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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따라서

고흥 팔영산. 하얀 바위봉우리마다 단풍이 물든 산

by 솔이끼 2018. 11. 5.

 

2018. 10. 27.

고흥 팔영산

 

 

 

 

 

팔영산. 1봉에서 8, 그리고 깃대봉과 선녀봉

 

전라남도에는 험한 바위산이 둘 있다. 하나는 너무나 유명한 영암 월출산. 또 하나는 아는 사람만 아는 고흥 팔영산이다. 둘 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고흥 팔영산은 해발 높이는 608m. 팔영산은 전라남도 도립공원으로 관리되다가 2011다도해해상국립공원 팔영산지구로 지정되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멋지다.

 

팔영산(八影山)은 이름에서 보이듯 산정 능선에 8개의 바위 봉우리들이 손가락처럼 펼쳐져 있다. 그리고 양쪽으로 봉우리가 하나씩 더 있어 10개의 봉우리를 갖고 있다.

 

보통 등산코스는 능가사에서 1봉으로 올라 깃대봉까지 9개 봉우리를 거쳐서 다시 능가사로 내려오는 길이 있다. 1개 봉우리는 주 등산로에서 벗어나 쉽게 가지 않는다. 그 봉우리가 선녀봉이다. 예쁜 이름을 가졌다.

 

 

 

 

 

 

 

 

강산마을에서 선녀봉까지 2.5km

 

지금까지 팔영산을 여러번 올라갔지만 선녀봉을 오르지 못했다. 몇 년 전 곡강에서 오르다 비를 만나 되돌아온 적도 있다. 선녀봉을 오르기 위해 강산마을로 향한다. 예전 초등학교였던 자리는 멋진 집이 들어서 있다.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산행을 한다.

 

도로에서 산행은 시작된다. 이정표에는 선녀봉까지 2.5km. 2봉인 성주봉까지 3.8km를 알려준다.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밭 사이로 난 시멘트포장길을 따라 올라간다. 부지런한 농부들이 마늘을 심어 놓았다.

 

산길로 들어선다. 길은 완만하게 올라선다. 임도 건너고 가파르게 올라간다. 숲이 으슥해지고 커다란 바위가 가로막는다. 강산폭포다. 직벽으로 선 폭포는 가는 물줄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바위는 물에 젖어서 검다. 서늘한 기운이 마구마구 나온다. 음이온? 기분이 상쾌.

 

 

 

 

<강산폭포>

 

 

 

 

 

 

 

 

 

 

 

 

 

 

 

 

 

거친 바위를 타고 올라선 봉우리. 선녀가 날아갈 것 같은 기분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가을로 깊어가는 산이 빛을 바꾼다. 데크 계단길 오르고, 암벽 사이로 난 길을 오른다. 바위 봉우리 올라설 때마다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을 만난다. 파란 바다와 제멋대로 떠 있는 작은 섬들. 전망 좋은 곳에는 벤치가 준비되어 있다. 벤치에 앉아 즐기다 간다.

 

산길은 거칠어진다. 난간을 잡고, 쇠줄을 잡고 오른다. 바람마저 거칠다. 쌀쌀한 가을 날씨는 몸을 움츠리게 한다, 하얀 바위들을 넘어가면서 온몸을 감싸는 산 기운을 받는다. 몇 번을 오르내리다 올라선 봉우리에는 선녀봉 표지석이 섰다. 선녀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선녀봉 오르는 길>

 

 

 

 

 

 

 

 

 

 

<선녀봉에서 본 팔영산 주능>

 

 

 

 

 

가을. 을씨년스런 날도 좋다.

 

선녀봉 지나면 산길은 완만해진다. 가을 숲 속을 걸어간다. 가을은 하늘이 맑아서 좋다. 그렇다고 항상 맑은 날만 있는 건 아니다. 오늘 같은 을씨년스런 분위기도 좋다. 특히 숲속을 걸어간다면 최고의 가을을 만날 수 있다. 촉촉이 젖은 나뭇잎들이 살랑거린다.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나무들을 보면서 살기 위해 몸을 덜어내는 지혜를 배운다. 겨울잠은 동물들만 자는 게 아니다. 나무들도 겨울잠을 잔다. 나무들은 추운 겨울을 버티기 위해 제 몸에서 떨어뜨린 잎으로 덮개를 만든다. 서둘러 떨어진 낙엽들이 바스락거린다.

 

 

 

 

 

 

 

 

 

 

 

 

 

<2봉 성주봉 오르는 길>

 

 

 

 

 

 

 

 

8개의 암봉이 서 있는 팔영산 주능

 

산림욕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고 성주봉 갈림길과 만난다. 이제부터 팔영산 8봉이 이어진 암릉 길이다. 2봉 성주봉으로 오른다. 철계단이 높다. 난간을 잡고 힘써 오른다. 힘이 부친다. 성주봉에 올라서니 생황봉, 사자봉, 오로봉은 쉽게 넘어간다.

 

5봉인 오로봉에 오르니 앞으로 6봉인 두류봉이 웅장하게 서 있다. 내려섰다가 두류봉을 오른다. 두류봉은 엄청나게 큰 바위 봉우리다. 난간을 잡고 올라야 한다. 30여 년 전 처음 팔영산 왔을 때는 철 난간 없이 줄을 잡고 올랐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정말 힘들게 올랐다.

 

지그재그로 철 난간 잡고 오르는 길. 산객들은 즐거워한다. 오르는 길 멈추고 사진을 담고 있다. 요즘 인생샷이라는 말이 있다. 여행의 즐거움은 사진. 웅장한 자연과 사람을 일체로 사진을 찍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그래도 사진은 남는다.

 

 

 

 

 

 

 

 

 

 

<오로봉에서 바라본 6봉 두류봉>

 

 

 

 

 

 

 

 

 

 

<6봉 두류봉 오르는 길>

 

 

 

 

 

 

 

 

팔영산 최고봉 깃대봉.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바다

 

두류봉 7부 능선 쯤 올랐을 때. 뒤돌아본다. 팔영산 가장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방금 넘어온 바위봉우리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가을 햇살을 받아 바위들이 하얗게 반짝인다. 사이사이 나무들은 단풍으로 물들어간다.

 

두류봉 넘고 통천문 지난다. 칠성봉, 적취봉 마저 넘는다. 적취봉 내려서면 다시 완만한 길. 마지막 봉우리인 깃대봉으로 이어진다. 팔영산 가장 높은 봉우리인 깃대봉에 선다. 남해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벌교에서 시작된 바다는 고흥을 지나오면서 백일도, 여수와 징검다리처럼 솟은 낭도, 둔병도가 해안을 따라 이어온다. 다시 오른쪽으로 넘어가면 나로도, 손죽도, 초도가 펼쳐진다. 고흥 땅 너머로 완도 바다가 이어진다. 장관이다. 다도해란 말 무색하지 않다.

 

 

 

 

<7봉 칠성봉 오르는 길>

 

 

 

 

 

 

 

 

 

 

 

 

 

 

 

 

 

 

 

 

 

 

 

 

 

<8봉 적취봉>

 

 

 

 

 

 

 

 

 

 

<팔영산 정상 깃대봉>

 

 

 

 

 

1봉 오르고 성기제로 내려가는 길. 길을 잃다.

 

아직 1봉을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1봉을 향하는 길이다. 능가사 방향으로 탑재까지 내려섰다가 다시 두류봉으로 오른다. 두류봉 200m 남기고 왼편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1봉인 유영봉이 나온다. 유영봉 올랐다. 반석처럼 넓은 바위 봉우리다.

 

내려가는 길은 능가사 방향으로 가다가 묘지에서 성기제 방행으로 길을 잡았다. 최대한 원점회귀를 해보려고……. 그런데. 길이 점점 희미해지더니 급기야 길이 사라졌다. 이리저리 길을 찾아보고, 되돌아갔다가 다시 오기를 여러 번 반복했지만 길은 나오지 않았다.

 

등산안내판에 분명히 길이 있는데. 산객들이 다니지 않아 길이 사라져 버렸다. 길은 사람이 찾지 않으면 잊혀 진다. 자연의 법칙이다. 어쩔 수 없다. 계획이 엉망이 되었다. 능가사로 내려서서 차가 있는 강산마을까지 걸어가야 한다.

 

능가사로 내려섰다. 해는 떨어지고 땅거미 내린 도로를 걷는다. 휴대폰 노래를 듣는다. 터벅터벅 걷는다.

 

 

 

 

<1봉 유영봉>

 

 

 

 

<능가사 대웅전 왼편으로 팔영산 바위봉우리들>

 

 

 

 

<되돌아 걸어오는 길에서 본 팔영산. 왼편이 선녀봉, 오른편이 팔영산 주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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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 있을 때

 

2018. 10. 27. 고흥 팔영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