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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따라서

하늘 아래 태백산. 주목나무들이 지키는 신령스런 산

by 솔이끼 2017. 2. 22.

 

2017. 2. 18.

강원도 태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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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를 지나 태백으로 넘어간다.

길은 구불구불.

머리가 아릿하다.

두메산골 속으로 들어간다.

이 깊은 산속으로 철도가 지나간다.

태백시가 자리를 잡았다. 한적하다.

시간이 자꾸 뒤로 흐를 것 같은 도시.

 

 

 

 

10:30

화방재에서 내린다.

우측으로는 함백산 이정표가 보이고,

왼편으로는 주유소 옆으로 산길이 있다.

산길로 들어서니 잎갈나무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오늘 산행은

화방재-사길령매표소-장군봉-태백산-문수봉-소문수봉-당골주차장

11km, 5시간 

 

 

 

 

커다란 표지석을 만난다.

"백두대간 사길령"

사길령은 경상도에서 강원도로 들어오는 고갯길이다.

신라시대 태백산 꼭대기로 통하는 고갯길이 높고 험하여 고려시대 새로 낸 길이란다.

지금은 화방재로 도로가 나서 등산객만 다닌다.

 

 

 

 

사길령에서 천제단까지 4.2km

 

 

 

 

 

 

 

눈길을 밟으며 오른다.

산령각이 자리를 잡고 있다.

옛날 보부상들이 고개를 넘어다니면서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지낸 곳이라고 한다.

숲 속에 자리를 잡은 1칸짜리 건물이 다정스럽게 다가온다.

산령각 주변으로 숲은 숨을 죽이고, 겨울 햇살이 조용히 내린다.

신령스런 분위기다.

시간을 되돌아 온 것 같은 묘한 기분이다.

 

 

 

 

겨울 숲을 걷는다.

눈이 온지 조금 지나선지 햇살을 받아 반짝거린다.

땅은 하얗고 하늘은 파랗다.

나무는 땅과 하늘 사이를 연결한다.

빛바랜 모습으로.

 

 

 

 

11:42

유일사 쉼터를 지난다.

유일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등산객들이 많아졌다.

올라가는 등산로는 사람들로 꽉 찼다.

덕분에 쉬엄쉬엄 올라간다.

 

 

 

 

멋진 나무가 울타리를 두르고 서 있다.

와우!

태백산의 상징인 주목이다.

본 순간 나무의 제왕이라는 느낌.

주변 나무들을 다 제압해버린 풍채.

잎이 푸르러 늙었지만 정정한 할아버지 같은 모습.

줄기는 붉은 빛으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건강한 나무.

 

 

 

 

12:00-12:30

점심을 먹는다.

김밥

차다.

꼭꼭 씹어서 먹는다.

따뜻한 커피가 없으면 먹기 힘들겠다.

 

 

 

 

 

 

 

 

 

 

단풍나무 잎은 겨울을 버틴다.

탈색이 되어도 바람을 맞으며 버틴다.

 

 

 

 

산을 오르는 길은 다양한 주목나무들을 만난다.

이미 생을 마감한 나무도 있고, 반생반사의 상태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나무도 있다.

나무를 지날 때마다 그 모습을 담으려고 마음을 빼앗긴다.

마음도 아프다.

 

 

 

 

 

 

 

 

 

 

말라버린 나무

양팔을 벌리고 춤을 추고 있다.

 

 

 

 

산은 높아갈수록 나무들은 키가 작아진다.

산 아래가 내려다보인다.

거칠지 않은 풍경.

시원하면서 정겹게 다가온다.

 

 

 

 

 

 

 

12:51

산정에 돌무지가 보인다.

네모로 반듯하게 쌓은 제단이다.

하늘에 제를 지냈다는 천제단이다.

태백산 천제단은 3곳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천왕단을 중심으로 북쪽에 장군단, 남쪽에는 작은 규모의 하단이 있다.

중요민속문화제 제228호로 지정되어 있다.

 

 

 

 

첫 번째 만난 제단이 장군단이다.

제단으로 올라서니 세 개의 돌을 세워 놓았다.

산정 높은 곳에 제단을 만들고 하늘에 제를 지냈다는 옛사람들의 엄숙한 풍경이 그려진다.

 

 

 

 

장군봉 1567m

태백산 최고봉이라고 쓰여있다.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길은 완만한 길이다.

사방으로 시야가 터진 길은 맑은 하늘로 감싸고 있다.

날이 좋다.

등산하기 좋은 날이다.

바람도 없다.

기온은 낮지만 포근하다.

 

 

 

 

사는 게 힘들다.

 

 

 

 

내려섰다 다시 올라선 곳에는 둥그런 제단이 자리를 잡았다.

천제단 중심인 천왕단이다.

앞면에는 넓은 터가 있다.

제단으로 올라가니 한배검이라고 새긴 돌이 서 있다.

멋진 표지석이다.

 

 

 

 

 

 

 

 

 

 

넓은 터에는 커다란 돌비석이 섰다.

옆으로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앞으로 가니 太白山이라는 큰 글씨가 쓰여 있다.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은 즐겁기만 하다.

 

 

 

 

문수봉까지 2.4km

 

 

 

 

문수봉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건너 보이는 산이 부쇠봉이다.

푸른 나무들이 군데군데 바둑돌 놓이듯 자라고 있다.

하얀 눈과 푸른 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멋진 산풍경이다.

 

 

 

 

 

 

 

천제단 3곳 중 한곳인 하단

장군단과 천왕단에 비해 규모가 작다.

 

 

 

 

주목은 죽어서도 당당하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주목은 죽어서 뼈대를 남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나무

반생반사

 

 

 

 

가슴을 뚫고 사는 나무

노래가 떠오른다.

가슴 사이로 바람이 새어 나온다.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큰 나무다.

 

 

 

 

부쇠봉을 오르고 문수봉으로 가는 길.

산등성을 따라간다.

멋진 숲길과 만난다.

반짝반짝 빛나는 피부와 구불구불 잔가지를 가진 나무들이 숲을 차지하고 있다.

!

동화 속 요정이 나올 것 같은 맑은 풍경이다.

란 하늘을 가리며 반짝거리는 나무는 눈이 부시다.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사스레나무들이다.

 

 

 

 

 

 

 

 

 

 

14:00

사스레나무 숲길을 지나 가파르게 오른다.

너덜지대에 삼각형 돌무지탑이 섰다.

나무 기둥으로 세운 문수봉이라는 이정표가 반갑게 다가온다.

 

 

 

 

문수봉 1517m

 

 

 

 

문수봉에서 태백산 산등성을 바라본다.

산은 말이 없다.

바람도 대답하지 않는다.

하얀 눈이 힘을 잃었다.

겨울이 시들어간다.

아쉬움. 봄이 오는데 서글픈 아쉬움이 밀려온다.

겨울을 보내면 한해가 가버린 것을 느낀다.

 

 

 

 

소문수봉 1435m

 

 

 

 

소문수봉 지나 당골광장으로 내려선다.

3.5km 내려간다.

 

 

 

 

산빛이 좋다.

 

 

 

 

15:07

당골광장에 도착한다.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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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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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18. 태백산에서 겨울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