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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따라서

눈 내리는 겨울 백운산. 하얀 겨울왕국. 시리도록 아름다운 눈꽃세상

by 솔이끼 2017. 1. 26.

 

2017. 1. 22.

광양 백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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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산행

 

 

 

 

눈이 내린다는 소식.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소식일 수도 있고, 불편한 소식일 수도 있다. 산을 좋아하는 나는 당연 즐거운 소식이다. 광양 백운산으로 향한다. 차창 밖으로 하얗게 보여야 할 백운산은 보이지 않는다. 야트막한 산 너머로 백운산이 있어야 할 공간은 잿빛 하늘로 가려졌다.

 

광양 읍내를 지나 옥룡면으로 향한다. 길가에 붕어빵 사서 먹는다. 예전 쑥붕어빵이 맛있었는데, 그곳은 대형 간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병풍처럼 둘러친 백운산 자락을 구불구불 올라간다. 길은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도로가 끝나서가 아니다. 전날 내린 눈이 얼었다.

 

길 가에 주차를 하고 등산로 입구까지 걸어간다. 얼어버린 도로를 조심조심 밟아간다. 등산로입구. 진틀 입구는 펜션을 알리는 간판들이 여럿 섰다. 올 때마다 한 두 개씩 늘어나는 것 같다. 오늘 산행은 신선대를 거쳐 정상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진틀 입구에서 병암산장까지 눈이 쌓인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간다. 눈이 날린다. 겨울산에 눈이 내리면 을씨년스런 분위기다. 그런 분위기가 좋다. 하얀 하늘에 날리는 눈은 칙칙한 분위기를 뚫고 겨울 흥겨움으로 날아온다. 얼굴로 달려드는 눈이 좋다.

 

산길을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계곡은 얼지 않았다. 하얀 눈 사이로 맑은 얼굴을 보여주며 추위를 이기고 있다. 눈이 덮인 바위들을 조심조심 밟고 오른다. 병암삼거리에서 신선대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가파르게 오른다. 눈도 더 많아졌다. 눈 속에서도 잎을 내밀고 있는 조릿대가 푸르름을 자랑한다.

 

 

 

 

 

 

 

병암삼거리 도착

 

10:40 주차 - 진틀 10:52 - 병암산장 11:06 - 병암삼거리 11:49

 

 

 

 

 

 

 

 

 

 

능선으로 올라선다. ! 바람이 세차게 밀고 들어온다. 순간 움찔. 그리고 춥다. 능선을 따라 가는 길은 눈보라가 몰아친다. 체감온도가 엄청나다. 손도 꽁꽁 얼었다. 조금 올라가니 여자 세분이 내려온다. 너무 추워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겠단다. 옆에서 몰아붙이는 눈보라는 얼굴이 아플 정도다. 바람막이 모자를 뒤집어쓴다.

 

나무들이 옷을 입었다. 땅도 하얗고 나무도 하얗다. 나무들은 하얀 눈바람꽃을 입고 있다. 눈꽃에서 바람이 나오는 것 같아 임의로 눈바람꽃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추위를 입고 있다. 시리다. 그러나 아름답다. 시리도록 아름다움 풍경. 추위를 이기고 산을 오르는 것은 가학적이고,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은 역설적이다.

 

 

 

 

 

 

 

 

 

 

 

 

 

 

 

 

 

 

 

 

 

 

 

 

 

하얀 설국으로 들어선다. 겨울왕국. 씨방만 달고 있는 철쭉열매에도, 말라버린 잎을 떨어버리지 못한 단풍나무에도 눈바람꽃이 덥고 있다. 눈맛. 낚시하는 분들은 물고기를 잡는 손맛을 즐긴다고 한다. 겨울 등산은 눈맛을 즐긴다. 눈이 즐겁다. 시리도록 하얀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즐기는 눈맛. 아슬아슬한 감정에 파묻힌다.

 

신선대 아래. 올라가기는 포기한다. 세찬 바람에 위험할 것 같다. 상봉으로 가는 길. 온통 하얀 세상이다. 점심 때가 지났다. 이런 눈보라 속에서 밥을 먹기 어렵다. 처마가 있는 커다란 바위 밑을 찾아 들어간다. 눈보라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눈밥을 먹는다.

 

 

 

 

 

 

 

 

 

 

 

 

 

 

 

 

 

 

 

13:00 신선대

 

 

 

 

 

 

 

 

 

 

 

 

 

 

 

 

눈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백운산 정상

 

 

 

 

 

 

 

 

 

 

다시 설국으로 걸어가는 길. 백운산 정상이 눈보라 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뾰족한 바위 봉우리. 조심조심 오른다. 바람에 한번 휘청. 정상석은 만져보지도 못하고 그냥 내려선다. 그래선지 손이 시리다. 발도 시리다. 빠른 걸음으로 능선에서 내려온다.

 

능선에서 내려서니 다행히 바람이 잦아진다. 주변 풍경도 바뀐다. 눈꽃을 벗어버린 나무들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잎을 다 떨군 앙상한 나무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벌써 1월 하순. 겨울이 가고 있다.

 

 

 

 

 

 

 

13:45 백운산 정상

1,222m

 

 

 

 

 

 

 

 

 

 

 

 

 

14:23 병암삼거리

 

 

 

 

15:09 진틀

 

겨울의 맛

눈꽃

눈맛 제대로 즐겼다.

 

 

산행은 눈길때문에 등산로 입구까지 진입하지 못해

산행 거리가 늘어났다.

 

보통 7km, 4시간 정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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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 있을 때

 

 

2017. 1. 22. 광양 백운산 눈꽃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