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 지리산

12월 지리산. 장터목에서 천왕봉 가는 길. 맑고 시린 산너울을 보다.

by 솔이끼 2017. 12. 7.

 

<장터목에서 본 산너울>

 

2017. 12. 2.

지리산

백무동-천왕봉-중산리

 

 

 

 

2017. 12. 2. 새벽.

어둠을 밟고 나선다. 지리산으로 향하는 버스를 탄다. 차창 밖으로 여명이 밝아온다. 남원 인월을 지나고, 차창 밖 풍경은 변한다. 바위들과 어우러진 강변을 끼고 차는 달린다. 다리를 건너고 함양 땅으로 들어선다.

 

09:00 백무동 주차장

한산하다. 겨울로 들어선 산 아래 식당들은 썰렁하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지리산 천왕성모께 인사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안내소를 지나고 이정표를 만난다. 장터목 5.8. 마음을 다잡는다. 몸은 긴장을 한다. 지리산 아래 다시 섰다. 벌써 몇 번짼데, 여전히 마음은 두렵다.

 

 

 

 

 

 

 

산은 잿빛이다.

며칠 전 눈이 내렸다 녹았다. 땅은 얼어 딱딱하다. 돌계단을 발고 오른다. 산죽 푸른빛도 힘이 없다. 단풍나무는 뜨거웠던 가을을 보내기 싫은 지 마른 잎을 달고 있다. 등산로 옆으로 계곡이 따라간다. 물이 졸졸거린다. 계곡 바위는 이끼가 자란다. 서늘한 기운이 물씬 배어난다.

 

 

 

 

09:53 하동바위

이정표가 없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정도로 특색이 없는 바위다. 그래도 이름표를 달았다. 함양 땅에 웬 하동바위? 함양 원님과 하동 원님이 이곳에서 내기장기를 두었단다. 함양 원님이 지자, 줄 것은 없고 바로 옆에 있는 바위를 가져가라고 주었단다. 설마 가져가기야 하겠냐고. 하동 원님은 가져가지는 못했지만 찜해버렸다. “하동 바위

 

 

 

 

 

 

 

10:12 참샘

쉴 곳이 적당하지 않아 참샘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돌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랐다. 샘물이 떨어진 곳은 얼었는데, 샘은 안 얼었다. 백무동에서부터 쉬지 않고 올랐더니 땀이 난다. 물 한 모금. 시원하다. 걸음을 재촉한다. 소지봉까지 아주 가파른 돌계단 길이다.

 

 

 

 

올라가면서 자꾸 위를 쳐다본다.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힘들기만 하다. 그냥 땅만 보고 가면 되는데도. 가다보면 중턱이 나오고 쉴 곳도 나오는데. 자꾸 올려다보면서 힘들어만 한다. 숨을 헐떡이며 오른다. 능선으로 올라서면 높은 나무에 달린 겨우살이가 반긴다. 작년에 보던 모습 그대로다.

 

 

 

 

 

 

 

10:35 소지봉

장터목까지 2.8. 산길은 완만해진다. 산죽 사이로 난 편안한 길을 걷는다. 커다란 소나무 몇 그루 선 조망터가 나온다. 반야봉 쪽 지리 주능선이 펼쳐진다. 높이 올라왔나보다. 나무에는 상고대가 피었다.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는 수빙(樹氷). 서리가 나무나 풀에 들러붙어 눈처럼 된 것. 내려서 쌓인 눈이 아니라 달라붙어 얼어버린 눈이다. 조금 더 오르니 숲을 벗어난다.

 

 

 

 

 

 

 

 

 

 

 

 

 

 

 

 

11:33 장터목

백무동에서 2시간 반 정도 올랐다. 장터목은 전망이 좋다. 남쪽으로 펼쳐진 산너울이 장관이다. 이 장관을 보는 것이 매년 이맘때면 지리산을 오르는 이유 중 하나다. 차갑게 맑은 하늘 아래 넘실대는 산너울. 하동 금오산 너머로 바다도 반짝인다. 바다 너머로 남해 망운산이 보인다. 왼편으로는 사천 와룡산이 편안하게 누웠고, 오른편으로는 광양 백운산이 긴 능선을 늘이고 있다.

 

 

 

 

 

 

 

 

 

 

<제석봉 오르는 길>

 

 

 

 

장터목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는 1.7km.

제석봉으로 오른다. 지리산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구간.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도벌꾼에 의해 불태워졌던 나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반세기 이상 서 있는 곳. 이제는 어린 나무들이 힘든 생존투쟁을 하고 있는 곳, 풀들이 바람을 따라 누워 있는 곳. 세월이 많이 흘렀는지. 나무들도 아픔을 삭였는지. 하나둘 풀 위로 누웠다.

 

 

 

 

 

 

 

산길은 변화가 있다.

작년에 길옆을 지키고 있던 나무는 사라졌다. 몇 년 전까지 살아서 제석봉 오르는 길을 지키던 나무는 해마다 야위어 가더니 뼈만 남았었다. 올해는 그마저도 사라졌다. 나무에 기대서서 거친 숨을 골랐고. 예뻐서 함께 사진도 찍었는데.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이 나무를 힘들게 했는가 보다.

 

 

 

 

<뾰족한 산이 하동 금오산, 너머 하얀 바다>

 

 

 

 

 

 

 

<아래는 중산리, 멀리 왼편은 사천 와룡산>

 

 

 

 

<오른편 길게 펼쳐진 산이 광양 백운산>

 

 

 

 

12:03 제석봉

천왕봉을 바라본다. 지리능선 최고봉인 천왕봉을 바라보고 있는 봉우리다. 전망대에서 산너울 바라보고 다시 산길을 재촉한다. 호구당을 지난다. 하늘은 파래진다. 하늘 가까이 왔나보다. 눈이 부시다. 추웠던 날씨는 포근하게 변했다. 산을 즐기기 좋은 하늘이다.

 

 

 

 

<제석봉에서 본 천왕봉>

 

 

 

 

 

 

 

<호구당터>

 

 

 

 

 

 

 

 

 

 

12:19 통천문

하늘로 통하는 문. 석문을 돌아 올라가서 통천문 바위 위에 선다. 주변은 바람을 맞고 자란 나무들이 불안하게 서 있다. 바람에 한쪽을 내주고 한쪽으로만 자라는 나무들이다. 편향적인 나무들. 통천문에서 바라보니 좌파들이다.

 

 

 

 

 

 

 

천왕봉 오르는 마지막 돌계단길

산길은 바위 사이로 이리저리 비집고 난 길이다. 주변으로 나무들이 한두 그루씩 서 있다. 해가 갈수록 주변 나무들이 하나둘 죽어간다. 또 하나의 통천문을 지난다. 천왕봉이 큰 바위로 섰다. 천주(天主)바위를 지나고, 일출대(日出臺)를 발아래 두고 마지막 올라선다.

 

 

 

 

 

 

 

<하늘 아래 천왕봉>

 

 

 

 

<천주라고 새겨진 바위>

 

 

 

 

 

 

12:36 천왕봉에 선다.

마지막 하늘아래 첫 바위에 선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푸르다. 흰구름이 바쁘게 간다. 주변을 둘러본다. 온통 둘러친 산이다. 달뜨기능선이 편안하게 누웠다. 뒤를 돌아보니 반야봉 너머 노고단까지 꼬리를 길게 늘이고 있다. 산아래 마을들이 가깝게 내려다보인다. 천왕봉 바위 틈에서 점심을 먹는다.(12:37~12:56)

 

 

 

 

<반야봉 쪽>

 

 

 

 

<중산리 쪽>

 

 

 

 

<달뜨기능선>

 

 

 

 

13:00 중산리로 내려선다.

오늘 같이 맑은 날이면 내려서기 아쉽다. 바람 없고 맑은 날. 산행객도 적어 여유 는 정상을 뒤로 하고 떠나오기가 아쉽다. 중산리까지 5.4. 가파르게 내려가야 한다. 그래도 내려가는 길은 여유가 있다. 천왕샘 지나고 가파른 돌계단 길. 홀로 외롭게 서있는 고사목을 만난다. 반갑다. 아직 쓰러지지 않아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힘들게 올라온다. 하지만 즐거워하는 표정이다. 연인들이 서로를 챙겨주면서 오르고. 아들과 함께 오르고 있는 엄마의 여유. 어린 아들이 앞서 가면서 아빠를 재촉하는 가족. 친구들끼리 도란도란 오르는 젊은 청춘들. 천왕봉을 오른 사람들은 다시 온다. 혼자가 아닌 함께. 지리산을 오른 기쁨을 함께하기 위해서

 

 

 

 

 

 

 

<개선문>

 

 

 

 

13:59 법계사

천왕봉에서부터 2정도 가파르게 내려왔다. 들렀다간다. 법계사에서 뽑았다는 일제 쇠말뚝을 들어본다. 엄청 무겁다. 들리지도 안는다. 우리나라 정기를 끊기 위해 이 무거운 것을 여기까지 가져오다니. 삼층석탑은 동그란 바위위에 섰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높은 석탑이다.

 

 

 

 

 

 

 

여전히 가파르게 내려간다.

망바위 지나고도 한참을 내려간다. 장터목대피소에서 내려오는 삼거리와 만난다. 잠시 쉬었다 간다. 매표소까지 조금 더 가야 한다. 칼바위 지난다. 길은 완만해졌다. 내려가는 분들은 마지막 힘들어한다. 천왕봉에서부터 내려오느라 다리가 많이 아픈 표정이다. 나는 성큼성큼 걷는다. 산 아래 섰을 때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졌다.

 

 

 

 

 

 

 

안내소에서 시외버스정류장까지 1.9포장도로를 걸어간다.

 

 

 

 

백무동-천왕봉-중산리

14km 정도, 6시간 반 정도 소요

 

 

 

 

.

 

.

 

.

 

2017. 12. 2. 백무동에서 오른 지리산 천왕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