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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리산

지리산 천왕봉. 처음 오른 동행과 아주 느린 산행.

by 솔이끼 2019. 3. 8.

 

2019. 3. 1.

지리산 천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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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뜻 깊은 날. 지리산을 찾는다. 9시 전인데 중산리 주차장은 이미 만차다.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준비한다.

 

 

 

 

 

지리산 천왕봉 도전하기

 

지리산 천왕봉.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사람들 중 일부만 천왕봉을 오른다. 천왕봉을 수 없이 많이 오른 나도 지리산을 마주하면 긴장한다. 잘 오를 수 있을까?

 

오늘 산행은 동행이 있다. 천왕봉을 너무나 올라보고 싶은 사람. 한 달 전 즈음, 천왕봉 꼭 가보고 싶단다. “그래 가 봅시다. 서서히 가면 다 올라갈 수 있어요. 애들도 올라 다니는데요. 오르다 못 오르면 내려오면 되지요.”

 

 

 

 

 

중산리에서 오른 천왕봉

 

천왕봉 오르는 가장 짧은 거리. 그만큼 힘든 코스. 중산리에서 칼바위 지나 천왕봉 오른다. 내려오는 길은 장터목에서 칼바위로 잡았다. 13km 정도.

 

탐방안내소 지난다. 중산리 야영장 이정표는 해발고도 637m, 천왕봉까지 5.2km를 알려준다. 산길로 들어선다.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다. 바닥에 깔린 돌들은 지리산을 올랐던 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닳아 반질반질 거린다.

 

 

 

 

 

 

 

 

계곡 물소리 커지는 봄이 오는 지리산

 

주변 나무들은 키가 크다. 낙엽이 진 가지들 사이로 파란 하늘을 보여준다. 계곡 물소리가 제법 커졌다. . 지리산도 봄이 온다. 산길 초입 완만한 시작인데도 걸음이 더디다. 뒤를 돌아보면 동행은 보이지 않는다.

 

기다린다. 멀리 걸어오는 모습이 보이면 다시 걷는다. 힘든 산행을 예고한다. 서로 걸음이 맞지 않으면 힘들다. 서서히 가면 쉬울 것 같지만 제 걸음보다 서서히 가기도 힘들다. 걸음이 느린 사람은 앞선 사람을 쫓아가려면 더 힘들다.

 

 

 

 

<칼바위>

 

 

 

 

 

법계사 가는 가파른 오름길

 

칼바위 지난다. 삼거리에 쉼터가 있다. 중산리 야영장에서 1.3km 지점이다. 한참 후에 도착한 동행에게 물 한 모금 건넨다. 과일 간식 먹는다.

 

법계사 방향으로 오른다. 법계사까지 2.1km. 천왕봉까지는 4.1km. 가파르게 오른다. 나무로 계단을 만들거나 돌을 쌓아서 만든 계단길이 반복된다. 산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오르기 힘든 길이다. 그렇다고 내려오기도 쉽지 않다. 먼저 오르고 있는 산행객들이 중간 중간 쉬고 있다. 앞서가다 쉬고 있으면 다시 만나기를 반복한다.

 

동행은 멀리 떨어진 지 오래다. 망바위에서 기다린다. 망바위는 해발 1,117m. 중산리야영장에서 높이로는 480m 올랐다. 천왕봉이 1915m. 앞으로도 약 800m 높이를 더 올라야 한다. 지금까지보다 2배는 더 힘들건 데.

 

 

 

 

<망바위>

 

 

 

 

 

 

 

 

 

 

법계사 들렀다 간다. 일본 만행의 흔적.

 

망바위에서 법계사까지는 경사가 조금 완만해진다. 마음도 편해진다. 동행 걸음에 맞춰야 하니 빨리 갈 필요는 없다. 서서히 걷는다. 쉬엄쉬엄. 산은 점점 훤해지고 넓은 공터 나온다. 천왕봉이 하늘 아래 보인다.

 

로타리대피소 지난다. 해발 1,400m 높이다. 법계사. 중간 목적지다. 동행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법계사 들른다. 일제강점기 때 지리산 정기를 끊으려고 심어놓았다는 철심이 있다. 들어본다. 무지 무겁다. 오늘이 31100주년인데. 나쁜 놈들.

 

더 나쁜 놈들은 아직도 그들을 비호하는 놈들이다. 일명 친일파라고 하는데, 용어가 잘못됐다. 나라를 배신한 놈들에게 친근하다는 용어를 쓴다는 건 잘못된 것이다. “일본추종자나 더 독한 말을 붙여야 할 것 같다.

 

일본추종자들인 그들은 오늘 침묵한다. 지금 잘 살고 있는 이유가 부모가 일본을 추종하고 나라를 배신했기 때문이란 것을 알고 있다. 오늘 100년 전 그날 일본이 했던 행위를 규탄하면 일본추종자들의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그렇다고 당시 항거했던 분들에게 좋은 말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일본추종자 부모의 피를 받아 자신들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안다. 그들은 철저히 침묵하고 방어한다.

 

 

 

 

 

 

 

<법계사 삼층석탑>

 

 

 

 

 

점점 힘든 오르막길. 계속 갈 수 있을까?

 

한참을 기다리니 동행이 올라온다. 점심때는 지났다. 밥을 먹느냐 마느냐. 사람마다 산행하는 방식이 다르다. 밥을 먹으면 오르막에 힘들다고 정상 전에는 밥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밥을 먹으면 오르막을 더 잘 오를 수 있다. 힘들어하는 사람 기준 따라야지. 나는 배가 고프다.

 

법계사부터 천왕봉까지 2km. 쉬엄쉬엄 간다. 마음이야 빨리 가고 싶지만 그래봐야 동행이 걷는 시간에 맞춰야 한다. 처음 산행을 계획했을 때 늦어도 4시간 정도면 천왕봉 오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면 오후 1시 정도면 천왕봉에서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러나 계획은 항상 틀어질 수 있다. 오후 1시는 넘어가고 있다. 아직도 얼마나 더 걸릴지 예측이 안 된다. 동행에게 묻는다. “갈 수 있겠냐?”. 동행은 다리가 아프단다. “5분 쉬면 다시 좋아진다.”며 계속 간단다.

 

 

 

 

 

 

 

 

 

 

 

 

 

<개선문>

 

 

 

 

 

천왕봉이 지척인데. 힘들어한다.

 

가파른 계단길 오른다. 주변 나무들은 키가 작아졌다. 진달래들이 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개선문 지난다. 천왕봉까지 800m. 다시 가파른 오르막 올라선다. 전망 좋은 곳에는 평상이 있어 쉬어가기 좋다. 하여튼 오늘은 날이 무지 좋다. 맑다.

 

가파른 돌계단길 올라서니 천왕봉이 바로 앞이다. 천왕봉 사이로 가파른 길을 오르는 사람들이 멀리 보인다. 멋진 풍경이다. 오르는 사람들은 힘들겠지만 바라보는 사람은 멋진 풍경의 일부분이다.

 

가파르고 힘든 길. 동행은 고통을 호소한다. 그렇다고 그만 간다고는 하지 않는다. 쉬었다 가면 올라갈 수 있단다. 오후 2시가 지났다. 힘든 사람 옆에서 같이 오르면 더 힘들어한다. 본인이 체력조절 해가면서 알아서 올라가도록 하는 게 좋다. 쉬었다 오라하고 먼저 간다.

 

 

 

 

 

 

 

 

 

 

<천왕봉 오르는 마지막 오르막>

 

 

 

 

 

 

 

 

 

 

 

 

 

 

 

 

 

천왕봉에 올라서서 인증샷 남기다

 

천왕봉 정상에 선다. 하늘 좋다. 동행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기다리기 지루해서 천왕봉 인증샷 찍으려는 사람들 사진서비스 해준다. 저 아래서 힘들게 올라오고 있는 모습 보인다.

 

동행이 정상에 섰다. 오후 3시가 되었다. 천왕봉 인증샷 남긴다. 동행이 천왕봉 올라온 것을 아무도 믿지 않을 거라며 증거를 남겨야 한단다.

 

 

 

 

 

 

 

 

 

 

 

 

 

 

장터목 거쳐 내려오는 길.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만한 길

 

내려가는 길. 장터목 거쳐 내려간다. 법계사로 내려가면 길이는 짧지만 다리가 아프고 힘든 사람들에게는 엄청 무리가 가는 길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장터목 거쳐 중산리로 내려가기로 한다. 7.1km.

 

통천문에 내려오니 역시나 길이 얼었다. 조심조심 지난다. 제석봉 지나고 장터목에 도착. 오후 4. 늦은 점심 먹고 중산리로 내려선다. 이제 걱정이다. 산은 밤이 일찍 찾아오는데. 늦어도 오후 630분까지는 내려가야 하는데. 그렇다고 재촉하면 힘든 사람은 더 힘들어진다.

 

먼저 가고 기다리고 먼저 가고 기다리고. 그렇게 내려갔다. 삼거리에서 기다릴까 하다 그냥 내려선다. 다행이 시간은 맞추겠다. 서둘러 내려가서 차를 가지고 주차장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중산리야영장에서 기다린다. 어둠이 내렸다. 오후 7시 정도. 어둠을 밟고 동행이 내려온다. 다행이다.

 

 

 

 

 

 

 

 

 

 

<통천문>

 

 

 

 

<제석봉>

 

 

 

 

 

 

 

<제석봉 고사목>

 

 

 

 

 

 

 

<장터목 대피소>

 

 

 

 

 

 

 

 

 

 

 

 

 

<유암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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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 있을 때

 

2019. 3. 1. 지리산 천왕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