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 지리산

지리산 화대종주. 5월 눈 속 진달래 시리도록 예뻤다.

by 솔이끼 2021. 5. 5.

 

2021. 5. 2.
지리산 화대종주

구례 화엄사에서 산청 대원사까지 46km 걸어가는 길

 

.

 

.

 

 

5월 첫날 화대종주를 계획 했는데
4. 30. 저녁 비가 내려 집을 나갔다가 다시 되돌아 왔다.

5.1. 밤 기차를 타고 구례구역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화엄사로 향했다.
구례구역에서 화엄사까지 택시비 16,000원

 

 

 

11:50 화엄사

등산로 입구에 보안등이 밤을 쫓고 있다.
스틱 펴고, 스패츠 차고 랜턴 달고, 산행을 준비한다.
계곡 옆 등산로를 따라 산길로 들어선다.

 

밤 산길은 주변에 볼 수 있는 것을 단순화 시켜준다.
전날 비로 땅은 젖고 계곡은 물이 많아져서 소리가 크다.
연기암, 국수등, 집선대 지나고 코재 오른다.
쉬기를 여러번
쉬엄쉬엄 오르니 무넹기

 

 

 

02:17 무넹기
성삼재에서 올라오는 도로와 나온다.
2시간 30분 정도 소요

 

노고단 대피소 오르는 돌계단

"눈이다."
"무슨 눈. 5월에"
"봐봐"
정말 눈이 있다.
뭔 일이래.
그러나 조금 보인 눈이 전부가 아니었다.

 

.

 

02:30 노고단 대피소
큰 랜턴 불빛이 보인다.
심상치 않은, 아니 불길한 기운


"특별사법경찰관 입니다. 임산시간제 위반입니다."
힝!
설명인 즉 03:00부터 성삼재나 화엄사에서 입산할 수 있는 데
03:00 이전에 이곳에 있으니 입산시간 위반이라는 것
할 말 없다.
과태료 십만원

 

.

 

노고단 고개
문을 열고 주능선으로 들어선다.
사위가 어둡고 숲이 숨을 죽인 산길
빠르게 걷는다.

 

 

 

03:44 임걸령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물 마시고 간다.

 

산길을 이어간다.
완만한 산길은 오름이 있다.

 

 

 

노루목 지나고 삼도봉
화개재 내려가는 길
화개재는 어둠 속에 보이지 않는다.

연하천까지 4km 정도

 

 

 

 

 

 

 

 

 

토끼봉 지루한 오름길
명선봉 지나는 오르내림

털진달래가 눈옷을 입고 있다.
화려함을 감춘 안타까움
꽃이 봄날을 즐기려는 데, 눈벼락 맞았다.
보는 눈은 즐겁다.
눈도 보고 꽃도 보고


연하천으로 내려선다.

 

 

 

 

 

06:30 연하천 대피소
눈이 얕게 쌓인 대피소는 너무나 조용
항상 북적이던 산객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대피소 안하는 거 아닌 지


취사장으로 들어서니 산객들로 만원이다.
한 곳 자리잡고 아침을 먹는다.
따뜻한 커피도 곁들인다.

 

 

 

 

 

삼각고지, 형제봉 지난다.
지리산 주능 산행 중 가장 기분 좋은 곳
석문 지난다.

 

 

 

08:23 벽소령 대피소
줄곳 걷거나 서 있었다.
아침을 먹을 때도 서 있었다.
대피소 의자에 앉아 음악을 켜고 쉰다.


고산지대 아침 기운 잔뜩 받는다.
여유롭다.
그런다고 마냥 즐길 수 만 없다.

갈 길이 멀다.

 

 

 

 

 

산길은 5월 눈꽃세상
나무들은 새순을 내었다가 깜짝 놀라 얼었다.
아직 새순을 내지 않은 나무들은 가지마다 눈바람 옷을 입었다.
사는 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벽소령에서 세석가는 길
6.3km 지루한 길
다른 구간보다 길어서 지루하게 느껴진다.
선비샘 지나며 물 한 모금
칠선봉 새침한 바위 보면서 웃음 한 번
영신봉 오르는 힘든 계단 길
영신봉은 오르지 않고 허망하게 지나가는 등산로.

 

 

 

 

 

11:22 세석 대피소
그냥 지나친다.
대피소가 등산로에서 길 아래로 벗어나 있어 잘 들르지 않는 곳


촛대봉 기분 좋게 오른다.
나무가 입고 있는 눈옷이 더 두꺼워졌다.
따뜻할까?
옷도 옷 나름
춥게만 보인다.

 

 

 

 

 

 

 

 

 

지리 주능선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멋진 곳
연하봉 바라보는 곳
그곳에 앉아 쉰다.


잠깐 하늘이 열린다.
"와!"
잠깐의 시간은 산을 보여주고 남쪽 바다를 열어준다.

 

햇살이 잠깐 비췄는 데 나무들은 눈옷들을 털어낸다.
눈 떨어지는 소리 들어보았는가?
툭!
묵직하게 무너지는 소리

 

 

 

13:05 장터목 대피소
점심을 먹는다.
이곳 아니면 점심을 먹기 힘들다.
대피소에서 햇반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감사

 

 

 

제석봉 쉬엄쉬엄 오른다.
하늘이 열린 길
그길을 넘어서면 천왕봉 올려다보인다.


통천문(通天門) 지나고 가파른 계단
계단오르고 돌길을 오르면 또 하나의 통천문
하늘을 받치고 서 있는 바위

 

 

 

14:50 천왕봉
天柱-하늘을 괴고 있다는 상상의 기둥
누가 새겼는 지 적절한 표현이다.

 

조금 늦은 시간
산객들이 몇 명 있다.
사진 남기고 주변 둘러본다.
산신에게 소원도 빌어본다.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는 하늘과 잘 통하겠지.

 

 

 

 

 

대원사길로 들어선다.
대원사까지 11.7km
중봉 오른다.

 

 

 

 

 

15:34 중봉
중봉에 서니 줄곧 오르려고 만 했던 천왕봉이 뒤로 물러서 있다.
다시 지리를 마음에 담는다.
크게 웅크리고 앉아있는 천왕의 모습
웅장하고 힘이 넘친다.

 

내려가는 길 무척 까칠하다.
급하게 내려가다가 작은 오르내림.
써리봉 오르면 다 오른 것 같은 데 계속되는 오르내림
참 힘드네.

 

 

 

17:00 치밭목 대피소
천왕에서 이곳까지 4km 정도

내려오는 데 2시간 걸렸다.
무릅이 신호를 한다.
쉬었다 가라고.

 

지루한 내림길
내려가기만 하는 길이 아니다.
오르내리고, 사면을 따라가고, 거친 돌길을 오르내린다.
누가 이 길을 내었는 지
바로 내리지 않고 옆구리를 뚫고 나가는 길

 

그렇게 지루한 내림길 끝에 만나는 유평마을

해는 지고 어둠이 깔렸다.
그렇다고 다 끝난 게 아니다.
대원사까지 도로를 따라 걸어가야 한다.
막걸리가 유혹하지만 갈길이 아직 남았다.
랜턴을 다시 켜고 어두운 도로를 따라 내려온다.

 

 

 

19:30 대원사
산행을 끝낸다.
화대종주 46km,

쉬는 시간 포함해서 19:40 정도 걸렸다.


쉴 곳에서 많이 쉬고, 힘든 곳은 쉬엄쉬엄.
아주 여유있게 걸었다.
그 여유는 지루함으로, 지루함은 고통을 수반했다.
무릅이 많이 아프다.
시원한 맥주 마시고 싶다.

 

.

 

.

 

.

 

길 위에 서 있을 때

 

2021. 5. 2. 지리산 화대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