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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따라서

겨울 소백산.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하는 비로봉 능선

by 솔이끼 2017. 1. 18.

 

2017. 1. 15.

소백산

겨울 눈꽃산행을 한다.

 

 

 

 

오늘 산행은 삼가주차장에서 비로봉으로 올랐다가

연화봉을 거쳐 희방사주차장으로 내려올 계획이다.

산행거리 14km, 예상 소요시간 6시간

 

 

 

 

10:26 삼가 주차장

 

 

 

 

며칠 전 눈이 많이 내렸다는 반가운 소식과 올해 최강 한파라는 썰렁한 소식과 함께 소백산으로 향한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인삼과 인견으로 유명한 풍기 땅으로 들어선다. 차는 소백산 아래 삼가주차장에서 멈춘다. 차에서 내리니 우려했던 것보다는 따뜻한 날씨다. 눈은 저 멀리 비로봉에 걸려있다.

 

하얀 눈밭을 기대했는데 조금은 아쉽다. 눈을 밟으러 등산로로 들어선다. 주차장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다. 비로사까지 이어진 길은 지루하다. 비로사 입구. 일주문만 보이고 절집은 숨었다. 갈 길이 멀다. 비로봉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포장도로는 시멘트길로 바뀐다. 절집도 지났는데도 도로는 계속 이어진다. 산속에 마을이 있다. 달밭골. 이름이 예쁘다. 햇볕 좋은 곳에 자리 잡은 마을은 편안한 느낌이다. 비로봉까지 3.4km를 가라고 알려준다.

 

 

 

 

11:02 달밭골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눈은 아직 없다. 잣나무 숲길을 지나고 하늘이 훤히 보이는 산길을 걷는다. 산길이 완만하고 편안하다. 눈이 점점 보이기 시작한다. 눈길과 만난다. 눈을 밟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눈길. 흙 반 눈 반이다. 원래 흙길이었겠지만 눈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 흙이 거스르게 보인다. 주인이 바뀌었다. 흙으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날은 따뜻하다. 기상청 예보에 영하 10, 풍속 12라던데 너무 겁을 먹었나? 산길은 완만하게 올라간다. 그래서 더욱 길게 느껴진다. 힘들지 않은 것 같은데, 허기가 진다. 정오를 넘기고 더 걸었다. 2시간 정도 걸었나? 햇살아래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앉아 있으니 춥다. 겨울은 겨울이다. 서둘러 먹는다. 

 

 

 

 

12:28~12:48 점심

 

 

 

 

 

 

 

비로봉까지 800m. 나무계단을 올라서니 나무들이 없는 정상 부근이다. 나무는 없고 눈 덮인 경사면이 파란하늘과 잘 어울린다. 깨끗한 느낌이다. 허전함과 맑음. 어울리지 않는 두 감정이 어울렸다. 두 감정이 상충되는 것 같지만 비어있는 느낌은 같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마음이 편해지는 산

 

 

 

 

 

 

 

정상에 선다. 비로봉이라고 쓴 표지석이 멋지다. 주걱 같은 커다란 돌에 멋지게 쓴 글씨. 고풍스런 느낌. 470여년 전 퇴계 이황도 올라왔다는 소백산. 그때도 지금처럼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었을까?

 

정상에는 표지석이 또 하나 서 있다. 사각기둥 작은 표지석에는 충청북도라는 도계 이정표와 함께 비로봉이라는 이름을 새겨 놓았다. 큰 표지석은 긴 줄이 서 있어서 작은 표지석에서 사진 한 장 남긴다.

 

 

 

 

13:10 비로봉(1,439m)

 

 

 

 

 

 

 

 

 

 

연화봉 방향으로 내려선다. 바람이 차갑다. 세차게 얼굴을 때린다. 나를 가려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풀은 눈에 파묻혀 산은 더욱 단순해졌다. 황량한 겨울과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등산로임을 알려주는 나무계단과 줄만이 이어진다. 옷깃을 세우고 바람막이 모자를 덧쓴다.

 

바람을 뚫고 계단을 내려간다. 뒤를 돌아본다.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이 멋지다. 하늘로 오르는 길? 나는 내려왔다. 그 길을 나를 지나친 등산객들이 오르고 있다. 연화봉까지 먼 길이다. 산길로 4.2km. 하얀 눈을 보면서 걷는다. 가다가 자꾸 뒤를 돌아본다. 비로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산과 하늘을 나누고 있다. 부드러운 율동으로.

 

 

 

 

 

 

 

 

 

 

연화봉 가는 길에 뒤를 돌아본

비로봉 능선

 

 

 

 

또 돌아본다.

 

 

 

 

 

 

 

 

 

 

소백산 주목

 

 

 

 

 

 

 

연화봉까지는 오르락내리락 눈길을 간다. 높은 곳에서면 뒤를 돌아본다. 아름다운 능선이 발길을 잡는다. 1연화봉에 선다. 너머에 연하봉이 또 있다. 눈길은 얼었다, 아이젠에 밟히는 소리가 청량하다. 눈 밟는 소리를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럴 때면 난감하다. 뽀득뽀득? 짜락짜락? 적막한 산길은 눈 밟는 소리만 들린다. 박자가 잘 맞는다. 단순한 소리가 반복되니 머리가 비워진다.

 

 

 

 

 

 

 

또 돌아본다.

 

 

 

 

 

 

 

 

 

 

비로봉이 자꾸 갈길을 잡는다.

 

 

 

 

연화봉 가는 길

 

 

 

 

 

 

 

바람이 불어오는 산길

멋지다.

 

 

 

 

 

 

 

 

 

 

소백산 비로봉 능선길

 

 

 

 

 

 

 

 

 

 

14:24 제1연화봉(1,394m)

 

 

 

 

13:01 연화봉(1,383m)

 

 

 

 

연화봉에는 전망대가 있다. 지나온 소백산 능선이 펼쳐진다. 멀리 걸어왔다. 마지막으로 소백산 능선을 바라보고 내려선다. 내려가는 길은 희방사 방향이다. 산속은 해가 짧다. 어둠이 내리기 전 서둘러야 한다. 

 

 

 

 

 

 

 

 

 

 

 

 

 

삼거리를 지나고 희방사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다. 아이젠은 벗었고 산길에는 눈이 남아있다. 조심조심 내려간다고 하는데. 발라당 미끄러진다. 허리에 가해진 충격이 크다. 그래도 다행이다. 다치지 않았다. 눈길을 내려오다 보면 자주 있는 일이다. 아이젠을 벗으면 나타나는 눈길. 다시 신으려니 귀찮고. 우물쭈물 하다 내려오면 꽈당.

 

희방사를 지나고 희방폭포가 나온다. 폭포가 떨어지는 계곡은 음산하다. 여름 웅장했던 폭포는 하얗게 겨울을 보내고 있다. 벌써 1월 중순. 봄이 기다려진다.

 

 

 

 

 

 

 

16:07 희방폭포

 

 

 

 

16:40 희방주차장

 

 

 

 

오늘 산행은 바쁘게 걸었는데도 목표시간보다 조금 늦었다.

눈꽃에 즐거웠고

바람에 마음을 비운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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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15. 겨울 소백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