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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풍경

진달래 붉게 피는 사량도 지리산, 바다 위를 걷다.

by 솔이끼 2015. 4. 1.

 

 

사량도는 뱀처럼 생긴 섬?

 

통영에 있는 사량도에는 지리산이 있다. 지리산은 너무 유명한 산이다. 그 웅장한 지리산이 사량도에도 있다? 이름은 같은데 사량도에 있는 지리산은 지리산을 그리워하는 산이다. 사량도 지리산은 지리산을 바라볼 수 있다고 해서 지리망산이라고 했는데, 줄여서 지리산이라고 부른다.

 

사량도로 향한다.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 언제나 즐겁다. 갈매기가 바다위로 날아서 따라오는 뱃길. 그림 같은 풍경이다. 배는 사량도로 서서히 접근을 한다. 사량도라는 섬 이름에서 떠오르는 건 ‘思量’, 생각을 많이 한 섬일까? 사량도의 유래가 궁금하다.

 

‘사량도’는 조선 초기 지명이 ‘박도’였다. 박도는 상박도와 하박도로 나뉘고, 두 섬 사이를 가로 흐르는 물길이 가늘고 긴 뱀처럼 구불구불하여 사량해협(蛇梁海峽)이라고 불렀다. 당시의 수군진이 육지로부터 여기로 옮겨와 설치되면서 사량 지명을 따서 사량만호진이라 칭하게 되었다.

 

그 후 진영이 더욱 번성해지자 점차 원래의 섬 이름인 ‘박도’보다는 ‘사량진’, ‘사량’ 등으로 불려 지다가, 조선후기에는 섬 지명으로 전용되어 ‘사량섬’, ‘사량도’라 칭하게 되었다. 섬의 형상이 긴 뱀 형이라는 풍수지리설에 따랐다고도 한다.

 

 

 

 

 

 

 

 

 

 

 

 

 

 

지리산에서 지리산이 보일까?

 

사량도는 언제부턴가 등산객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지리망산, 일명 '사량도 지리산'은 육지의 산에 비해 높이나 규모는 작지만, 산행코스나 암릉미에 있어서는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보통 내지리나 돈지리에서 출발하여 지리산, 불모산을 거쳐 옥녀봉으로 이어지고, 대항리나 면사무소로 내려오면 약 6.5km 정도로 4시간 가량 소요된다.

 

오늘 산행은 내지리에서 출발하여 대항리로 내려오는 산길을 잡았다. 해안 시멘트도로를 걷다가 산길로 올라선다. 산길은 완만하다. 봄기운이 물씬 묻어난다. 섬 산행의 특징은 산을 오를 때 상쾌한 기운을 느낀다. 바다 공기는 다른 곳보다 산소 농도는 가 더 높다고 한다.

 

산길은 진달래가 붉게 피기 시작한다. 진달래가 붉어지면 마음도 뜨거워진다. 산길은 바위 능선을 오르내린다. 거친 듯 부드럽다. 바다가 펼쳐진다. 붉은 진달래와 대비된 바다는 더욱 아름답다. 섬에서 바라본 섬들은 바다 안개에 쌓여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 놓는다.

 

바위능선을 오르내리다 우뚝 솟은 봉우리를 보고 오른다. 칼날 같은 바위능선도 손을 짚어가면서 오른다. 그 우뚝 솟은 봉우리는 지리산(397.8m)이다. 지리산에서 지리산이 보인다더니…. 뻥이 너무 심한 건지. 건너편 사천 와룡산 능선이 편안하게 펼쳐졌다. 그 뒤로 우뚝 선 하동 금오산도 보인다. 지리산은 볼 수 없다. 다만, 저기 어디쯤이겠지 하고 눈으로 그려본다.

 

 

 

 

 

 

 

 

 

 

 

 

 

 

 

 

 

 

 

 

 

 

 

 

 

 

 

 

 

 

 

 

 

 

 

 

 

 

 

 

 

 

 

 

 

 

 

한 폭의 수채화는 잘 그린 유화그림으로 변하고

 

지리산을 내려서면서 햇살 좋은 곳을 자리 잡고 쉰다. 서둘러 나오느라 김밥을 준비했다. 막걸리에 진달래꽃을 따서 넣었다. 꽃술이 되었다. 한모금하면서 진달래를 먹는다. 비릿하면서 상큼한 맛이 술맛을 더한다. 절로 흥이 돋는다.

 

산길 양쪽으로 바다가 펼쳐지고 그 위를 걸어간다. 사량하도 사이로 흐르는 사량해협은 뱀처럼 구불거리지 않는다. 섬과 섬 사이 아늑한 안식처를 만들어 주고 있다. 해안으로 마을들이 자리 잡고 집들이 다양한 지붕들을 이고 옹기종기 모여 있다. 바다는 그림처럼 조용하다.

 

산길은 사량도 가장 높은 봉우리인 달바위(400m)를 오른다. 바다는 점점 조용해지고 하늘은 파랗게 빛이 난다. 바위능선과 어울린 하늘과 바다는 완전한 그림이다. 산수화가 아닌 잘 그린 유화다. 바위능선은 점점 거칠어진다. 바다를 배경으로 서기도 하고, 양쪽으로 벼랑인 바위능선을 걷는다. 가파른 계단길을 등산객들로 인해 멈춰서기도 한다.

 

 

 

 

 

 

 

 

 

 

 

 

 

 

 

 

 

 

 

 

 

 

 

 

 

 

 

 

 

출렁다리 건너고, 옥녀의 전설을 들어보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 봉우리는 가마봉(303m)이다. 울퉁불퉁한 바위능선이 계속 이어진다. 하늘을 보고 솟은 바위봉우리는 계단을 만들었다. 마치 하늘로 오르는 기분이다. 봉우리를 올라서니 출렁다리가 걸렸다. 구름다리 정도라 생각했는데, 다리가 정말 출렁거린다.

 

출렁다리는 연달아 걸렸다. 출렁다리가 없을 때에는 줄사다리를 타고 올랐다. 안전하기는 하지만 짜릿한 맛은 덜해졌다. 다리를 건너 내려서면 작은 봉우리가 있다. 돌무더기도 함께 있다. 옥녀봉(281m)이다. 봉우리가 낮지만 전설도 간직하고 있다.

 

전설이 별로 좋은 내용이 아니다. 아버지가 딸을 사모한 요즘 말로 막장드라마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 줄 수 없는 옥녀는 옥녀봉 꼭대기까지 아버지가 짐승처럼 올라오면 사랑을 받아주겠다고 했는데, 아버지는 소가죽을 쓰고 기어올라 왔단다. 사랑을 받아 줄 수가 없는 막장 드라마. 결국 옥녀는 떨어져 죽었단다.

 

별로 즐겁지 않은 이야기를 되새기면서 옥녀봉을 내려선다. 내려오는 길이야 즐겁다. 산에 오르고 싶어 힘들게 찾아가지만 산을 내려설 때면 돌아갈 즐거움을 느낀다. 뭍으로 가고 싶은 섬. 섬의 영원한 로망은 인간들의 꿈이었다. 대항리 해변을 걸어 선착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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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28. 통영 사량도 지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