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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리산

지리산 천왕봉. 눈꽃세상, 접입가경, 설경 산수화를 만나다.

by 솔이끼 2021. 2. 3.

2021. 1. 31. 지리산 천왕봉

 

1월 마지막날
새벽 산청 중산리로 향한다.
낼모래 입춘인데 아직 눈을 밟아보지 못했다.
새해 들어 지리산 오르지 못했다.
이 겨울을 아쉽게 보낼 수 없다.

 

 

 

중산리 주차장
날씨는 을씨년스럽다.
주차를 하고 산행을 준비한다.
눈이 올 것 같은 날씨다.
설마. 그런 축복이 내릴려고?

 

다리를 건너 등산로 입구에 선다.
천왕봉 5.4km
한두번 오른 게 아니지만 이곳에 서면 항상 부담이 된다.
"잘 오를 수 있을 까?

 

 

 

산길은 잔설이 조금씩 밟힌다.
겨울이라도 지리산 계곡은 힘이 넘친다.
물소리가 경쾌하다.

 

 

 

칼바위 지나 삼거리 쉼터
잠시 쉬면서 바람막이를 벗는다.
가파른 길 오르면 땀이 많이 난다.

 

삼거리부터 가파른 돌계단 길이다.
고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가는 길 중간에는 지친 등산객들이 쉬고 있다.
아들과 함께 초행 길이라는 등산객은 산길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궁금해 한다.
"서서히 오르면 올라갈 수 있어요."
말이 쉽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다.

 

 

 

바위 몇 개 보이고 망바위 이정표 만난다.
삼거리에서 1km 정도
천왕봉 오르는 가장 힘든 구간
망바위 이름처럼 전망 구경하고 쉬어간다.

망바위 지나도 여전히 돌계단 길이다.
하지만 경사도는 많이 낮아진다.
완만한 길과 돌계단 길이 반복된다.
조금 수월해 진다.

 

 

 

로타리 대피소
심리적으로 중간정도 되는 곳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이른 점심인 지, 늦은 이침인 지, 식사하는 분들이 많다.
나도 식사를 한다.

겨울철 산행은 밥 먹는 것도 쉽지 않다.
산은 춥다.
그래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좋다.

 

 

 

아이젠을 찬다.
산길은 눈이 많아졌다.

싸락눈이 날린다.
와우!
이런 축복이

 

 

 

하얀 숲길이 자꾸 걸음을 멈추게 한다.
등산객들도 산을 즐긴다.
산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산을 즐긴다.

 

 

 

개선문 지나면 온통 눈세상이다.
나무가지들이 하얗게 분칠을 한다.
접입가경
색은 단순해지는 데, 경치는 더 아름답다.
설경 수묵화
무채색으로 변해가는 풍경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날리는 눈이 얼굴을 스쳐간다.
싫지 않다.

 

 

 

고사목들이 외로이 서 있다.
삶을 마감한 나무가 눞지 못하고 버티고 있다.
미련이 많은 세상

 

 

 

상봉을 오르기 전 마지막 쉼터
이곳에서 바라본 천왕봉이 멋진데
오늘은 보여주지 않는다.

 

 

 

 

천왕샘 지나고 가파른 계단길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다.
커다란 바위 사이로 계단이 오른다.
왼쪽 큰바위가 정상이다.

 

 

 

 

 

한계단 한계단 오르면 더이상 오를 곳 없는 곳
지리를 닮은 정상석이 서 있다.
그 뒤로 줄을 선다.
사진 찍어야지.

바람 무척 세다.
오래 있지 못하고 내려선다.

 

 

 

 

 

 

 

천왕봉에서 제석봉까지는

겨울 지리산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거친 바위 길
삶과 죽음이 함께하는 구상나무
눈에 파묻힌 나무들
사막처럼 산등성이 쌓인 눈

 

 

 

 

 

 

 

장터목 취사장은 점심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자리가 없다.
식사를 못하고 내려선다.
5.4km
산은 올라가는 게 힘들다고 하지만
내려가는 것은 더 힘들다.
산을 내려가는 것은
절정이 끝난 드라마처럼 싱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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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 있을 때

 

2021. 1. 31. 겨울 지리산 천왕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