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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따라서

겨울 억새가 아름다운 영남알프스. 천황산과 재약산

by 솔이끼 2018. 12. 22.

 

2018. 12. 8.

밀양 천황산과 재약산

 

 

 

 

 

배내고개에서 능동산으로

 

날이 춥다. 겨울이 깊어간다. 양산과 밀양 일대 1,000m급 산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다. 산들이 모여 고원을 이루고, 초원이 펼쳐져 마치 알프스 같다고 해사 영남알프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지명에 외국의 유명 장소를 빌려온 이름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짝퉁같은 느낌?

 

오늘 산행은 영남알프스 구간 중 능동산, 천황산, 재약산 구간을 걸어간다. 가지산 석남사를 지나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배내고개가 나온다. 차에서 내리니 한기가 온 몸을 파고든다. 겨울.

 

영하로 내려간 추운 날씨. 얼마 전 산행 생각으로 겉옷 벗고 나섰다가 추워 죽는 줄. 올라가는 길 멈추고 옷을 챙겨 입는다. 능동산으로 오르는 길. 정상까지 1.1km. 나무계단길로 정비가 되었다. 편하게 오른다. 잔뜩 움추린 몸을 하고 쉬엄쉬엄 오른다.

 

겨울 산은 나뭇잎이 떨어져 휑하다. 능선으로 올라서니 산봉우리가 나타난다. 능동산 정상. 983m. 천 미터 조금 못된다. 표지석 옆에는 돌탑이 섰다. 파란 하늘과 어울린 먼진 풍경이 펼쳐진다.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산길 따라

 

건너편 가지산으로 이어가는 산길과 나뉜다. 천황산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천왕산까지 5.9km. 잠시 내려섰다가 완만한 능선길을 오른다. 능동2(968m)에 서니 건너편으로 간월산과 신불산이 햇살을 받고 서있다. 장막을 펼치듯 펼쳐진 산들이 아주 높은 고원을 만들고 있다.

 

산길을 내려서니 임도와 만난다. 임도를 따라 한참 간다. 임도를 벗어나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을 향해 오른다. 케이블카 정류장에서부터 다시 데크길이다. 천황산으로 향한다. 산길은 완만하게 내려선다. 넓은 평원이 나온다. 샘물상회도 있다.

 

산에 산장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외국 산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꼭 산장들이 나온다. 그곳에서는 잠만 자는 게 아니라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다. 부러운 곳이다. 우리나라 산도 그런 산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겨울 억새의 단순한 아름다움

 

천황산으로 오르는 길은 너무 편안하다. 작은 나무들이 올망졸망 서있는 숲길이 좋다. 숲을 벗어나면 초원이 나온다. 멋지다. 사자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초원 아래 주황색 지붕을 가진 집도 한 채 있다. 알프스 풍경? 알프스를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초원. 푸른 빛을 잃어버린 생기 없는 풀밭에 바람이 하늘거린다. 억새꽃도 떠나보낸 허전한 풍경. 빛바랜 갈색은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강렬하게 다가온다. 중간중간 고독한 나무도 있다. 초원에서 왕노릇 하고 싶은 작은 나무. 그러나 어떤 큰 나무보다도 당당하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풍경 속을 걸어간다. 겨울 억새는 키가 작아지고 산정부근에는 민둥산이다. 천황산 정상. 1,189m. 하늘 아래 거칠 것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겨울.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온 산을 감싼다.

 

 

 

 

 

 

 

 

 

 

 

 

 

 

 

 

 

 

 

 

 

 

 

 

 

 

 

 

 

재약산 정상에 서면 고원 평원이 펼쳐진다.

 

천황산 내려가는 길. 나무계단길이 이어진다.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한참을 내려간다. 다시 초원이 펼쳐진다. 천황재다. 억새가 가득한 습지 평원. 그냥 영남알프스가 아니다. 이런 곳에 마을 하나 쯤 있었으면 정말 좋을 텐데. 여행자가 쉬었다 갈 수 있는 마을.

 

재약산 오른다. 높은 산들이 이어가니 오르는 길이 힘들지 않다. 길이 조금 거칠어진다. 정상에 가까워지니 바위투성이다. 재약산 정상. 1,018m. 정상에 서니 발아래로 고원이 펼쳐진다. 사자평. 이름만큼 멋진 풍경이다. 완만한 고원에 키작은 나무들이 쫙 깔린 풍경이 장관이다. 저곳에 꽃이 핀다면? 가을 단풍으로 채운다면? 상상만으로 즐거운 곳이다.

 

 

 

 

 

 

 

 

 

 

 

 

 

 

 

 

 

 

 

 

 

 

 

겨울 층층폭포는 얼음폭포

 

표충사로 내려선다. 5.2km. 계단길. 조금 내려갈 줄 알았는데. 끝이 없다.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이런 계단길을 만들어 놓은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임도와 만난다. 층층폭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도로 따라가다 다시 계단으로 내려선다. ! 하얀 얼음 폭포.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폭포가 있다니. 엄청난 폭포가 얼음기둥을 만들었다. 폭포가 여럿이 층층으로 이어진다. 말 그대로 층층폭포다.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등산로에서 허공으로 쭉 내민 전망대가 있다. 계곡 전체가 폭포를 이루는 곳. 폭포를 볼 수 있도록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감동. 이런 배려까지.

 

구불구불 소나무 숲길을 지나고 한참을 내려간다. 지루해질 무렵 임도와 만난다. 터벅터벅 걷는다. 해도 뉘엿뉘엿. 산마루만 햇살이 남았다. 표충사로 들어선다. 절집이 특이한 구조다. 가운데 마당이 있고 양편으로 전각이 배치되어 있다. 긴 네모꼴로 만들어진 절집. 삼층석탑이 멋지다. 표충사 나오는 길. 소나무 숲길을 따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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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 있을 때

 

2018. 12. 8. 밀양 천왕산과 재약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