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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풍경

추자도. 싱싱한 삼치회 먹고, 올레길 따라 나바론하늘길 걷다.

by 솔이끼 2018. 9. 19.

 

2018. 9. 8.

 

 

추자도 가는 바다, 울렁울렁

 

제주항 여객선터미널. 08:50 도착. 추자도행 여객선을 기다린다. 제주에서 추자도로 운행하는 여객선은 해남 우수영 가는 배와 완도 가는 배가 하루 1왕복씩 하면서 들른다. 09:30 우수영 가는 여객선을 기다린다. 대합실 승객들은 대부분 관광객이다. 나도 마찬가지. 가보지 않은 섬을 간다는 설렘으로 추자도를 선택했다.

 

개찰을 하고 부두로 나간다. 제주항의 허전한 풍경 속을 걸어간다. 한 곳으로만 향하는 분주한 사람들 속에서 적막감이 밀려온다. 말없이 걸어간다. 추자도 가는 배는 364톤의 퀸스타2. 추자도까지 1시간 10분이나 걸린단다. 좌석을 찾아 앉는다. 창밖을 보니 바깥세상과 단절된 고립감이 밀려온다. . 가기도 전에 외로움이 피부로 밀려온다. .

 

배는 제주항을 나온다. 제주도를 뒤로하고 바다 위를 달린다. 바다는 거칠다. 배는 위 아래로 출렁거린다. 나도 같이 출렁거린다. 속이 울렁울렁. 머리를 뒤로 기대고 진정을 시킨다. 배가 파도를 가를 때마다 크게 요동을 친다. 먼 곳을 보기도 하고, 잠을 청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불편함은 가시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추자도는 바다에 솟은 모습을 드러냈다.

 

 

 

 

<추자도 가는 배에 탄다>

 

 

 

 

 

 

<추자도항 풍경>

 

 

 

 

 

처음 가 본 섬에서 낯익은 풍경

 

추자도는 제주항에서 북쪽으로 약 45km 떨어진 섬으로, 상추자도, 하추자도, 추포도, 횡간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고려 때 기록에는 후풍도(候風島)라고 나온다. 바람을 피해 가기 위해 기다리는 섬이란 뜻이다. 낭만적인 이름이다. 조선 초기부터는 추자도(楸子島)라 불렀다. ‘楸子는 가래나무 열매(호도 비슷함).

 

추자도항. 정확히는 상추자도다. 섬에 발에 딛고 선다. 낯익은 풍경이 펼쳐진다. 섬에 들어서면 만나는 비슷한 풍경들이다. 어선들이 허리를 맞대고 모여 있는 모습이 들어온다. 항구 주변으로 늘어선 상가. 골목을 가진 작은 집들은 하늘을 바라보고 올라서 있다. 다시 바다를 바라본다. 추자도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주 먼 곳에 왔다는 기분이 든다.

 

추자도 감상은 여기서 끝내고 온 목적 달성을 위해 두리번거린다. 추자도 올레길을 찾는다. 여객선터미널에서 관광지도 들고 온 게 든든하다. 추자도 올레길은 4코스로 총 10.3km. 빠르게 걸으면 뱃시간 맞춰 오겠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섬 여행의 아쉬움. 그래서 걷다가 결정하기로 한다. 항구를 걸어가면 이정표를 만난다.

 

 

 

 

<추자초등학교 가는 길>

 

 

 

 

 

 

 

<최영 사당>

 

 

 

 

<최영사당 앞 신묘금지비>

 

 

 

 

 

 

 

 

바다와 바위가 어우러진 추자도 올레길

 

1코스 봉글레산노을길’ 2.9km를 걷는다. 추자초등학교 들어가는 길이 예쁘다. 건물도 알록달록 색을 입었다. 운동장에 잔디가 깔려 있어 걷기에 좋다. 학교 위에 작은 사당. 최영장군 사당이다. 고려 말 원나라를 몰아낼 때 탐라국 목호(牧胡-탐라에서 말 기르는 몽골인)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제주로 가던 중. 심한 풍랑을 만나 추자도에 잠시 머물렀다고 한다. 추자도에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었단다.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 참 멋진 말인데. 사람하나 제대로 보지 못해서……. 사당 옆으로 작은 비가 서 있다. ‘신묘금지비(神廟禁地碑)’라 새겼다.

 

사당을 지나 숲길이 이어진다. 소나무들이 거친 피부에 버짐처럼 이끼를 덮고 있다. 원시림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속을 걸어 나가니 넓은 추자도 바다가 펼쳐진다. 해안 바위벽에 파도가 부서지고, 부속 섬들이 올망졸망 떠있는 바다다. 멀리 보길도가 커다랗게 늘어서 있다. 전망대라야 몇 십 미터 되겠지만 발밑으로 펼쳐진 풍경은 웅장하게 다가온다.

 

봉글레산으로 향한다. 시멘트 포장길을 걷는다. 섬에 어울리는 길이다. 한쪽은 바다 한쪽은 작은 나무 숲. 이런 길을 걸을 때면 옛 영화 속 한 장면들이 오버랩 된다. 아주 오래된 길을 말없이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는 풍경. 그 속으로 걸어가면 자꾸 두리번거린다. 영화 속 장면과 마주칠 것 같은 설렘. 마음이 비워지는 길. 조용하고 편한 길. 봉글레산(85.5m)은 특별한 표식이 없다. 산을 넘어선다. 추자도 항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붕이 주황색을 가졌다. 이국적 풍경이다.

 

 

 

 

 

 

 

<봉글레산 노을길>

 

 

 

 

 

 

 

<봉글레산에서 내려다본 추자도항 풍경>

 

 

 

 

 

 

 

 

 

 

 

절벽 위를 걸어가는 나바론하늘길

 

산을 내려오면 항구로 이어지는 길이다. 항구를 뒤로하고 후포해안으로 향한다. 해안길을 걸어가면 나바론하늘길이정표를 만난다. 2코스 나바론하늘길‘ 2.1km를 이어간다. 영화 나바론 요새에서 나오는 절벽과 비슷하다고 이름이 붙었다. 이런 외딴 섬에 굳이 외국영화에 나오는 이름까지 써야 했을까?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계단길로 오른다. 경사가 가파르다. 나무테크로 되어 있어 힘들지 않게 오른다. 계단이 끝나간 곳에는 바다로 향한 커다란 협곡을 만난다. 그리고 하늘을 막아선 커다란 바위. 나바론 요새? 실제로 보니 왜 외국 이름까지 가져다가 붙였는지 공감이 간다. 바다는 검다. 협곡으로 파도가 부서진다. 웅장한 바위벽에 파도가 압도당한다. 커다란 바위벽은 이미 나를 제압해 버렸다. 요란한 파도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나만의 적막이 흐른다.

 

벼랑 위로 걸어간다. 섬과 바위벼랑으로 단절된 바다 풍경. 우울한 날씨까지 더해 외로움이 더한다. 전망 좋은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다 간다. 고개 마루 넘으니 건너편 산마루에 등대가 섰다. 거친 바위길이 뒤로 물러서고 부드러운 산길이 다가온다. 등대 오르는 길. 가파른 길을 쉬엄쉬엄 오른다.

 

등대는 커다란 구조물. 외딴 섬 외로운 등대가 아니다. 웅장한 등대는 지금까지의 적막한 마음을 산산이 부셔버린다. 등대는 넓은 전망대를 가졌다. 사방을 둘러볼 수 있는 등대산전망대(121.3m)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상추자도 해안선이 바다에 영역을 표시하고 있다. 제주도가 편안하게 다가온다. 제주도로 돌아가고 싶다.

 

 

 

 

<나바론 해안 절벽>

 

 

 

 

 

 

 

 

 

 

 

 

 

<나바론 정상에서 내려다본 추자도>

 

 

 

 

<나바론 하늘길>

 

 

 

 

 

 

 

 

 

 

 

 

 

 

 

 

 

 

 

<무릇>

 

 

 

 

 

 

 

<주황색 지붕을 가진 마을>

 

 

 

 

<추자도 등대>

 

 

 

 

<등대산 전망대에서 본 하추자도>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연결하는 다리>

 

 

 

 

 

추자도 삼치 맛있게 먹는 법

 

등대를 내려서면 상추자도와 연결되는 다리를 만난다. 다리를 건넌다. 섬 사이로 흐르는 물이 맑다. 물고기가 춤추는 게 보일 정도다. 상추자도는 3코스 돈대산해맞이길’ 3.1km4코스 추석산소원길 1.2km가 이어진다. 시간을 계산하니 갔다 오기는 힘들겠다. 서둘러 다니면 시간에 쫓기게 되고 즐거움은 사라진다. 미련 없이 돌아선다.

 

해안을 따라 걷는다. 마을이 나오고 다시 항구다. 항구를 걸어가면 상가들을 만난다. 지나온 길이다. 여객선터미널 근처 식당을 찾는다. 추자도에 왔으니 삼치를 먹어야겠다. 참치가 아닌 삼치. 삼치는 몸길이가 1m가량인 고등어과의 바닷물고기이다. 횟집으로 들어서서 삼치회를 시켰다. 삼치는 눕혀 놓은 냉장고 안에 얼음과 함께 있다.

 

예전에 TV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에 추자도 삼치가 나왔다. 너무 맛있게 먹던 모습이 기억난다. 삼치 회는 묵은 김치와 밥을 김에 싸 먹는다. 나도 그렇게 먹어봤다. 맛은? 연한 삼치 살이 쌀밥의 진득함과 잘 어울린다. 묵은 김치의 적당한 간과 김의 고소함으로 감칠맛을 더한다. 더 설명이 필요할까? 배 타러 간다.

 

 

 

 

<다시 돌아온 추자도항>

 

 

 

 

<삼치회 한 접시>

 

 

 

 

<묵은 김치와 밥을 곁들인 삼치회>

 

 

 

 

<추자도 수협 위판장에서 삼치를 포장 중>

 

 

 

 

 

여객선터미널 옆 추자도 수협 위판장에서는 뭍으로 보낼 삼치를 포장하느라 분주하다. 추자도 여행을 마친다. 상추자도를 올라가지 못해 아쉽다. 16:30 추자도를 출발한다. 아침에 타고 왔던 배다. 제주 가는 바다는 울렁거리지 않는다. 벌써 추자도 바다와 친해졌나 보다. 추자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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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8. 추자도

길 위에 서 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