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길 따라서

가을 천관산. 억새 꽃길 따라 하늘을 걷다.

by 솔이끼 2018. 10. 10.

 

2018. 10. 7.

 

장흥 천관산

 

 

가을 산. 단풍이냐, 억새냐?

 

산정에 억새가 장관인 산은 슬픈 산이다. 숲이 망가진 민둥산에 나무가 아닌 풀이 자리를 잡은 산이다. 나무가 사라지고 햇살을 가장 많이 받는 곳에 억새가 왕성하게 자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이치다.

 

가을이 오면 억새가 꽃을 피운다. 특히 능선을 이어가면서 하얗게 핀 억새평원은 가을을 즐기기에 최고의 장소가 된다. 하늘거리는 억새물결. 치장하지 않고 누구를 부르려고도 하지 않는 초연한 꽃. 그 꽃 자체가 가을이다.

 

장흥 천관산으로 향한다. 천관산은 지리산, 내장산, 변산, 월출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이름 나 있다. 전라남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고 억새로 유명하다. 매년 이맘때면 억새축제가 열린다.

 

 

 

 

 

 

 

 

 

 

수동마을에서 오르는 천관산. 길 찾기 주의

 

천관산으로 향한다. 천관산 등산로는 대표적으로 두 방향이다. 북쪽 장천재에서 오르는 길과 남쪽 문학관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 북쪽은 가파른 숲길이고, 남쪽은 바다가 보이는 시원한 길이다. 두 코스 다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는 멋진 길이다.

 

이번 산행은 색다른 길을 잡았다. 항상 가던 길이 아닌 동쪽으로 늘어선 능선을 타고 올라가는 코스다. 산행 들머리는 수동마을이다. 마을 앞 커다란 바위로 표지석을 세웠다.

 

수동마을을 가로 질러 간다. 마을은 조용하다. 수확 철이라 일하러 나갔나 보다. 집집마다 감나무에 감이 탐스럽게 달렸다. 먹고 싶지만 군침만 삼키고 지나간다. 산으로 이어진 길이 좋다. 그러나 좋은 길만 가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길을 쭉 따라가면 계곡으로 이어지고 길은 없어진다. 산길은 가다가 왼쪽으로 올라서야 한다. 이정표가 없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서서히 가다보면 좌측으로 줄을 걸어놓은 산길이 보인다.

 

 

 

 

 

 

 

 

 

 

 

 

 

황금들판 시원한 풍경을 보여주는 산

 

산길은 많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거칠다. 가파르게 오른다. 나무는 키가 작아지고 가을 햇살이 따갑다. 잔 돌들이 밟히는 길을 오른다. 군데군데 커다란 바위들이 자리 잡고 있다. 바위에 올랐다 간다. 전망이 좋다.

 

커다란 바위와 마주한다. 바위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가득 하다. 아래로 내려 보니 들판은 황금빛이다. 그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바다를 막아 선 방조제 중간쯤이 정남진이다. 서울의 정 남쪽이라고 한다.

 

아주 오래 전 정남진이라는 곳이 궁금해서 찾아간 적이 있었다. 당황했다. 방조제 아래로 동그란 조형물 하나 있었다. 방조제 너머로 탁한 바다가 있었다. 칙칙한 기분. 이름만큼 화려하지 않은 곳도 있다 했다. 지금은 전망대도 세워 놓았고 볼거리도 있다.

 

 

 

 

 

 

 

 

 

 

 

 

 

 

 

 

<방조제 가운데 쯤이 정남진이다>

 

 

 

 

<올라온 길>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 연대봉

 

물 한 모금 마시고, 땀을 식히고 다시 산길을 오른다. 바위투성이 산이라 큰 나무가 없다. 햇살을 받으며 올라가려니 덮다. 봉우리에 올라서니 천관산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파란 하늘과 선을 그어 오르락내리락 한다.

 

능선을 따라 이어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연대봉으로 오르는 길과 문학관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린다. 능선으로 이어진 길은 큰 나무가 없어 시원하다. 그 길을 따라 걸어간다. 정상까지 이어진 산길은 완만하다. 정상은 억새축제가 한창이다.

 

완만하게 오른 산정에 봉화대가 섰다. 봉화대가 있어 이름도 연대봉(723m)이다. 축제는 끝나고 많은 사람들만 모여 있다. 봉화대에 올라 주변을 둘러본다. 바다 쪽은 연한 안개가 끼었다. 아쉽다. 시원한 바다풍경 보고 싶었는데.

 

 

 

 

 

 

 

 

 

 

 

 

 

 

 

 

천관산 억새평원을 걸어서

 

연대봉에서 환희대까지 1km 정도 산길이 억새평원이다. 억새 길 따라 환희대로 향한다. 양 옆으로 억새들이 하늘거린다. 하늘을 보고 서 있는 억새꽃은 가을과 잘 어울린다.

 

억새아가씨도 함께 간다. 시끌시끌하던 게 억새아가씨 선발했나 보다. 산에 올랐다가 억새아가씨로 선발까지 되었으니 기분이 좋겠다. 지나가는 여자들이 일찍 와서 참가했어야 하는데 하고 아쉬워한다.

 

환희대에 서서 산 아래를 내려 본다. 기암괴석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멋진 풍경이다. 내려오는 길은 장천재 방향이다. 금강굴은 생각했던 것 보다 작다. 장천재는 문이 닫혀 있다. 다리 옆을 지키던 멋진 소나무는 사라졌다. 계곡 물소리 시원하다.

 

 

 

 

 

 

 

 

 

 

<환희대>

 

 

 

 

 

 

 

 

 

 

 

 

 

<장천재>

 

 

 

 

가을 하루 즐긴 날

 

.

 

.

 

.

 

길 위에 서 있을 때

 

2018. 10. 7. 장흥 천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