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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따라서

늦가을 산행. 아름다운 절 선암사를 품은 조계산

by 솔이끼 2018. 12. 19.

 

2018. 11. 17.

순천 조계산 선암사

 

 

 

 

 

아름다운 절집이 있는 조계산

 

순천에는 조계산이 있다. 산 이름이 불교적이다. 조계산 아래에는 조계종 3대 사찰인 송광사가 있다. 산 너머에는 또 다른 절집이 있다. 태고종 본산인 선암사다. 절집은 송광사가 크지만 보는 맛은 선암사가 좋다.

 

우리나라 사찰은 대부분 한국전쟁 때 불탔다. 이민족간 침략전쟁은 그 나라 문화유산을 파괴한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동족 간 전쟁이었고, 종교전쟁이 아닌 이념전쟁이었다. 왜 절을 불태웠을까?

 

그 중 살아남은 절들이 몇 개 있다. 불태우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문화유산인 절집을 지킨 군인과 경찰들이 있었다. 그 분들이 있었기에 화엄사, 선운사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남을 수 있었다. 선암사도 한국전쟁 통에 살아남아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

 

 

 

 

 

 

 

 

<선암사 목장승. 이번 생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

 

 

 

 

 

 

 

 

도란도란 걸어가는 선암사 가는 길

 

선암사 매표소를 지난다. 산사 가는 길을 걷는다. 선암사의 매력 중 하나는 절까지 걸어가는 길이다. 시원한 계곡 물소리가 함께 한다. 길 양편으로 감싸고 있는 키큰나무들과 이야기하며 걷는다. 여유 있는 길이다.

 

얼마 전까지 길 가운데 자리 잡고 있던 큰 갈참나무는 밑동만 남았다. 안타까운 모습이다. 커다란 돌장승도 새로 섰다. 그 옆으로 큰 눈을 부라리며 지나가던 사람들을 바라보던 목장승은 머리를 풀어헤친 채 초라한 모습으로 서있다. 사는 게 그렇지. 나에게는 두 번째 서 있는 목장승이지만 생을 마감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돌다리 건넌다. 지금은 다리를 건너지 않아도 되지만 예전에는 다리를 두 번 건너야 절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리 이름이 승선교다. 선녀가 하늘로 오른다는 무지개다리다. 그 뒤로 강선루가 섰다. 선녀가 내려오는 누각. 다리와 누각이 잘 어울린다.

 

강선루 누각 기둥 하나가 계곡으로 발을 내리고 있다. 조금만 안쪽으로 지으면 다리를 걸치지 않아도 되는 데. 발하나를 계곡에 올려놓으려고 다리를 길게 빼고 있다. 선암사의 또 다른 매력이다.

 

 

 

 

<강선루>

 

 

 

 

<천년 차밭>

 

 

 

 

 

 

 

 

 

 

 

 

 

 

600살 된 매화나무는 힘들다.

 

선암사 천년 차밭을 지나 일주문을 마주한다. 일주문 기둥이 엄청 굵다. 큰 지붕을 얹기 위해 공포를 촘촘히 쌓아 올렸다. 일주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누각이 막아선다. 육조고사(六朝古寺)라는 큰 글씨가 눈을 채운다. 선암사가 선종사찰임을 알려준다.

 

누각은 낮게 지었다. 누각 양쪽으로 길을 내었다. 우측으로 진입하여 들어선다. 마당에 3층석탑 2기가 서 있다. 기단위에 대웅전이 마당을 내려다보고 있다. 좁은 마당을 꽉 채운 구도다. 대웅전 스님은 예불 중이다.

 

뒤뜰로 올라서면 팔상전 원통전 등 여러 가지 전각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늙은 매화나무 마주한다. 600년을 살았다는 매화나무다. 담장 옆 좁은 화단에 자리 잡고 긴 시간을 함께 보냈단다. 늙은 매화는 힘들어 보인다.

 

 

 

 

 

 

 

 

 

 

 

 

 

 

 

 

 

 

 

<선암사 화장실>

 

 

 

 

 

 

 

 

 

 

 

 

 

 

햇살을 즐기며 오르는 조계산 장군봉

 

조계산 오른다. 선암사에서 조계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크게 3갈래다. 큰굴목재로 오르는 길, 작은 굴목재로 오르는 길, 그리고 대각암 지나 장군봉으로 바로 오르는 길이 있다. 대각암으로 오르는 길을 잡는다.

 

햇살 가득한 숲길을 오른다. 소나무 숲이 좋다. 정상까지 2.3km. 가파르게 올라간다. 소나무 숲이 끝나면 참나무 숲이 이어진다. 쉬엄쉬엄 올라간다. 햇살 좋은 곳에 잠시 쉬었다 가기도 한다.

 

정상을 400m 앞두고 큰 느티나무들이 지키고 있는 향로암터를 만난다. 암자는 사라지고 터만 남았다. 이 높은 곳에 암자를 세워 정진했을 스님들의 정갈한 기가 남아 있는 것 같다. 정상까지는 가파르게 오른다. 나무 숲길을 뚫고 올라가면 정상인 장군봉이다. 884m. 반질반질한 표지석이 여전히 생뚱맞다.

 

 

 

 

 

 

 

 

 

 

 

 

 

 

 

 

 

 

 

 

 

 

 

 

 

<조계산 정상 표지석>

 

 

 

 

 

 

 

 

조계산 또 다른 봉우리 연실봉과 천자암봉

 

산길은 작은굴목재로 내려서는 길과 연실봉으로 이어가는 길로 나뉜다. 연실봉으로 향한다. 완만한 산길이 이어진다. 가지만 남은 신갈나무들이 능선을 호위하고 있다. 나무아래는 조릿대가 자리 잡았다. 싱그럽다. 시원하면서도 허전한 산길을 걷는다. 하늘이 파랗다.

 

송광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교차한다. 연실봉사거리다. 연실봉을 가파르게 오른다. 봉우리 정상은 평평한 헬기장이다. 전망이 좋다. 장군봉이 건너 보이고, 반대편은 무등산이 멀리 보인다. 산은 겨울을 준비하느라 몸을 줄였다. 휑한 숲들이 내려다보인다.

 

송광굴목재. 송광사에서 올라오는 천년불심길이 교차한다. 보리밥집 지나 선암사까지 이어진 길이다. 가로질러 천자암봉으로 향한다. 송광사 유명한 암자인 천자암이 있는 봉우리다. 천자암봉에서 잠시 쉬어간다. 바위에 앉아 산 빛이 변해가는 걸 바라본다. 가을이 가는 건 아쉽지만 보내지 않으면 겨울이 오지 않는다.

 

 

 

 

 

 

 

 

 

 

<연실봉>

 

 

 

 

 

 

 

 

 

 

 

 

 

<조계산에는 굴목재가 3개. 굴목재, 큰굴목재, 작은굴목재>

 

 

 

 

<천자암봉>

 

 

 

 

 

 

 

 

보리밥집 문이 닫혀 있어 난감

 

천자암봉에서 내려서서 보리밥집으로 향한다. 낙엽이 깔린 길을 걷는다. 낙엽 밟는 기분이 좋다. 보리밥집은 문이 닫혔다. 오늘 쉬는 날인가? ! 점심을 싸오지 않았는데. 지나쳐 굴목재로 오른다. 600m 정도 돌계단 길이다. 힘들다.

 

굴목재에서 잠시 쉰다. 선암사까지 2.3km. 돌계단길을 밟고 내려선다. 지겨울만할 때쯤 편백나무 숲이 나온다. 다시 만난 선암사. 산사 가는 길을 따라 다시 나온다. 산중의 해는 빨리 떨어진다. 산그늘을 밟으며 산사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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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 있을 때

 

2018. 11. 17. 순천 조계산과 선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