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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리산

겨울 지리산. 백무동에서 오른 한신계곡. 천왕봉은 다음 기회로

by 솔이끼 2019. 2. 22.

 

 

2019. 2. 2.

지리산 백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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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지리산을 찾아간다. 산정에서 하룻밤 보내고 싶다. 대피소는 미리 예약해 두었다. 겨울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을 보고 싶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천왕봉 일출을 보면 좋겠다.

 

 

 

 

 

백무동에서 세석으로 오르는 길

 

여유 있게 길을 나선다. 대피소를 예약해 놓으면 오후에도 지리산으로 들어갈 수 있다. 고속도로를 나와 남원 인월에서 점심을 먹는다. 인월은 작은 도시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버스터미널도 있고 시장도 있다. 시장 안에 있는 국밥집에서 국밥 한 그릇 비운다.

 

함양 백무동. 지리산 천왕봉으로 오르는 대표적인 곳이다. 산행 길은 백무동에서 세석을 거쳐 장터목으로 가는 길을 잡았다. 오후 1시 경. 탐방안내소에서 대피소 예약 여부를 확인한다.

 

안내소 직원에게 한신계곡으로 오른다고 하니 만류한다. 안내소 직원은 눈이 많이 내려 시간이 많이 걸리니 바로 장터목으로 오르라고 권한다. 자주 가는 길이고, 눈이 많더라도 여유가 있으니 충분하다고 말하고서 산길로 들어선다.

 

 

 

 

 

 

 

<한신계곡으로 오르는 길>

 

 

 

 

 

 

 

 

 

 

 

 

 

 

 

 

 

 

 

 

눈길을 밟으며 오르는 한신계곡

 

전날 눈이 많이 내려 산길은 하얗다. 계곡 옆으로 난 완만한 산길. 사각사각 눈을 밟으며 걸어 올라간다. 계곡은 바위마다 하얀 눈을 이고 있다. 다리를 건너기도하고 돌계단을 오르기도 한다. 계곡에 바위들은 눈모자를 쓰고 있다.

 

가내소 폭포는 얼었다. 물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산길은 가팔라진다. 눈 쌓인 길은 미끄럽다. 오르는 힘이 배가 든다. 먼저 오르고 있는 산행객은 힘들어 한다. 땀이 얼굴에 송송 맺혔다. 나무를 잡고 쉬고 있다. 힘들지만 장터목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한다. 4시까지는 세석에 올라야 하는데…….

 

해발 1400m를 지나면서 경사는 아주 급해졌다. 눈길은 미끄럽다. 스틱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다리는 안 미끄러지려고 힘을 주다보니 지친다. 해발 1500m 정도 올라서니 세석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4시 조금 넘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리 늦지 않았다.

 

 

 

 

 

 

 

 

 

 

 

 

 

 

 

 

 

 

 

<세석 넘어가는 고개>

 

 

 

 

 

 

 

 

촛대봉, 연하봉 넘어 어둠을 밟고 장터목대피소로

 

눈이 많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눈밭에 앉아 잠시 쉰다. 하늘이 파랗다. 날씨는 좋다. 내일은 흐리다는데. 혹시 천왕봉 일출을 볼 수 있으려나.

 

간식 조금 먹고 서두른다. 촛대봉 오르는 길. 완만한 오름길이다. 촛대봉에 올라서니 천왕봉이 보인다. 산길은 짧게 오르내린다. 호흡조절하며 쉬엄쉬엄 걷는다. 한 무리의 학생들이 멈춰서 있다. 힘들어 한다. 곧 어두워 질 텐데. 걱정이다.

 

해는 반야봉 쪽으로 사라졌다. 멋진 일몰을 기대했는데 아쉽다. 삼신봉 지나고 연하봉 능선을 바라본다. 해가 져버린 시간. 연하봉 능선 실루엣이 멋지다. 연하봉을 지키는 바위들을 지난다. 이제 내려서기만 하면 장터목이다. 터벅터벅 내려선다. 산은 어둠이 감싸고 있다. 불빛이 보인다. 장터목 광장을 힘차게 걸어간다.

 

 

 

 

<촛대봉>

 

 

 

 

<뒤로 반야봉 보인다>

 

 

 

 

 

 

 

<천왕봉 보인다>

 

 

 

 

 

 

 

 

 

 

 

 

 

<뒤 돌아본 반야봉>

 

 

 

 

 

 

 

 

 

 

<연하 능선>

 

 

 

 

 

 

 

 

 

 

<연하봉 넘는다>

 

 

 

 

 

 

 

 

따뜻한 장터목대피소, 천왕봉 일출은 더 많은 덕을 쌓은 후에

 

장터목 대피소에 등록을 한다. 5시간 정도 진을 뺀 산행을 했더니 허기가 진다. 저녁을 준비한다. 취사장은 열기로 가득하다. 라면을 맛있게 끓인다. 대피소에서 먹는 라면 맛. 최고다. 옆에서는 삼겹살 굽는다. 다음에는 꼭 삼겹살 가져올 거다.

 

대피소는 추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난방이 된다. 따뜻하다. 아니 덥다. 밤새 뒤척인다.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나오니 비가 온다. 어쩌라고. 천왕봉 일출 보려고 왔는데…….

 

천왕봉 일출을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정말 그런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 가끔 맞기도 한다. 천왕봉은 오르고 싶지만 눈 쌓인 길에 비까지 오고 있어 위험할 것 같다.

 

비는 쉽게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련을 버리자. 지리산 천왕봉은 나에게 덕을 더 쌓고 오라고 한다. “. 조만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인사하고 백무동으로 내려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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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 있을 때

 

2019. 2. 2. 지리산 백무동에서 장터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