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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리산

"이 길을 너무 걷고 싶었어." 지리산 세석에서 천왕봉까지

by 솔이끼 2018. 6. 5.

 

2018. 6. 2.

지리산

산길을 걷는다.

 

 

 

 

오늘 산행은 거림에서 시작

세석대피소까지 6km 오르고

주능선 따라 천왕봉까지 5.1km 걷는다.

그리고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5.4km

주차장까지 1.9km 걸어내려 오는 길이다.

 

총 18.4km, 8시간 정도 예상

 

 

 

 

09:00 거림 주차장 출발

세석대피소까지 6km

유월 햇살이 좋다.

덮비도 춥지도 않은 날이다.

 

 

 


계곡을 옆을 따라 걷는다.

물소리 맑다.

사실 거칠다.

청량......

 

 

 

 

숲길

키큰나무들이 하늘을 가렸다.

산죽들이 길을 터주고 있다.

완만한 길

걷기에 좋다.

 

 

 

 

10:07 북해도교 도착

3km 올랐다.

다리 이름이 생뚱맞다.

세석대피소 가는 길 중간쯤이다.

 

 

 

 

가파른 길 몇 번 오르니 세석교와 만난다.

와!

왜?

고도가 1300m가 넘었는데 계곡이 흐른다.

그것도 아주 큰 계곡

높은 산 평지를 만난 기분

 

 

 

 

물소리 맑고 좋다.

물을 만지고 싶은 마음이 앞서나

내려서기가 영 어중간하다.

 

 

 

 

 

 

 

1400고지

청학동이나 의신마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꺼꾸로 내려갈 수도 있다.

 

 

 

 

나무터널을 지난다.

철쭉이 졌다.

아쉽다.

 

 

 

 

여전히 물이 많다.

꽃황새냉이가 앙증맞게 피었다.

 

 

 

 

붉은병꽃이 한 물 갔지만 색은 여전히 붉다.

 

 

 

 

11:08 세석대피소

거림에서 2시간 정도 올라왔다.

올라오는 길 아주 좋다.

 

 

 

 

주능선

세석갈림길 4거리다.

올라오는 길 반대는 백무동이고

가야할 길은 장터목

뒤쪽으로는 벽소령

 

 

 

 

촛대봉 오르는 길

세석평전 습지에 동의나물 노란꽃이 피었다.

 

 

 

 

11:29 촛대봉

천왕봉이 보인다.

정상 바위 뒤로 흑염소가 고개를 내민다.

설마 산양은 아니겠지?

 

촛대봉 바위에 앉아 점심 먹고 간다.

 

 

 

 

촛대봉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촛대봉에서 장터목 가는 길

완만한 산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지리산 아름다운 산길을 보여준다.

 

 

 

 

 

 

 

연하봉으로 이어진 길

최고의 장관이다.

초원을 가로지르는 길

길을 걸어가는 이유는?

단지 천왕봉을 가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다녔던 길

그 길 위로 내 발자국을 겹쳐본다.

 

길을 걸어가면서도 길이 생각나는 길

 

 

 

 

이국적인 풍경

재생되지 못한 숲

아픈 풍경이 멋지게 들어온다.

 

 

 

 

길모퉁이 돌아간다.

고사목이 쓰러져 있다.

홀로 걸어가기에 좋은 길

생각하며 걸어가는 길

 

 

 

 

 

 

 

풀밭에는 쥐오줌풀이 예쁜 꽃을 피우고 있다.

쥐오줌풀이라니....

이렇게 예쁜데, 복도 없는 꽃

 

 

 

 

산길을 걷다가 이런 초원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마음이 뻥

달려가고 싶은 길

실제로는 달릴 수 없다.

바로 아래로 낭떠러지?

 

 

 

 

야생 배꽃도 한창

 

 

 

 

한 그루의 나무가 있었다.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영원히 살 수는 없었다.

생이 끝나고 쓰러졌다.

앙상한 고사목으로 버텨보려고 했으나

그마저도 힘이 들었다.

누웠다.

뼈만 남았다.

비바람을 맞으며 오랜 세월을 보냈다.

이제

뼈마저도 으스러져 부서져 내린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 같다.

붉은 병꽃이 해마다 꽃을 피워줘서 고맙다.

 

 

 

 

풀솜대가 고개를 갸우뚱

지나가는 산행객들을 구경한다.

 

 

 

 

12:48 장터목대피소

하늘이 맑다.

 

 

 

 

천왕봉으로 향한다.

1.7km

 

 

 

 

제석봉 오르는 길

길 양 옆으로 초원지대

한 때는 울창한 숲

인간이 훼손

지금은 복원 중

자연을 복원한다는 게 웃김

인간이 무슨 권리로...

 

 

 

 

제석봉

 

 

 

 

호구당 배나무 터널

지나갈 때마다 멋짐

기분이 좋음

배꽃이 피어서 더 좋음

 

 

 

 

호구당 지나 걸어 올라가는데

꼬마 손을 잡고 내려오는 엄마가

"엄만 이 길을 너무 걷고 싶었어."

꼬마는 "왜요?"

엄마는 "서너번은 더 걸을거야."

 

꼬마는 이해하지 못하는 정답

 

 

 

 

통천문에서 바라본 풍경

 

 

 

 

마지막 천왕봉 오르는 길

바위와 나무들이 조화를 이룬 곳

 

 

 

 

삶과 죽음이 조화를 이룬 곳

그 길을 지나야 천왕봉을 오를 수 있다.

 

 

 

 

또 하나의 통천문

하늘로 통하는 문

그 위로 천왕봉이 섰다.

 

 

 

 

13:45 천왕봉 정상

사람들이 줄을 섰다.

사진

정말 중요하다.

산은 사진으로 기억된다.

인증샷을 남기지 않으면 꽝

 

 

 

 

세석대피소에서 5.1km

2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정상에 앉아서 여유를 즐기려고 했는데

더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엄청난 날파리들이 달라 붙었다.

무서웠다.

서둘러 내려섰다.

아쉽다.

 

 

 

 

중산리로 내려가는 길

5.4km

 

 

 

 

바위 벼랑에 위태롭게 서 있는 고사목

눈도장 꽉

 

 

 

 

천왕봉 오르는 등산객들

힘들어 한다.

내려가는 것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길 옆에 서 있는 고사목

위태위태하다.

언제까지 버틸 지......

 

 

 

 

개선문 지난다.

 

 

 

 

14:47 법계사

천왕봉에서 2km 내려왔다.

1시간 정도 걸렸다.

 

 

 

 

16:11 중산리 야영장

 

법계사에서 3.4km

1시간 반 정도 소요

내려올 때마다 힘들 길

가파른 길

다 내려온 것 같은 데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서두르다 보면 무릎에 무리가 오는 길

그래서

나는 이 길을 내려올 땐 일부러 서서히 내려온다.

산을 좋아한다면 무릎을 곤리해야 함

빨리 내려오면 무릎 상함

 

.

 

.

 

이후

주차장 까지 1.9km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내려옴

쉬엄 쉬엄

 

.

 

.

 

오늘 산행은

거림에서 천왕봉찍고 중산리로 내려오는 길

총 18km 정도

7시간 40분 걸렸다.

 

하늘이 맑고 좋았다.

기분도 상쾌하고 좋았다.

유월 초

지리산은 신록이 짙어간다.

 

.

 

.

 

.

 

길 위에 서 있을 때

 

2018. 6. 2. 지리산 거림에서 천왕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