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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따라서

광주 무등산.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규봉암 가는 길

by 솔이끼 2018. 10. 26.

 

2018. 10. 21.

광주 무등산

 

 

 

 

 

21번째 국립공원 무등산

 

광주광역시에는 남쪽으로 1,000미터가 넘는 높은 산이 지키고 있다. 광주의 상징 무등산이다. 언제부터 무등(無等)이라고 했다. 등급이 없는 산? 한자로 풀이한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무등이라 한 것은 한자를 빌려서 표기한 정도다.

 

무등산은 옛날 이름은 무돌뫼. ‘무지개가 나오는 산이라는 의미란다. 다른 이름으로는 서석산(瑞石山)이라고도 불렀다. 산 정상 등성이의 완만한 곡선은 보면 !”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무등산은 2013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국립공원이 되면 별거 있냐고도 하지만 별게 있다. 산이 관리되고, 샛길이 통제되고, 훼손지가 복구된다. 무등산은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다. 국립공원으로서 위상을 갖추려고…….

 

 

 

 

 

 

 

<꼬막재 오르는 길>

 

 

 

 

 

옛 사람들이 올랐던 꼬막재로 오르는 길

 

원효사 주차장에 주차를 한다. 산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무등산 옛길을 따라 서석대 오르는 길이 있다. 또 다른 길은 꼬막재 지나 규봉암으로 가는 길이 있다. 두 길다 서석대로 오를 수 있다. 규봉암으로 가는 길은 거리가 길다.

 

오늘 산행은 주 목적지는 규봉암이다. 무등산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는 곳이다. 규봉암까지 5.6km. 산장지대를 지나 꼬막재로 오르는 길. 한 때는 북적이던 등산로였지만 서석대로 바로 오를 수 있는 무등산옛길이 생기면서 한산한 길이 되었다.

 

가을 단풍생각이 난다면 규봉암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다. 시멘트포장길이 끝나고 산길로 들어선다. 산길은 옛날 그대로다. 돌 들이 깔린 길은 가지런하고 좋다. 그늘진 산길을 걸어가는 기분이 좋다.

 

가끔 보이는 나무뿌리가 드러난 길은 마음이 아프다. 수많은 사람들의 무게로 난 상처는 피부를 덜어내고 뼈를 보이고 있다. 길이 먼저 있었는지, 나무가 먼저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단지 길에 자리를 잡은 탓에 견뎌야 하는 고통일 뿐이다.

 

길은 가파르게 오른다. 꼬막재가 가까워지고 있다. 편백나무 시원한 숲을 지난다. 밋밋한 언덕 같은 고개가 나온다. 말 그대로 꼬막처럼 생겨서 꼬막재가 되었다.

 

 

 

 

 

 

 

 

 

 

<신선대. 북산 바로아래 바위>

 

 

 

 

<신선대 억새평원>

 

 

 

 

 

 

 

 

신선대에서 무등산을 바라보다.

 

길은 완만하게 무등산을 감싸고 돌아간다. 키 큰 나무들이 감싼 편안한 길을 걷는다. 오르내림이 크지 않은 길을 성큼 성큼 걸어간다. 가을을 준비하는 나무들이 햇살을 받아 싱그럽다. 시야가 터진 곳으로 나온다. 신선대삼거리다.

 

삼거리에서는 신선대가 보인다. 북산 바로 아래 바위들이 서 있다. 삼거리에서 거리가 800m 정도. 신선대로 향한다. 가는 길은 억새밭이다. 산에 억새가 자라는 곳은 훼손된 곳이다. 산이 아픈 곳은 억새가 피어서 상처를 감싸준다. 억새는 산을 치료한다.

 

신선대 가는 길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선다. 신선대 바위는 크지 않지만 전망대 같은 형태다. 무등산이 넓게 보인다. 품이 크다. 무등산 정상 천왕봉이 우뚝하다. 나무 그늘에 앉아 쉬었다 간다. 무등산 군데군데 붉다.

 

 

 

 

<신선대에서 본 무등산>

 

 

 

 

<규봉암 가는 길>

 

 

 

 

 

 

 

 

 

 

 

 

 

 

붉은 단풍으로 단장한 규봉암 가는 길

 

다시 신선대삼거리로 나와 규봉암으로 향한다. 길은 여전히 완만하다. 가을이 깊어간다. 햇살을 받은 단풍이 화려하게 산란한다. 붉은 빛이 반짝인다. 눈이 부시다. 너덜길이 이어진다. 큰 바위들이 굴러 내려와 강을 이루는 지형이다. 우리말로 돌강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말이다.

 

규봉암까지는 한참을 간다. 가는 길에 단풍과 함께 한다. 자꾸 걸음이 멈춰진다. 파란 하늘과 어울린 붉은 단풍이 너무 예쁘다. 규봉암 일주문이 머리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그 옆에는 큰 바위기둥이 서 있다. 바위기둥 사이로 작은 바위가 끼워져 있다. 어찌 들어갔을까?

 

규봉암은 해발고도 900m가 넘는 곳에 위치한 암자다. 암자는 돌기둥을 병풍처럼 둘러쳤다. 무등산 3대 중 하나인 광석대다. 나머지 2대는 입석대와 서석대다. 규봉암은 광석대가 감싸고 있어 더 멋지다. 관음전 옆 약수가 달다.

 

 

 

 

 

 

 

 

 

 

 

 

 

 

 

 

 

 

 

 

 

 

<규봉암 일주문>

 

 

 

 

<규봉암 감싼 광석대>

 

 

 

 

 

 

 

 

 

 

<지공너덜>

 

 

 

 

 

 

 

 

 

 

<석불암>

 

 

 

 

 

 

 

 

바위가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입석대와 서석대

 

지공너덜 지나고 석불암 지난다. 완만한 길을 1km 정도 더 가니 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장불재다. 무등산이 또 다가온다. 이번에는 오른쪽에 서석대 왼쪽에 입석대를 위시하고 서 있다. 장불재 안내판 중 노무현 대통령의 산상연설문 한 구절이 적혀있다. 반갑다.

 

정상으로 향한다. 완만하게 오르는 길. 입석대 돌기둥을 지나간다. 많은 등산객들로 북새통이다. 무등산 가장 기이한 곳이다. 연필 모양처럼 서 있는 돌기둥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돌기둥 중간이 절단되어 있어 넘어질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승천암 지나고 서석대 정상에 선다. 정상인 천왕봉(1,187m)은 군부대가 있어 갈 수 없다. 평평한 곳을 자리 잡고 앉는다. 광주를 내려다본다. 광주는 옅은 안개에 쌓였다. 바위 사이로 힘들게 살아가는 철쭉도 단풍이 살짝 들었다. “너는 왜 그렇게 힘든 곳에 자리를 잡았니?” “사는 게 뜻대로 되니?”하고 되묻는다.

 

 

 

 

 

 

 

 

 

 

<입석대>

 

 

 

 

<승천암>

 

 

 

 

<장불재에서 안양산으로 이어지는 백마능선>

 

 

 

 

 

 

 

<서석대 1,100m>

 

 

 

 

<군부대가 있어 갈 수 없는 천왕봉>

 

 

 

 

<서석대 정상에서 내려다본 광주시내>

 

 

 

 

<서석대 수정병풍>

 

 

 

 

 

올라가는 게 어렵다지만 쉽게 내려가는 게 더 힘들 수도 있다.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좋다. 살아가는 것도 그렀다. 좀 더 올라가기 위해 욕심을 내고 아등바등 살아간다. 욕심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무등산 옛길을 따라 내려선다.

 

가파르게 내려가는 길. 올라오는 분들이 얼마나 남았냐고 물어온다. 참 답변하기 곤란하다. 나는 쉽게 내려왔는데, 올라가는 사람들은 쉽게 올라갈 수 없다. 힘이 들지 않았다면 묻지 않았을 것이기에 더 그렇다. “다 왔는데 힘들 겁니다. 길이 가팔라요.” “고마워요.” 만족한 답변이었을까?

 

 

 

 

<목교 갈림길>

 

 

 

 

 

궁금증에 찾아간 누에봉. 억새가 장관

 

목교에 내려선다. 군사도로가 지나간다. 무등산 정상에 있는 군부대로 이어진 길이다. 이정표는 중봉 가는 길, 원효사, 누에봉으로 갈린다. 누에봉? 가보고 싶다. 그런데 1.6km나 된다. 고민. 고민. 고민. 시간을 계산하니 왕복 1시간 정도. 결정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누에봉에 대한 궁금증은 계속 커져간다. 누에봉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도로를 따라 걷는 길. 걸음을 빨라지고, 길은 계속 이어지고, 누에봉은 보이지 않는다. 쉬운 길이 더 힘들기도 한다. 지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것 같다. 길 모퉁이에 누에봉 복원사업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통신 안테나가 섰다. 이정표는 없다.

 

봉우리라면 높은 곳에 있어야 하는 데 길 아래로 있다. 아닌가? 도로를 따라 계속 올라간다. 군부대가 보인다. 너무 왔다. 아까 그곳이 누에봉. 다시 돌아 내려온다. 통신안테나 있는 곳으로 내려선다.

 

억새 사이로 길이 났다. 햇살 받아 반짝이는 억새가 장관이다. 오기를 잘했다. 이곳도 상처가 아물어 가는 곳이다. 아픈 만큼 환한 억새를 피어서 웃고 있다. 너무 좋다. 가을이 반짝거린다.

 

 

 

 

<누에봉>

 

 

 

 

 

 

 

 

 

 

<누에봉에서 되돌아 와 원효사로 내려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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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 있을 때

 

2018. 10. 21. 광주 무등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