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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 때는 나쁜 게 나쁜 것이 아닐 수도

by 솔이끼 2018. 9. 22.

 

2018. 9. 18.

 

 

길에서 만난 아저씨. 하루를 힘겹게 버텨가는 삶.

 

오후 730분 경.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가는 길.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모자를 비틀어 쓴 아저씨가 슈퍼 의자에 앉아 손짓을 한다. 걸음을 멈추고 마주한다.

 

어디 살아?”

이 근처요

나는 00맨션에 살아. 바로 뒤 골목으로 돌아가면 있어

나이가 몇이야?”

“00이요

나보다 열 살 적네

 

아저씨는 술이 거나하게 드셨다. 말이 자꾸 기억나지 않는 듯 말을 끊었다 묻기를 계속한다.

 

“00에 있는 고등학교 알아?”

내가 요즘 거기서 일을 하는데, 돈을 3일 지나면 주고 그래. 하루 벌어 먹고사는데 죽겠어. 나라가 나빠

 

손을 달라고 하더니 내 손을 잡으며 말을 이어간다.

 

오늘 대통령이 평양을 갔어. 공산주의가 나쁜 것도 아니야

…….”

 

아저씨 발아래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있다. 열린 봉지 사이로 4홉 소주 한 병과 건빵 여러 개가 들어있다. 밥 대신 먹을 작정으로 슈퍼에서 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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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이 넘어서도 막노동을 하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인생. 지친 몸을 이기기 위해 술을 마셔야 하는 인생. 하루를 힘겹게 버텨가는 삶이 겹쳐진다. 순간 책에서 본 글귀가 떠오른다. ‘필요적 욕구와 장래에 대한 희망발버둥 치면서 열심히 살면 필요적 욕구가 충족될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희망은?

 

아저씨를 뒤로 하며 걸어가는 길. “공산주의가 나쁜 것도 아니야란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떤 경우에는 좋은 게 나쁜 것이고, 나쁜 게 좋은 것일 수도 있다. 다르게 말하면 좋은 게 좋은 것만은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것이 아니라는 말도 된다.

 

예전에 쿠바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쿠바에서는 의사와 노동자의 급여가 비슷하다고 한다. 다만 노동의 질만 다르단다. 그래서 쿠바인들은 가난해도 낙천적으로 살아간다고 했다. 그게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쿠바인들은 미국으로 이민가기를 갈망한다고도 한다. 나는 쿠바에 가보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편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어떤 이에게는 힘들게 살아가는 세상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양보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다 함께 잘 살아가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머리가 무거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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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8. 허전한 밤길을 걷다.