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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따라서

향일암에서 성두마을 가는 오솔길 풍경

by 솔이끼 2011. 2. 22.



향일암은 바다를 향한 소원


올 겨울 유난히 추운 탓에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조급하기만 하다. 남쪽 바닷가에는 봄이 오고 있을까? 동백은 피었을까? 작년 이맘 땐 변산바람꽃도 피었던데. 여수 향일암으로 달린다. 돌산대교를 넘어서 길은 구불구불 해안선을 따라간다.


향일암 주차장에서 내려 걸어간다. 길가로 동백들이 아직 꽃은 피우지 못하고 싱싱함만 자랑하고 있다. 붉게 핀 동백이 보고 싶었는데. 향일암으로 오르는 길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서둘러 나온 나들이에 불심을 가득 담고 암자로 오른다.


향일암 대웅전은 불탄 아픔을 치유하지 못했지만 그를 향한 소원들은 수많은 초들로 타오르고 있다. 관음전에서 염불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온다. 많은 신도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간절한 소원들이 절집을 돌아서 넓은 바다로 흘러나간다.







향일암에서 성두마을 가는 길


산길로 들어선다. 혹시나 서둘러 나온 봄꽃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길은 햇살을 가득 받고 있다. 바다를 바라보는 바위는 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바다를 항해하고픈 마음.


산길을 따라 가는 길 끝에는 바위가 있다. 바다를 향한 바위. 그곳에 서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길을 걷는다. 바다를 옆에 끼고서 가는 길. 사람하나 겨우 다닐 수 있는 길을 걸어간다. 발아래로 구르면 바다까지 굴러가겠다.


길가로 사람이 살았던 흔적들이 남아있다. 돌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밭을 경계 지은 것일 수도 있고 집터일 수도 있겠다. 어디로 떠났을까? 작은 밭떼기나 만들 수 있는 이곳에서 먹고 살기는 힘들었겠다.







바다를 향한 바위 위에 서면 기분이 좋아질까?


바다를 향한 바위는 내가 다가가기 까지 그곳에 가만히 있다. 조심스럽게 바위 위로 오른다. 바위에 올라서니 기분이 좋다. 작은 돌멩이를 바위에 올려놓는다. 무슨 근거는 없지만 그래야만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소원을 빌어본다. 작은 돌멩이일지라도 내 소원을 기억해 주겠지.


바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섬들이 끝나는 곳에는 수평선이 펼쳐진다. 끝이 보이지 않기에 더욱 궁금하기만 하다. 그곳으로 갈 수 있을 거라는 즐거운 상상.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를 보면서 마음도 같이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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