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길 따라서

여수반도 끝 봉화산에 올라서서 바다를 품다.

by 솔이끼 2011. 2. 9.
<하시루봉에서 본 바다 풍경>



등산로 7.6㎞, 3시간 30분 소요

예년보다 추위가 지속되는 겨울. 몸도 마음도 움츠러든다. 그러다보니 당연 밖으로 나가려면 큰 맘 먹어야 한다. 여수 고돌산반도의 남쪽 끝자락에 우뚝 선 봉화산으로 향한다. 해안선을 따라 이리저리 구불거리면 오른쪽으로 등산로 표지판을 만난다. 도로변에 차를 세우기 곤란하여 원포마을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온다.

등산로 표지판은 2009년 희망근로사업으로 정비 했다고 안내하고 있다. 희망근로사업 덕에 산길 몇 군데 정비한 것은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일이다. 안내판에는 등산로가 7.6㎞, 3시간 30분 걸린다고 알려준다. 야트막한 야산을 오르는 기분으로 산길로 들어선다.

산길은 키 작은 나무들이 자라는 탓에 햇살을 받아 포근한 느낌을 준다. 처음부터 가파르게 오른다. 첫 봉우리인 하시루봉(267m)에 오르면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크고 작은 섬들이 육지로부터 떨어져 나가고, 징검다리처럼 놓인 섬들은 바다를 가르며 건너가고픈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시루봉 세 개 넘어서 산전뒷재까지

산은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면서 중시루봉(286m), 상시루봉(280m)을 넘는다. 시루봉 세 개를 넘으면 산길은 아주 편안해진다. 잎이 떨어져 버린 겨울나무 숲길이지만 산길은 아늑하기만 하다. 이런 길은 하루 종일을 걸어도 힘들지 않을 것 같다. 산허리를 돌아가면서 산전뒷재까지 쉬엄쉬엄 걸어간다. 산전뒷재는 원포마을과 산전마을 사이를 넘어가는 고개다. 마을이 가까이 있는지 멀리서 개짓는 소리도 들린다.

산전뒷재에서 봉화산 정상까지 1.9㎞. 바로 마을로 내려가는 임도를 보니 마음이 흔들린다. 그냥 마을로 내려가 버릴까? 그래도 가야할 산을 앞에 두고 그냥 내려가기가 아쉽다. 처음 계획한 대로 산길로 올라선다. 다시 가파르게 오르더니 경사가 완만한 부드러운 산길이 나온다. 산길은 임도를 건너고 바다가 훤히 터진 활공장으로 이어진다. 바다경치가 너무나 좋다. 마침 해가 바다 가까이 다가가는 무렵이다. 물빛은 금빛으로 흔들거린다.






바다를 품고 있는 산정에 서서

산길은 임도와 나란히 걸어간다. 편안한 산길이다. 바다를 옆에 끼고 걷는다. 바닷바람이 볼을 차갑게 부딪치지만 그리 싫지 않다. 차가운 대로 상쾌한 기분을 느낀다. 산길 끝에는 돌무지 봉화대가 있다. 봉화산 정상(373m)은 백야곶봉수대다. 옛날에 군인들이 지키던 곳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산 정상을 지키고 있는 이유가 비슷하다. 봉화나 산불이나….

산 정상에 서면 삼면이 바다다. 올망졸망한 섬들로 둘러싸인 바다는 커다란 호수다. 활처럼 휘어진 장등해수욕장이 발아래 보인다. 백야대교 너머로 많은 섬들이 바다로 달려간다. 고흥반도 쪽으로는 햇살을 가득 담은 바다가 금빛으로 물들어간다.





봉수대에 올라 바다를 한참 바라본다. 해는 점점 바다에 가까워지고 있어 일몰이 기다려진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계속 기다리고 싶은 마음은 내키지 않는다. 내려서기가 아쉬운 발걸음이다. 원포마을 쪽으로 길을 잡고 내려선다. 미끄러지듯 한참을 내려간다. 원포마을 확성기가 울린다. “어촌계에서 알려드립니다.” 참 정겨운 소리다.



<원포마을>

.
.
.


산행은 원포리에서 시작해서 원점회귀형으로 돌아올수 있다.
장등방면에서 오르면 쉽게 오를 수도 있다.
원포마을이나 장등에는 시내버스가 수시로 다닙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