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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따라서

양산 천성산. 억새와 하나가 된 길을 따라 걷다.

by 솔이끼 2018. 10. 22.

 

2018. 10. 14.

양산 천성산

 

 

 

 

 

원효대사가 천명의 스님에게 화엄경을 설법했다는 산

 

양산에는 천성산이 있다. 해발 922m이다.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당나라에서 건너온 1천명의 스님에게 화엄경을 설법하여 모두 성인이 되게 했다고 하는데서 천성산(千聖山)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천성산에는 화엄늪이 있다. 가을이면 화엄늪은 억새가 피어난다. 천성산은 한 때 도롱뇽 소송이 일어났던 곳이다. 당시 천성산을 관통하는 터널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터널을 만들면 늪지가 훼손되고 살고 있는 도롱뇽의 삶의 터전이 훼손된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도롱뇽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 지구에 살아가는 도롱뇽도 권리가 있는데 인간은 도롱뇽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인데, 인간은 인간을 위해서만 살아가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순수함을 잃어가고 욕심만 남아있다.

 

 

 

 

 

 

 

 

양산8경 중 하나인 홍룡폭포, 용이 승천할 만한 곳

 

양산 시내를 지난다. 홍룡사로 가는 좁은 길로 들어선다. 구불구불 들어섰는데 차들이 주춤거린다. 주차장은 이미 가득 찼다. 다시 돌아내려와 길가에 주차를 하고 등산채비를 한다. 오늘 산행은 홍룡사를 기점으로 원점회귀 한다. 화엄늪으로 올라서서 천성산 원효봉 찍고 원효암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홍룡사 오르는 길은 시멘트 포장길이다. 가을 햇살 받으며 쉬엄쉬엄 오른다. 홍룡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元曉)대사가 낙수사(落水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고 전해온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타고 절터만 남아 있다가, 1910년대에 통도사 승려 법화(法華)가 중창하면서 홍룡사(虹龍寺)라 하였다.

 

일주문 지난다. 계곡이 시원하게 흐른다. 폭포가 힘차게 내린다. 홍룡폭포다. 옛날에 천룡(天龍)이 폭포 아래에 살다가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한다. 무지개다리를 건너 홍룡폭포 옆을 오르는 길이 있다.

 

시멘트계단을 올라간다. 순간 하늘에서 떨어지는 또 다른 폭포를 만난다. 계곡은 막다른 곳이다. 폭포 옆으로 관음전이 자리 잡고 있다. 멋진 풍광이다. 폭포와 절집과 협곡이 어우러졌다. 관음전으로 들어선다. 폭포에서 튀긴 물방울이 살을 간지럽힌다. 기분이 좋다.

 

 

 

 

 

 

 

 

 

 

<천성산 등산로로 이어진 길>

 

 

 

 

 

산 능선을 따라 펼쳐진 화엄늪. 억새가 춤추는 산

 

홍룡사 대웅전에는 수능 기도하시는 분들의 정성이 가득 차 있다. 절집을 가로질러 산길로 들어선다. 산길은 넓다. 군데군데 불에 그슬린 나무들이 보인다. 산불에 화를 입었나 보다. 구절초가 해맑게 피어서 반긴다.

 

산길은 가파르게 올라간다. 한참을 오르니 나무들이 사라진다. 넓은 풀밭이 펼쳐진다. 산 능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화엄늪이라는 표지판이 섰다. 산정 습지에 불교식 이름이 붙었다. 화엄늪이 위치한 화엄벌은 신라시대에 원효대사가 1천여 명의 제자에게 금북을 치며 화엄경을 설법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화엄늪 능선에 서니 바람이 온 몸을 감싼다. 화엄늪에서부터 산정까지 큰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온통 억새다. 장관이다. 억새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간다. 가을, 여행자의 길이다. 키보다 작은 억새를 가르며 걷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길옆으로 드러난 풍경과 아래로 펼쳐지는 마을과 도시.

 

 

 

 

 

 

 

 

 

 

 

 

 

 

 

 

 

 

 

 

 

 

 

 

 

 

 

 

 

 

 

 

바람 따라 사는 억새가 산을 지키는 곳

 

산정으로 이어진 길은 억새와 하나가 된 길이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와 땅을 밟고 서서 바람을 거스르는 나가 하나가 된다. 바람이 부는 대로 살지 못하는 억지스런 삶이 반발처럼 돋아난다.

 

사는 게 후회하고, 후회하고, 후회하고…….

그렇게 힘들어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또 보내고…….

다시 눈을 뜨면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하고…….

 

산정에 가까워지니 철조망이 보인다. 예전 군부대가 있던 자리다. 아름다운 금수강산 좋은 곳은 군부대가 다 차지했었다. 세월이 지나고 시민들에게 돌아온 자리에는 억새만 피었다. 망가진 산에는 바람 따라 사는 억새가 피어 산을 지키고 있다. 그 삶도 억세다.

 

정상에는 큰 표지석이 섰다. 천성산 원효봉. 922m. 정상은 터가 넓다.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처럼 평평하다. 하늘아래 공허하다. 아래로 도시가 내려다보인다. 아이스크림을 판다. 산정에서 먹는 아이스크림 맛 좋다.

 

 

 

 

 

 

 

 

 

 

 

 

 

 

 

 

 

 

 

 

 

 

 

 

 

 

 

 

 

 

 

<용담>

 

 

 

 

 

 

 

 

 

 

<천성산 원효봉>

 

 

 

 

 

 

 

 

원효암 시원한 물맛, 가을 노래 흥얼거리며 내려오는 길

 

원효암으로 내려가는 길.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군부대가 이전한 후 방치된 도로는 차가 다니지 못할 정도로 깊게 패인 곳도 있다.

 

원효암은 작은 암자다. 좁은 터에 자리 잡은 암자는 갖출 것은 다 갖추었다. 물맛이 시원하다. 홍룡사로 내려가는 길과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뉜다. 편백나무 숲이 있다는 주차장 가는 길로 내려선다.

 

지그재그. 가파르게 구불거리면서 내려온다. 계곡을 만난다. 계곡물이 너무 맑다. 물이 차다. 지나간 여름이 아쉽다. 편백나무 숲을 가로질러 나오니 길이 넓어진다. 하늘이 파래질수록 푸른 나무들은 변신할 준비를 하고 있다.

 

멋진 가을날. 노래가 흥얼거린다.

가을아

가을

오면 가지 말아라.~

 

 

 

 

 

 

 

 

 

 

<꽃향유>

 

 

 

 

<구절초>

 

 

 

 

<원효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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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 있을 때

 

2018. 10. 14. 양산 천성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