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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리산

지리산 오르는 길 - 거림에서 천왕봉

by 솔이끼 2014. 9. 7.

 

 

지리산을 어머니와 같은 산이라고 한다. 왜 그렇게 말하는지는 산에 올라가보면 안다. 지리산의 넉넉함은 품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지리산은 대학시절부터 무수히 다녀왔다. 예전 텐트를 메고 가던 시절은 정말 힘들었다. 며칠 먹을 양식과 잠자리를 메고 산길을 걸었다. 요즘은 비박을 즐기는 사람들 말고는 대피소를 예약하거나 하루 만에 종주를 하는 산행을 즐긴다.

 

국립공원에서 제일 잘한 것은 텐트 치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예전에는 산길이 온통 텐트를 치기 위해 땅을 파헤쳐 놓았다. 지금은 그곳에 새로운 식물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번 지리산 오르는 길은 거림에서 오르기로 했다. 거림은 세석으로 오르는 가장 빠른 길이다. 거림은 큰 숲이다. 지리산 어디를 가나 큰 숲이지만 이름까지 붙였으니 더 큰 숲 같은 느낌이다. 등산로로 들어가는 입구는 아주 굵은 돌배나무가 지키고 있다.

 

2014.6.1.

 

 

 

 

 

 

 거림에서 천왕봉 오르는 길

 

 

거림에서 세석대피소까지 6km로 힘들지 않는 길이다. 2~3시간 정도 소요

세석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 5.1km 능선길이다. 2~3시간 정도

천왕봉에서 중산리까지 5.4km로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아주 힘들다. 2~3시간 정도

 

 

 

거림에서 세석대피소까지는 6km다. 바로 산길로 들어선다.

 

계곡을 끼고 산길이 지나간다. 숲 사이로 경쾌한 물소리가 시원하다. 물소리를 말로 표현하려니 쉽지 않다. ‘졸졸졸’은 분명 아니다. ‘콸콸콸’도 아니다. ‘쏴아아’하고 바위를 타고 나오지만 말로 표현하니 느낌이 전혀 다르다.

 

새소리는 산속으로 들어왔음을 알려준다. 하늘로 솟은 커다란 나무들이 지리산 기운을 듬뿍 넣어준다. 얕은 산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은 맛. 이 맛을 즐기려고 지리산을 찾는다.

 

 

 

 

 

 

 

 

 

산길은 완만하게 올라간다. 길 중간 정도에 북해도라는 이름이 붙은 다리를 만난다. 산과 어울리지 않은 지명이다. 북해도를 지나면서 산길은 가파르게 올라간다. 세석까지 3km를 더 가야한다.

 

 

 

 

 

 

 

 

 

<세석평전 오르는 길 풍경. 제주도 한라산 돈내코코스 올라갈 때 본 풍경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산길이 완만해진다. 그러다 철쭉꽃이 군데군데 핀 세석평전(1560m)으로 이어진다. 철쭉과 병꽃이 얼룰 얼룩 피었다. 따스한 햇살이 고원을 파고든다. 구상나무들이 군데군데 힘을 자랑하고 있다.

 

세석평전은 넓은 평원을 상상할 지도 모른다. 지리산에서 넓은 터정도로 상상하면 되겠다. 옛날에는 잔돌들이 많아서 잔돌평전이라고 했단다. 예전 약초꾼들이 살았다고는 하나 지금은 흔적이 없다. 세석대피소가 등산객들을 맞아주고 있다.

 

지리10경중 하나인 세석 철쭉이라고 하는데 보성일림산이나, 바래봉 철쭉이 아니다. 세석평전 철쭉은 군락으로 피어있는 철쭉이 아니라 군데군데 피어있는 연분홍 철쭉이다.

 

 

 

 

 

 

 

 

 

세석대피소에서 잠시 쉬었다 촛대봉으로 오른다. 지리산 산행의 맛은 능선을 따라가는 것. 지리능선길은 고산지대 듬성듬성한 키 큰 나무들과 산을 깔고 있는 키 작은 나무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사람을 가리지 않는 숲. 아니 바람과 싸우면서 크는 숲이다.

 

천왕봉까지는 촛대봉, 연하봉, 제석봉을 넘어간다.

 

 

 

 

 

 

 

<촛대봉 오르는 길에 습지>

 

 

 

촛대봉(1703.7)에 올라선다. 지리산을 구성하는 산들이 구름 속으로 너울처럼 만들어낸 풍경이 펼쳐진다. 촛대봉의 애절한 전설을 뒤로하고 내려선다.

 

 

 

<뒤로 우뚝선 산이 천왕봉이다.>

 

 

 

 

 

<뒤를 돌아보니 아름다운 여인의 엉덩이 같은 반야봉>

 

 

 

연하봉(1730m)의 기암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연하선경이다. 그름이 노니는 경치라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천왕봉은 그 뒤로 우뚝 솟아있다. 천왕봉은 제왕답게 우뚝 섰고, 연하봉 기암들은 장수들 같이 도열하고 있다.

 

 

 

 

 

 

 

연하봉을 내려서면 장터목대피소다. 가파른 제석봉으로 올라선다. 제석봉(1806m)에는 예전에 고사목들이 많았다.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작품들이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고사목들은 세월앞에 하나 둘 쓰러져 갔다. 그곳에 복원을 하겠다면 심어놓은 구상나무들이 힘들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복원하기 위해 심어놓은 구상나무들이 거친 고원지대 바람을 이기려면 시간이 걸리겠다. 고원지대에는 꽃들이 만발했다. 냉이꽃, 미나리아재비꽃이 산정에 꽃밭을 만들어 놓았다. 

 

 

 

 

 

 

 

 

 

 

 

 

 

제석봉을 넘으면 천왕봉으로 들어가는 통천문을 지난다. 하늘로 통하는 문이란다. 누군가 이름을 잘 지었다. 바위틈으로 돌아가는 문은 청왕봉으로 오르는 문이다. 통천문을 지나고 바위지대를 난간을 잡고 거칠게 오른다.

 

 

 

 

 

 

 

천왕봉(1915.4m)은 커다란 바위봉우리다. 정상에는 아무리 봐도 어색한 표지석이 섰다. 둥글둥글한 표지석에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라는 글을 써 놨다.

 

천왕봉에서 구름과 어울린 산능선이 펼쳐진다. 끝이 없다. 멀리 반야봉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더 이상 높은 곳이 없는 정상. 알몸을 보여주는 산정에서 넉넉한 어머니의 품을 느낀다. 암울한 시대에는 일본 놈들을 피해 살아야 했고, 격동기에는 이념이 다른 사람들이 숨어들어왔다. 지금은 산이 그리운 사람들이 올라와서 마음을 연다.

 

 

 

 

 

 

 

 

 

중산리로 내려선다. 아주 가파른 산길을 내려서면 천왕샘이 있다. 천왕샘은 커다란 바위 속에서 물이 나온다. 많은 양이 아니라 기다려서 먹는다. 한모금 들이키니 시원하다. 지리산의 정기가 온 몸으로 퍼진다. 천왕샘은 남강의 발원지다. 덕산천을 지나 남강을 만들고 낙동강과 합류해서 남해로 흘러간다.

 

내려가는 길에는 개선문이 있다. 개선장군처럼 지난다. 천왕봉에서 중산리까지는 5.4km다. 하지만 엄청난 고도차이는 내려오기가 무척 힘들다.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는 것 같은 지루한 길이다. 발 아래로 계곡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한참을 내려선 후에야 계곡과 만난다.

 

 

 

 

 

<남강 발원지인 천왕샘>

 

 

 

<개선문>

 

 

 

 

 

 

 

<칼바위>

 

 

 

지리산이 왜 어머니 같은 산이냐고? 지리산을 한 번 가면 또 가고 싶어진다. 엄마 품이 그리워지듯 자꾸 찾게 된다. 산길을 내려서면 힘들었던 산행으로 다시 보기 싫을 만도 하지만….

 

다음번에는 어느 길로 올라볼까?

 

2014.6.1. 지리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