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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따라서

겨울 운해가 아름다운 순창 회문산. 명당이라는 또 다른 이름

by 솔이끼 2018. 12. 26.

 

2018. 12. 16.

순창 회문산

 

 

 

 

 

명당이자 격전지였던 산

 

날씨가 무척 흐리다. 곧 눈이 쏟아질 것 같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순창 회문산(回文山, 837m)으로 향한다. 회문산은 경관이 멋진 산은 아니지만 유명한 산이다. 풍수지리에서 명당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회문산은 구 한말 최익현과 임병찬 등 의병들이 활동하던 곳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중 빨치산이 점거하였던 곳으로도 이름나 있다. 이태의 체험소설 남부군무대였던 곳. 당시 빨치산 전북도당 사령부가 있었다.

 

 

 

 

 

 

 

 

 

 

 

 

 

 

눈이 오는 겨울 산 속으로 걸어가는 길

 

기어이 눈이 내리고 만다. 산행 들머리는 덕치면 소재지다. 우체국 옆에 돌로 쌓은 망루가 있다. 소설 남부군속에 나오는 풍경이 연상된다. 저 위에 기관총을 올려놓고 넓은 들을 가로지르는 빨치산들을 방어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눈이 오면 그냥 마음이 편하다. 겨울 날씨도 따뜻하다. 산행 시작은 덕치치안센타에서 마을로 들어선다. 개한마리 작게 짖을 정도로 조용한 마을이다. 산길은 임도를 따라 오른다. 깃대봉까지 3.1km 오른다.

 

눈이 점점 많이 날린다. 바람이 불지 않은 좋은 날이다. 땀이 난다. 겉옷을 벗고 편하게 산길을 재촉하다. 눈 오는 산길을 걷는 기분.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목적지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는 나그네 여정이 오버랩 된다.

 

 

 

 

 

 

 

 

 

 

 

 

 

 

다섯 신선이 바둑을 두는 오선위기형

 

산길은 가파르게 올라서더니 능선에 선다. 겨울 휑한 숲. 날씨는 흐려 산은 무채색이다. 길 옆 산죽이 하얀 눈을 덮고서 숨을 죽인다. 홍성문 대사 집터가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좁은 터다. 남아 있는 것은 없다.

 

홍성문 대사는 회문산을 명당이라고 소개한 사람이다. 회문산에는 24혈이 있으며, 다섯 신선이 바둑을 두고 있는 형국이라는 오선위기형이 있는 명당이라고 했다. 그래선지 명당을 말할 때면 회문산이 빠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유명한 명당 터로는 순창 회문산(回文山)의 오선위기형(五仙圍碁形), 무안 승달산(僧達山)의 호승예불형(胡僧禮佛形), 태인 배례밭(拜禮田)의 군신봉조형(群臣奉詔形), 장성 손룡(巽龍)의 선녀직금형(仙女織錦形)이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영화 명당에서는 가야산도 나왔었는데.

 

 

 

 

 

 

 

 

 

 

 

 

 

 

 

 

 

 

 

 

 

 

 

 

 

 

 

 

 

 

 

 

 

 

 

 

 

 

 

 

 

구름바다 위에 솟은 산

 

눈이 멈췄다. 산정에 오르니 운해가 펼쳐진다. 깃대봉(775m)에 선다. 산을 빙 둘러 운해가 깔렸다. 그 위로 멀리 산봉우리들이 삐죽이 올라섰다. 무등산이 멀리 보인다. 멋진 풍광이다. 마음이 넓어지는 기분이다.

 

산길을 이어간다. 오르락내리락. 눈길이 미끄럽다. 조심조심 걷는다. 삼연봉 지나 몇 번을 더 오르내리더니 큰 봉우리와 마주한다. 산정으로 거침없이 오른다. 희문산(837m) 정상이다. 정상 표지석에는 큰지붕이라고 이름이 붙었다.

 

넓은 평상 하나 있다. 배려의 산. 평상에 앉아 구름바다를 바라본다. 추월산이 장성처럼 솟아있다.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곳이다. 겨울산과 운해 잘 어울린다.

 

 

 

 

 

 

 

 

 

 

 

 

 

 

 

 

 

 

 

 

 

 

 

 

 

 

 

 

 

 

 

 

 

 

 

 

 

 

 

 

 

명당이 아니었을까?

 

산길을 내려선다. 매표소까지 천근월굴(天根月窟)이라는 멋진 글씨도 본다. 산길 옆으로 무덤들이 많이 있다. 명당에 묘를 쓰면 후대에 복이 온다는 기대. 인간의 욕심은 산정 높은 곳까지 묘를 쓰게 만들었다. 과연 후손들은 잘 나가고 있을까?

 

아이러니하게 파묘된 곳도 몇 곳 지난다. 명당이 아니었을까? 세월이 지나면서 명당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산세 좋은 곳, 기 좋은 혈이 명당이었다. 지금은 도로변 접근성 좋고, 관리하기 쉬운 곳이 명당이다. 명당도 세월 따라 흘러간다.

 

산길은 시루바위, 문바위, 돌곶봉 찍고 가파르게 내려선다. 노령문입구로 빠져나오니 휴양림 주차장이다. 겨울산은 항상 매력적이다. 눈이 온다면 더 매력적이다.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겨울 산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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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 있을 때

 

2018. 12. 16. 순창 회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