르고 내려야 한다.
데크가 설치된 곳이 한 군데도 없다.

 

봉우리를 오를 때마다 내려갈 것을 고민해야 할 정도다.
고민이 하나 더 있다.
산이 워낙 거칠어서 바위 봉우리를 우회하는 등산로가 있다.
거친 맛을 느끼려면 직진
시간이 걸리고 힘들더라도 바위 봉우리를 보고 오른다.
멋진 비경을 하나라도 더 담고 싶다.

 

 

 

 

 

 

 

 

 

 

 

 

 

오르내리다 거칠게 오라서면 서봉이다.
우회로를 선택하면 서봉은 오르지 못한다.
바위 산 줄기는 계속 이어간다.
내려가는 길
바위 벼랑 타고 조심조심 내려선다.
발을 헛디디기라도 하면 바로 추락이다.
이런 길을 만들어 놓은 사람들이 대단하다.

 

 

 

 

 

 

 

바위봉우리로 내려서면 멋진 길이 펼쳐진다.
선이 살아있는 산길
진달래와 어울려 아름답다.
그 길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길을 따라 걷다가 다시 바위산 오른다.
우회로가 있다.
아니 우회로가 주 등산로다.
거필게 올라선 곳은 동백 꽃이 만발했다.
동백 숲에 들어가 보면 느끼는 기분
비밀의 숲
거친 바위와 진달래만 보다
힘이 넘치는 동백나무와 붉은 꽃들이 떨어진 은밀한 길
지나가는 기분 또한 묘하다.
갑자기 화면이 전환되버린 상황

 

 

 

 

 

 

 

 

 

 

힘들게 내려선다.
초원지대
바위들이 사라진 능선길
능선길 따라 쉬엄쉬엄 걸으면 덕룡산 주봉에 오른다.
민둥산에 멋진 이정표 서 있다.
개인적으로는 정상석 보다는 이정표가 더 좋다.
나무로 된 팻말 같으면 더 좋겠다.

 

 

 

 

 

 

 

 

 

 

아래로 작천소령
내려서서 주작산 오르려 했는데
임도와 만난다.
더 이상 가기 싫다.
온 몸을 썼더니 체력소모가 많다.

 

임도를 따라가니 택시가 보인다.
산에 웬 택시?
기사님께 물어보니 타란다.
택시 타려고 전화번호 알아놨는데
어떻게 산에서 기다리고 있냐고 물었더니
소석문에 주차된 차량을 보면 손님이 있을 지 예측된단다.
편하게 돌아왔다.
택시비는 1만원

 

하루종일 진달래에 취한 하루

거친 바위와 힘겨루기 한 하루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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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 있을 때

 

2021. 3. 21. 강진 덕룡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